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벡터(Audiovector)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었으며 1979년 설립되었으니 이제 상당한 연조가 되었다. 그러나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모든 제품을 자체적으로 설계, 개발 및 생산하는 가족 소유 기업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특이한 제작사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가족 기업은 신뢰도가 높다. 초심을 가지고 있으며 당연히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또 개성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대를 물리는 가족 기업이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일본에는 3대를 이어 가는 자그마한 초밥집 같은 것도 흔하다. 아들에게 초밥집을 물려주면서 훈련을 시키는데, 처음 3년은 홀 서빙, 그 다음 3년은 밥 짓기, 그 다음에 비로소 초밥을 쥐는데 한 번 쥘 때 밥알이 몇 개 들어가는가를 시험하는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시청기는 오디오벡터의 최신 시리즈인 QR SE 시리즈 중 플래그십 기종. 이 시리즈에는 크기가 각각 다른 모델이 7개, 즉 QR7 SE, QR5 SE, QR3 SE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와 QR1 SE 북셀프 스피커, 그리고 센터와 온 월 스피커, 서브우퍼가 포함되어 있다. 즉, 완벽한 홈시어터를 구비할 수 있는 시리즈이다.

시청기 QR7 SE는 시리즈 최상위 모델답게 8인치 크기의 3중 샌드위치 진동판을 사용하는 퓨어 피스톤 듀얼 마그넷 베이스 드라이버 2개와 6인치 퓨어 피스톤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2세대 골드 리프 에어 모션 트랜스포머(AMT) 트위터를 채용한 3웨이 4드라이버 베이스 리플렉스 디자인이며, 전작을 개선시킨 SE(스페셜 에디션) 모델이다. 금색 황동 배지가 부착된 SE 버전의 개선점은 꽤 많은데 줄줄 나열하면 이렇다. 자체 설계한 새로운 커패시터를 사용해 고음이 더 선명해지고 디테일도 개선되었고, 금속 하우징 저항을 사용해 방열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내부 배선을 극저온 처리된 순동선으로 변경했고, 나노 포어(Nano Pore)라는 댐핑 소재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중음역대의 개방성을 강화했고, 베이스 포트를 최적화해 정확도를 높였으며, 미세 조정이 더 쉬운 새로운 스테인리스 스틸 고급 스파이크를 채용하는 등 달라진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인클로저 마감은 화이트 실크 컬러인데, 다크 월넛과 블랙 피아노 컬러로도 출시되고 있다.

이 스피커는 특별한 것 하나가 눈에 띄는데, 바로 AMT 앞에 있는 로즈 골드 도금된 분산 망이다. 이것은 S-Stop 필터라고 하며, 녹음 시 사용되는 팝 필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치찰음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드라이버도 특별한데, 기왕의 이전 시리즈 제품에서 다소 딱딱한 음감이 나타난다는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항공 우주 등급 알루미늄의 강도와 부드러운 소재의 뛰어난 내부 감쇠 특성을 결합한 새로운 샌드위치 멤브레인을 개발, 왜곡을 매우 낮춘 3층 샌드위치 멤브레인이 탄생했다.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드라이버 모두 두 개의 얇은 알루미늄 껍질 사이에 댐핑 재료 층이 샌드위치된 복합 콘으로 되어 있으며, 높은 수준의 강성과 낮은 공명을 결합하는 기술인데, 풍부한 디테일과 함께 해상도가 증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바닥에 있어서 메인 캐비닛과 그것을 지지하는 받침대 사이의 작은 틈새를 통해 배출된다. 이 위치도 독특하다. 이러한 배열은 스피커 배치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시청 위치에 따라 달리 각도를 맞추는 데도 까다로운 스피커가 많지만 시청기는 그런 면에서도 상당히 자유롭다. 이는 AMT 트위터의 넓은 분산 효과 때문.

이 제품의 또 하나 주요한 미덕은 덩치가 대형이지만 감도는 90.5dB이라는 것. 그래서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도 상생이 좋고 보통 인티앰프와도 잘 맞는다. 스피커가 가리는 앰프가 없다는 것은 굉장한 미덕이다. 어떤 사람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과 까다로워 어울리는 사람이 적은 그 차이는 결과가 크다. 또한 감도 수치가 높아도 정작 울려 보면 뻑뻑한 경우도 많지만 시청기는 국산 인티앰프인 하이파이 로즈 RA280과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울렸다.

QR7 SE의 주파수 응답은 23Hz-52kHz인데, 저역 반응이 몹시 섬세하고 깨끗해 보컬의 미세 배음이 쉽게 감지되며, 52kHz까지 뻗는 정교한 AMT 트위터의 조합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거친 치찰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 시 이보다 두서너 배쯤의 가격으로 알고 들었다. 그런데 실제 가격을 알고 보니 더욱 놀랍기 짝이 없다. 북구 제품들이 호화 고가 기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점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형 기종이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가진 분들에게 훌륭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중간 크기의 본지 시청실에서 볼륨을 키우면 마치 극장 사운드처럼 휘감아 도는 맛이 대단하다. 소음량으로도 정확한 해상력과 함께 깨끗·미려함과 자연스러움은 괄목할 만한데, 이 가격대의 대형기로 이 정도 고급스럽고 우아한 만듦새의 제품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감탄한 것은 재즈 보컬을 들었을 때 그 배음의 해상도. 몇 배 더 비싼 스피커와 역시 고가의 앰프로 울렸을 때의 음감과 흡사하기 짝이 없다. 북구의 양식과 가족 기업의 순수한 기술력으로 만들어 낸 근래 보기 힘든 역작이다. 어떤 곡을 울려도 그 강력한 흡인력! 뿜어내는 듯한 배출력! 경이롭다.

가격 795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Q-Port)
사용유닛 우퍼(2) 20.3cm 퓨어 피스톤, 미드레인지 15.2cm 퓨어 피스톤, 트위터 골드 리프 AMT(S-stop)
재생주파수대역 23Hz-52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25Hz, 3kHz
출력음압레벨 90.5dB
임피던스 6Ω
파워핸들링 330W
크기(WHD) 25×114×4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