오랜 시청 시간이 흘렀음에도 귀의 신경이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상쾌한 대자연의 숲속에서 시간을 보낸 듯이 개운함이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힐링의 체험이 오디오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판도라는 원 브랜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리폰의 간판 프리앰프이다. 별도로 분리된 전원부는 그리폰의 창립 때부터 줄곧 견지해오고 있는 좌우로 분리된 두 개의 독립 전원부의 한 몸체 수납형으로, 웬만한 파워 앰프를 구동하고도 남을 정도의 충분한 용량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초대형급 프리앰프이다. 본체 부분은 그리폰의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매우 독창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미적 감각이 대단히 뛰어난 제품답게 드러내지 않는 듯하면서도 호사스러운 풍모를 전해주고 있다. 전면의 표시 부분은 아주 단순하게 처리했지만, 마이크로 컴퓨팅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입력의 선택이나 선택된 입력간의 게인의 조절이라든지, 각 입력 부분의 이름을 표시한다든지 하는 제반 기능의 수행을 다양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프리앰프를 집중 시청하는 기회에서 여러 앰프를 듣는 과정은 매우 힘들면서도 위험한 일이다. 오디오 시스템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전체 시스템의 음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프리앰프인데, 프리앰프의 실력은 앞뒤로 연결되는 컴포넌트와의 상성에 따라서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그리폰의 판도라는 대단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레퍼런스로 사용하는 제품들의 주력이 자사의 제품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스피커 시스템만 달리의 에피콘 6를 사용했고, CD 플레이어는 그리폰의 미카도 시그너처, 메인 앰프는 그리폰의 메피스토가 사용되었다. 이렇듯 연결을 하고나니 프리앰프의 시청이 아니라 원 브랜드 제품의 시청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청을 위해 준비해간 테스트 CD를 넣고 플레이어를 작동시킨다. 방금 전에 시청했던 다른 제품과 달리 스피커로부터의 정보량이 대단히 많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많아진 음악의 정보량이 매우 정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실내의 분위기는 더욱 정숙해지고 홀의 크기는 커져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정확한 재생음의 느낌은 대단히 기분 좋은 것이었고, 연주하고 있는 악기의 위치를 3차원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생동감이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느낌은 시청하는 위치를 바꾸어도 그대로 유지될 수가 있었다. 이것은 실제의 연주 시에는 실내에서 듣는 위치가 변화하더라도 악기가 있는 방향을 지적해 낼 수 있는 것처럼, 음반에 수록된 곡을 재생하는 것임에도 이러한 실재감이 전달된다는 것은 대단히 좋은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얻기 힘든 경험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재생음의 반응이 기민하여 음의 맺고 끊어짐이 매우 정확하게 표현되고 있어, 해상력이 향상된 고품위의 TV 모니터를 보는 듯한 수준을 넘어선 현장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도 일으킬 정도의 생동감 있는 음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뿌연 번짐이나 소리 뒤의 후광과도 같은 광채가 사라지고 있어 녹음의 품격이 몇 단계쯤 상승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보컬 음반의 경우에는 음반에 수록된 정보를 지극히 순수하게 재생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실내가 한층 더 조용해지고 음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피아노의 음색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울림이 풍부하며 윤곽이 뚜렷하다. 오래된 녹음의 음반도 매력적이고, 풍성한 음향으로 변화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음의 반응이 매우 기민하며 저음역의 제어가 아주 잘 이루어지고 있어 실내의 분위기는 아무리 음량을 올리더라도 산만해지지를 않고 라이브 연주의 열기만이 가득 차는 듯하다. 오케스트라의 총주에서는 공간을 흔드는 공기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가 있으며, 이는 연주의 긴장감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음악을 듣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생 시의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 음악을 중도에서 끊고 싶지가 않게 되고, 자연히 듣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오랜 시청 시간이 흘렀음에도 귀의 신경이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상쾌한 대자연의 숲속에서 시간을 보낸 듯이 개운함이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힐링의 체험이 오디오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원 브랜드 오디오의 제품 중에는 손으로 꼽을 만한 하이엔드의 제품들이 몇 있다. 이들의 제품은 단품으로 시스템에 추가되어도 전체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진정한 매력은 원 브랜드의 제품으로 통일했을 때 만들어지는 음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번의 시청에서 스피커 시스템만 동사의 제품으로 이루어졌다면 완벽한 원 브랜드 시스템이 이루어졌을 터이지만, 아쉬운 대로 달리의 스피커를 통하여 나오는 그리폰의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디자인이 뛰어나지만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음질을 지녔기 때문에, 그리폰의 제품이 진정한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프리앰프의 음질이 뛰어남을 이번의 시청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가격 3,800만원  주파수 대역 0Hz-3MHz  입력 임피던스 50㏀(XLR), 25㏀(RCA)출력 임피던스 7Ω  THD+N 0.005%  게인 +18dB파워 캐퍼시턴스 90000㎌×2   크기(WHD) 48×13×40cm  무게 17.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