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e KSE1500
상태바
Shure KSE1500
  • 장일범
  • 승인 2017.04.01 00:00
  • 2017년 4월호 (53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디오파일을 위한 최고의 포터블 오디오 기기로 생동감 있는 사운드를 경험하다

슈어라는 브랜드를 내가 처음 만난 건 대학생 시절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노래와 합창을 부르는 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 보니 마이크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몇 가지 마이크 브랜드가 있었지만 그중에 슈어는 당시 대학교에서 노래 좀 부른다는 학생들은 모두 최고의 마이크로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마이크였다. 지금처럼 음향 기기를 고르는 데 다양한 정보와 선택지를 가지지 못했던 그 시절에는 선배들이 경험한 슈어 마이크의 성능과 내구성이 입에서 입으로 후배들에게 전해져 ‘슈어가 준비되지 않으면 실력 발휘가 힘들다’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그 명성은 대단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슈어에서 새로운 포터블 감상 기기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은 나의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예전에 소니 워크맨으로 카세트를 들었던 세대인 내게 이런 포터블한 감상 기기는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요즘은 이동 시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자주 듣게 되어 예전 소니 워크맨의 역할을 대신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음향 성능의 한계와 아쉬움이 이런 특별한 기기를 더욱 반기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같은 음원을 듣더라도 어떤 기기로 듣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달라지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그랬다.

장일범
음악 평론가
KBS 클래식 FM <장일범의 가정음악> MC
MBC <TV 예술무대> MC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겸임 교수

사실 포터블 음향 기기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과거에 비해 고도화되고 디지털화된 기기들로 인해 음악 평론가로서 KSE1500이 자랑하는 다양한 특징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 보자는 생각으로 자료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슈어 KSE1500은 ‘정전식, DAC 겸용 앰프,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 10Hz-50kHz의 광대역 재생’ 이 정도로 간단하게 요약해 볼 수가 있겠다.
하나씩 짚어 보자면, 정전식은 소리를 내는 부분인 드라이버의 작동 방식에 따른 구분의 한 형태인데, 이전부터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보통의 이어폰을 다이내믹 타입이라고 하며, 현재 고급 이어폰 드라이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밸런스드 아마추어와도 전혀 다른 방식의 이어폰 드라이버 구동 방식이다. 스피커(이어폰 드라이버)와 마이크가 가진 서로 간의 기술적 유사성을 빗대어 보면, 고가의 콘덴서 마이크를 작동시키는 방식과 정전식 드라이버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정확히는 비슷한 기술을 반대의 순서로 작동시키는 개념).

클래식 공연 실황 녹음을 위해 엄청난 가격의 콘덴서 마이크들이 사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KSE1500이 기존 이어폰에 비해선 높은 가격이지만 현대인들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디자인된 밀폐형 디자인에 정전식 드라이버 기술을 적용한 것과 DAC 겸용 전용 앰프로 구성된 하나의 완전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볼 때 이유 있는 가격이 아닌가 싶다.
DAC 겸용 앰프는 어렵지 않다. 디지털 출력을 아날로그로 변환해 준다는 것. 나뿐만 아니라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미 휴대폰에서 디지털 음원을 사용하는 것이 음질의 이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4밴드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는, 우리가 카오디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음, 중음, 저음을 조절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준의 이퀄라이저를 아득히 넘어서는, 아주 좁은 폭의 주파수 대역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끔 만든 최상급 이퀄라이저이다. 십여 년 전만해도 한 대에 300만원 이상씩 하던 스튜디오급 음향 장비였던 것은 물론 요즘 최신 음향 기기에도 이 기능이 적용된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KSE1500은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상당할 제품이라는 생각이다.
10Hz-50kHz의 광대역 재생.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일반적으로 20Hz-20kHz)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대역이라니 클래식 애호가로서 숫자만 보고도 초 고역에 대한 기대가 생겨 빨리 들어 보고자 하는 생각에 설렐 정도였다.
KBS 클래식 FM <장일범의 가정음악>과 MBC <TV 예술무대>를 진행하고, 음악 강의를 준비하고 콘서트에서 해설을 하다 보니 사실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음악을 들어야만 한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이번에는 작정하고 슈어의 KSE1500으로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 봤다. 역시나 그 남다른 주파수 재생 대역처럼 KSE1500은 초 고음역대에서 훌륭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샤워할 때도 틀어 놓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홀’에서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을 재생해 봤다. 먼저 가장 최근에 베를린 필이 공연한 인도 뭄바이 출신 지휘자 주빈 메타와 전설적인 시타르 주자 라비 샹카르가 작곡한 시타르 협주곡 2번이었다. 라비 샹카르의 딸인 아누슈카 샹카르가 시타르를 연주했는데, KSE1500을 통해 들은 그 음원은 이전에 이미 수백회를 들었던 익숙한 음악이지만 영롱하면서 신비로운 음을 팔레트에 흩뿌리는 것 같았다. 시타르의 음이 더욱더 부각되고 공간을 울리는 잔향감이 배가되어 ‘내가 항상 듣던 그 음원이 맞는가?’ 할 정도로 화사한 음이 연이어 들려 매우 놀라며 소리가 주는 황홀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 중에서는 먼저 고전주의 음악 중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마리안느 토르센이 바이올린 솔로를 연주하고 트론헤임 솔리스츠가 연주한 고품질 음원으로 들어 봤다. 바이올린 솔로는 청명하고 산뜻하게 울려 퍼지며 아주 기분 좋은 고음을 구사했다. 특히 KSE1500이 고음에서 초 고음에 이르기까지 일그러지는 현상 없이 재생해 내 깨끗하고 쫄깃하게 표현되는 바이올린과 마치 콘서트홀에 들어가 있는 듯 특히 쳄버 오케스트라의 악기 간 거리감과 입체적인 느낌이 매우 잘 살아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의 예쁜 음색을 출중하게 구현해 내 기분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느낌이랄까. 마그니피카트(Magnificat)도 들어 보았다. 소프라노 아르네센의 따뜻한 음색과 니다로스도멘스 옌테코르의 부드러운 합창이 트론헤임 솔리스트들의 현악과 어우러져 산들산들 어울리게 둥그렇게 퍼져 나간다.


다시 필자가 요즘 가장 많이 애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베를린 필의 디지털 콘서트홀 중에서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어 본다. 고음역대가 특별하던 점에 더해, 저음역을 다루는 팀파니의 말렛이 두드리는 소리도 선명하고 리듬감 있게 구현되었다. 고역대가 선명해지면 저음역대도 깔끔해지는 것인가? 오보에의 곡 중 솔로도 빼어나게 표현되고, 특히 교향악을 들었을 때 고음을 내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같은 목관 악기들의 음색이 오리지널에 가깝게 표현되며, 투티로 모든 현악기와 관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부분도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실황, 수천만 원대의 스피커 시스템을 제외하고 최근에 이러한 즐거운 음악 감상을 한 적이 있었던가? 꽤 오랜 시간 음악 감상을 했지만 귀의 피로감은 없었다. 오히려 익숙한 음악이지만 새로운 것을 듣는 듯, 여러 가지 음악을 허겁지겁 연이어 찾아 듣는 내 모습에 웃음까지 나왔다.
클래식 악기의 제왕이라고 할 만한 피아노의 음색도 듣고 싶어서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 봤다. 베를린 필의 작년 제야 음악회 가운데, 러시아의 신성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 협연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었는데, KSE1500을 통한 피아노 음색은 매우 명료하며 해머가 스트링을 터치하는 느낌까지 눈앞에 그려지며 음악 자체에 빠져들 수 있게 해 준다. 또 피아노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부분부터 다채롭고 화려한 음색까지 박진감 있게 표현하는데, 넓은 다이내믹스를 갖춘 정전형 타입 드라이버를 사용한 장점이 여기에서 도드라진다. 이후에 어우러지는 금관도 든든히 뒤를 받쳐 주는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연주를 듣는 내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전반적으로 고음역대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성악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소프라노 아나 두를롭스키가 부르는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가 내 마음속에 들끓고 있네’에서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마음껏 발산하게 해 주며 고공비행하게 해 주었고, 나탈리 드세가 부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에서는 현실과 광기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루치아의 애절한 슬픔을 입체적으로 빼어나게 들려주어 제품의 고음과 저음을 따지는 수치상 스펙은 이미 잊고 음악 자체에 빠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클래식 장르에 있어서는 베이스가 강조되거나 하는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전 대역을 가감 없이 재생해야만 콘서트홀에서 직접 듣는 느낌(모든 상업 음향 기기의 염원인)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 작은 차이를 위해 홈 오디오 애호가들은 얼마나 많은 비용을 기기 구매를 위해 지불하고 있는가? KSE1500은 폭발적인 다이내믹스를 자랑하는 부담스러운 기기라고 생각되지만 포근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귀에 착 감기는 스타일의 소프트한 장점도 지닌 야누스와 같은 매력이 있는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좋은 어쿠스틱의 콘서트홀의 현장감을 매우 정교하게 살려 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슈어의 수입사인 삼아프로사운드에서 3월 중순부터 4월말까지 서울·경기 지역의 고객을 대상으로 KSE1500 VYP(Visit Your Place) 프라이빗 청음 이벤트를 제공한다고 하니 청음 숍에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 분들이나 클래식 애호가 분들은 직원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KSE1500을 직접 청음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슈어의 제품들은 항상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방향을 바꾸어 왔다. 저렴한 오픈형 제품들이 주류였던 이어폰 시장에 홀연히 나타나 조용하지만 강한 충격을 주어 이후의 타 제품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현재 밀폐형 이어폰 제품이 시장의 주가 된 상황을 선두에서 지휘해 왔다. 또한 슈어는 음향 기기 전문 제조사답게 오직 음질만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묵묵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으며 KSE1500은 그 슈어의 최전방에 선 최고급 모델이다. 음악의 본질만을 위해 정진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클래식 음악과 KSE1500은 닮아 있다. *촬영 장소 | 오드 메종

수입원 삼아디엔아이(주) (02)6677-7667
가격 395만원   트랜스듀서 타입 정전형    커넥터 타입 LEMO 커넥터    주파수 응답 10Hz-50kHz   최대 감도 113dB   지원 24비트/96kHz   아날로그 입력 3.5mm×1   디지털 입력 USB Micro-B   이퀄라이저 4-Band 파라메트릭   S/N비 107dB 이상    게인 조정 -40dB~+60dB   크기(WHD) 5.9×11.1×2.1cm    무게 44g(이어폰), 182g(앰프)

53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4월호 - 53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