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설계로 과거 기술 성능을 뛰어넘다


대신 홈페이지에는 이 제품이 전통적인 래더 DAC 방식을 USB DAC에 적용한 유일한 제품이고,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소리라는 문구가 복잡한 용어와 함께 적혀 있다. 모든 오디오 업체 홈페이지에 공통되는 사항, 간단히 무시하는 문구들이다. 하지만 몇 시간 초도 시청을 하고 나는 다시 이 글을 읽어보게 되었다.말처럼 이전 들락거린 수많은 DAC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음색이다. 그냥 조금, 음색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앰프로 치자면 하이엔드와 3극관 빈티지, 그 거리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십수 년 전 자취를 감춘 고급 TR의 느낌도 조금 난다. 기존 DAC와는 가는 길이 완전히 달라서, 나는 이 제품을 막 연결하고 지금 나오는 소리가 아마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아 내 PC에 연결된 AV용 서브로 쓰는 십수 년된 보스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인 줄 알았다. 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나오는 USB DAC가 델타 시그마 방식이라 한다. 설명한 특성 모두 수긍이 가는 말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직진성도 좋고 깔끔하고 고음이 올라가면서 그 뻗힘이 짜릿하고 배경도 깨끗하다. 경험상, 특히 최근의 어느 정도 기본만 되는 USB DAC는 모두 이 같은 특성을 가진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듣고 있으면 고급스런 느낌, 정감 어린 느낌, 따뜻한 인간미에 넘치는 소리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런 느낌을 내주는 것들은 엄청나게 고가의 하이엔드 업체의 DAC였던 것이다. 주변에 오디오를 좀 오래했다는 사람 중 PC 오디오에 회의적인 사람은 대부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그 동안 래더 DAC(회로도가 마치 사다리처럼 생겨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를 활용한 USB DAC가 나오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가격 경쟁력이 없고, 또 이에 따라 고 비트의 칩이 개발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파이어버드 DAC에는 아직 나오는 아날로그 디바이스 사의 16비트 칩을 채널당 2개 사용하여 24비트를 뽑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제작자가 밝힌 개발 방향대로 원하는 음이 나왔다.

우선 어둡다. CD나 LP에 비해 절대적으로 어두운 건 아니고, 파일을 통해 내 오디오가 만들어 낸 소리 중 가장 어둡다는 이야기이다. 걱정이라고는 하나 없이 발랄하던 음색들이었는데, 처음으로 FLAC이란 것이, 또 WAV라는 파일이 어두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굵다. 묵직한 현의 까실한 감촉이 나와 준다. 물론 몇몇 DAC에서 들려주기는 하였지만 이 정도의 질감은 아니었고, 이 정도의 가격대 제품도 아니었다. 덕분에 종일 틀어 놓아도 피곤함이 없다. 대신 잃은 것도 있다. 팸플릿에는 소리의 호방함과 대편성에 어울린다는 말이 있지만 세밀한 해상력, 빠른 스피드가 만들어 내는 다이내믹한 쾌감은 떨어진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동일 음악의 16비트/44kHz와 24비트/192kHz를 틀었을 때, 편차는 다른 DAC보다 훨씬 적었다. 하지만 나는 이 파이어버드 DAC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밝고 해상도 높은 소리, 다이내믹한 소리를 내는 DAC는 100만원 안팎에도 널려 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을 가진 소리를 내는 DAC의 존재는 거의 없다. 그리고 제작자가 말한 목표와 나오는 소리가 일치하는 몇 안 되는 오디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기존의 어떤 제품을 들어도 만족스럽지가 않았고 추구하는 바가 위에 설명한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이 제품 들어보기를 권한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음색, 아직 내가 들어본 제품 중에는 이 파이어버드 DAC가 유일한 존재이다.

제조원 반오디오 (02)515-7530가격 450만원 DAC 아날로그 디바이스 AD1851RZ ×4 DSP Xilinx Spartan FPGA ×16 오버샘플링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1, Toslink×1, USB×1 출력 전압 2.2V(RCA), 4.4V(XLR)
다이내믹 레인지 120dB 크기(WHD) 43.6×5.4×3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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