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The Hemp Head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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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o The Hemp Headphone
  • 김문부 기자
  • 승인 2024.05.09 15:54
  • 2024년 05월호 (62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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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소재로 만든 헤드폰은 과연 어떤 소리일까

많은 오디오 제조사들이 기념 모델이나 한정판 모델로 특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는 하는데,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특별함을 소장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특히 대부분 이런 포맷의 제품들은 회사를 대표하는 모델로 출시되기 때문에, 성능은 물론이고 마감까지 특별함을 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덕분에 한정 생산으로 품절 사태가 자주 일어나고, 기약 없는 재발매를 기다려야 할 때도 많다. 그라도(Grado) 역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새로운 특별함을 보여주었는데, 그라도의 역사적인 의미나 특별한 목재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그라도만의 한정 마케팅을 실현시켰다.

그 첫 번째 출발이었던 GH1 제작 스토리도 제법 재미있다. GH는 ‘Grado Heritage’의 약자이기도 한데, 말 그대로 그라도의 유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라도의 시작점이자, 본사가 있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나무를 직접 가공했다고 한다. 바로 선셋 파크에서 자란 단풍나무인데, 실제 보면 특유의 밝은 색감이 아주 매력적이다. 역시 마호가니와 함께 그라도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메이플 소재이기도 하다. 또한 그 후속작으로 GH2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코코볼로(Cocobolo) 목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특별함을 부여했다. 코코볼로는 고급 가구나 만년필에 많이 적용되는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베터 콜 사울>에서 주인공 지미가 그토록 원했던 고급 책상이 바로 코코볼로로 만든 것이었다. 참고로 이 코코볼로는 이후 그라도 우드 헤드폰의 메인 소재로 적극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 선보인 리미티드 에디션이 바로 헴프(The Hemp)인데, 한정판에 걸맞은 또 한 번의 과감한 도전으로 무려 대마 소재를 도입한 것이다.

사실 그라도는 여러 유형의 목재와 재료를 실험하고 노력하면서, 이 대마라는 소재를 찾은 것인데, 실제 조합해보니 정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특히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크게 만족했다고 하는데, 대마 특유의 압축률과 섬유질이 댐핑 효과를 만들어내고, 지금껏 경험할 수 없었던 풍부한 사운드가 탄생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단풍나무와 조합한 것도 여러 시행착오와 실험을 통한 것으로, 서로 가장 좋은 밸런스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유닛 역시 이들 조합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튜닝되었다고 하는데, 새로운 세대의 X 시리즈의 밸런스 튜닝의 출발점이 사실은 이 헴프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은 사진으로 다 담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대마의 그 오묘하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잘 그려냈다. 아마 그라도가 보여준 디자인 중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하고 화려한데, 평소 그라도의 클래식한 이미지만을 생각했다면 굉장히 놀랄 만한 변화이다. 근데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그라도는 사실 여러 콜라보 제품이나 한정 제품으로 굉장히 젊은 감각의 헤드폰도 많이 출시했다. 얼마 전에는 무려 포켓몬 피카츄 콜라보 제품도 선보인 바 있다. 하우징에는 대마 잎과 ‘Grado Hemp’라는 문구가 멋스럽게 심어져 있으며, 그라도의 특유의 헤드 밴드 스타일과 독특한 이어 패드, 그리고 프로용 장비 같은 두툼한 케이블까지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런 클래식한 레이아웃에 새로운 패턴의 하우징, 묘하게 잘 어울리는 이미지이다. 스펙상으로의 주파수 대역은 13Hz-28kHz, 감도는 98dB, 임피던스는 38Ω으로 세팅되어 있는데, 일단 기본적인 대역 수치만 봐도 기대되게 하는 제품이다.

실제 사운드를 들어보면, 대마 소재라든가 생김새와는 다르게 굉장히 밸런스 튜닝이 중심에 있다. X 시리즈의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이런 사운드 성향 때문인데, 순한 맛의 그라도를 굉장히 매력 있게 들려준다. 혹 순한 맛이라고 음악적 매력 하나 없는 평범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전 세대의 그라도에서 더도 말고 딱 한 포인트만 줄이거나 더했으면 하는 부분이 실현된 것이지, 사운드적으로 매력 없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음악 듣기가 더욱 편해져, 정말 큰 자극 없이 기분 좋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마 날 것의 그라도보다는 이쪽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80년대 음악을 들으면, 다른 브랜드에서는 절대 체감할 수 없을 것 같은 사운드가 터져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그라도로 듣는 80년대는 그레이드 자체가 다르다. 특히 중·저음이 부스트된 녹음들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인데, 매력적인 사운드가 무엇인지 몇 번의 울림만으로도 체감할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패드 변화로 사운드 자체가 달라지는데, 패드 선택에 대한 많은 후기들이 있으니 이쪽을 참조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가격 82만8천원   
구성 오픈형   
주파수 응답 13Hz-28kHz   
감도 98dB   
임피던스 38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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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5월호 - 6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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