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은 오디오 제품도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시절인지라 특별히 두드러지는 제품이 흔치 않다. 대부분 들을 만해진 시절이 된 것이다. 그래도 가끔씩 가슴이 철렁해질 때가 있다. 작년을 통틀어 스피커로 그런 가슴 철렁했던 대표적인 제품이 퍼리슨 오디오(Perlisten Audio)라는 처음 듣는 제작사의 S7t라는 제품이었다. 납작하면서도 면적이 큰 혼 가운데 조그마한 트위터를 배치하고 다시 그 위 아래로 구멍 숭숭 뚫려 있는 곳에 미드레인지를 내장한 생소한 제품이었다. 덩치도 크고 만듦새도 훌륭했는데 가격도 괜찮았다. 요즘은 억대 오디오 제품도 흔하기 때문에 이것도 엄청나겠다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일급 만듦새였는데 가격은 그 절반. 건성으로 소리를 울려 보고 나서 몇 분도 되지 않아 ‘아니 세상에 이런 스피커가…’ 하며 귀가 부르르 떨렸던 그 기종이다. THX 인증도 가히 전설적. 그 이후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마니아들의 폭풍 같은 갈채 속에 화제의 신제품으로 떠오르면서 이 제작사는 그야말로 단숨에 미국 대표 제작사가 되고 말았다.

동사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디오 생태상 당연히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는데, 플래그십인 S시리즈 뒤를 이어 대중적인 R시리즈가 등장하더니 서브우퍼만 만드는 D시리즈도 등장, 그다음 발표한 것이 시청기가 포함되어 있는 A시리즈이며 4기종이 이 시리즈에 수록되어 있다. 체형과 만듦새는 그야말로 퍼리슨 제품의 정통 스타일이지만 보급기 시리즈답게 가격대는 획기적이다. 허를 찌르는 제품이 될 것 같다.

사실 첫 제품 S7t를 들은 이래 등장한 여러 파생기를 들어 봤지만 첫 경험이 워낙 강렬했던지라 다른 제품들은 얼른 귀에 와닿지 않았다. 다만 가격대를 낮추려니 당연히 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제작사의 심볼은 2.8cm의 베릴륨 돔 트위터를 중앙에 두고, 그 위·아래에 뽁뽁이라고 부르는 에어캡처럼 구멍 뚫린 곳에 2.8cm의 Textreme TPCD 초경량 돔 미드레인지 유닛을 배치한 DPC(Directivity Pattern Control)-Array라는 독특한 기술인데, A시리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동등한 효능을 얻기 위해 최상의 설계를 했다는데, 현재 홈페이지에서도 그 상세한 기술적 배경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과 대등한 소리를 저렴한 가격대 기종으로 도전한다는 그런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강렬하다.

A시리즈는 퍼리슨 오디오가 출시한 스피커 중 가장 저렴한 제품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능이 대폭 떨어지거나 타협된 제품은 아니다. 디자인 철학, 제작 품질,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집중을 그대로 이어받은, 세심하게 설계된 제품군이다. 이 시리즈 역시 OEM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캐비닛 설계부터 트랜스듀서 개발, 소재 선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사에서 직접 했으며, 3년 이상의 개발 시간이 소요되었고, 3가지 음향 원칙, 즉 디테일, 다이내믹스, 그리고 낮은 왜곡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적 정밀 측정과 청취 테스트를 모두 적용했다고 한다. 실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는데 직접 들어 보면 그것을 실감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복합 소재인 합성 테테론(Teteron)을 사용하는 35mm 돔 트위터를 커스텀 웨이브가이드에 장착했다. 이 트위터는 돔에 폴리에스터 섬유의 한 종류인 테테론을 사용했으며, 웨이브가이드는 트위터에서 방사되는 소리를 제어하도록 정밀 설계되어 더 넓은 청취 영역에서 음색 균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결과 매우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구현, 최적의 위치에 앉아 있든, 측면에 앉아 있든 자연스럽고 고른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는 215mm 크기의 매우 단단하면서도 초경량의 카본 파이버 다이어프램을 사용, 모터 구조는 리니어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크로스오버는 스피커의 핵심 부품으로 모든 음향 신호를 적절하게 드라이버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고가의 공심 인덕터를 사용한 것이 특징. 캐비닛은 견고한 브레이싱과 댐핑 처리를 했고, 일반 MDF보다 35% 더 밀도가 높은 HDF를 사용했다. 아름다운 전면 배플은 두께가 50mm로 매우 두텁고, 특수 설계가 적용된 전면의 직사각형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도 인상적이다.

시청기 A4t는 A시리즈 중에서 최상위 모델로 2.5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로 되어 있다. 시청해 보면 퍼리슨 오디오 특유의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와 함께 아주 섬세하고 해상력이 두드러지며 매우 섬세한 고역 확장이 탁월한 것을 할 수 있다. 특히 특징적인 음색과 밸런스가 일품이며, 강약의 절정감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실력을 지녔다. 어떤 음악에서도 선명·장쾌한 음을 들려주며 약간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어 오히려 상급기를 능가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 특징.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의 수준기는 결코 흔하지 않을 것이다. 퍼리슨 오디오의 정석이며 새로운 사운드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시종일관 보여 주고 있다. 고급스러운 만듦새, 거치의 위풍당당, 사운드의 장쾌하고 섬세함과 아름다움 등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 기종과 동급의 수준에 올라 있는 제품.

가격 1,120만원
구성 2.5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3) 21.5cm 카본 파이버, 트위터 3.5cm 컴포지트 테테론 돔
재생주파수대역 35Hz-27kHz(-6dB), 28Hz-27kHz(-10dB)
출력음압레벨 88.6dB/2.83V/m
임피던스 4Ω, 3.1Ω(최소)
권장앰프출력 50-350W
크기(WHD) 28×128.5×45c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