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칼리버, 크루세이더, 탈리스만, 이퀴녹스, 사브레. 한때 드높은 명성을 자랑하던 영국 하이파이 스피커, 루악 어쿠스틱스의 대표 스피커들이다. 하이엔드부터 입문형 스피커까지, 다양한 모델을 갖춘 스피커 전문 업체 루악(Ruark)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변신을 시작했다. 아이팟, MP3,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 시대를 겨냥, 전통 하이파이 대신 훨씬 폭발적 성장세의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신개념 올인원 스피커를 내놓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비타 오디오(Vita Audio)라는 이름으로 하이파이 스피커와 분리된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지만, 시장의 미래가 이쪽이라는 판단과 함께 모체인 루악 어쿠스틱을 루악 오디오로 사명을 바꾸고. 고급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를 회사 전면에 내세웠다. DAB 라디오부터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스트리밍 오디오에 이르는 루악의 R 시리즈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세계적 명성과 고급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루악 오디오는 엔트리 모델이자 라디오인 R1을 시작으로, R2, R3, R4, R5 등의 올인원 뮤직 시스템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이를 극대화시킨 플래그십 모델 R7 하이엔드급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후 MK2, MK3 같은 후속 버전업 모델들이 등장했으나 코로나 기간 동안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R4, R5, R7 등의 프리미엄 라인은 단종시키고, 기존 R 시리즈보다 훨씬 고급화된 새로운 하이엔드 라인업을 내놓게 되었다. 2024년 봄, 공식 출시된 100 시리즈 모델인 R810과 R410은 기존 R7, R5의 후속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말이 업그레이드이지, 사실 완전히 설계가 다른 새로운 제품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dCS, 소너스 파베르, 다인오디오 등의 하이엔드 소스기기와 스피커에 탑재된 최고급 스트리밍 모듈인 스트림 언리미티드의 솔루션을 탑재한 점이다. 다인오디오의 포커스 시리즈에 탑재된 모듈과 DSP의 솔루션이 그대로 사용되어, 기능이나 스트리밍 성능은 포커스의 그것과 똑같다. 크롬캐스트, 에어플레이 같은 기본 스트리밍 프로토콜에서부터 멜론, 지니, 벅스, 타이달 커넥트, 스포티파이 커넥트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네이티브 재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DLNA와 블루투스 오디오, 그리고 국내 공중파 라디오의 인터넷 라디오 재생까지 가능하다. 또한 HDMI(eARC)를 통해 TV의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사운드 재생뿐만 아니라 순수 32비트/384kHz 사양의 고해상도 음원 재생까지 가능하다.

R810과 R410의 성공에 힘입어, 이 뛰어난 스트리밍 엔진을 올인원 스피커를 넘어 루악의 전통 브리티시 하이파이 스피커로 이식시키려는 프로젝트를 기획, 일체형 스피커가 아닌, 스피커와 앰프 구성의 분리형 하이파이 시스템 R610 뮤직 콘솔과 사브레-R(Sabre-R) 스피커가 탄생했다.

사브레-R은 국내에서 사브레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40년 전, 루악 스피커의 대표 북셀프 스피커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모델이다. 현대적인 루악의 새 디자인, 우드 슬릿을 가미한 소형 2웨이 북셀프로 26mm의 실크 돔 트위터와 6인치 자연 섬유 소재 콘 미드·베이스로 감도 86dB의 스펙을 갖는다. 루악의 브리티시적 사운드를 스트리밍 기반의 현대 음악 재생에 최적화시킨 설계가 사브레-R의 핵심이다.

사브레-R과 짝을 이루는 뮤직 콘솔 R610은 R810, R410의 스트림 언리미티드 솔루션에 채널당 75W 출력의 클래스D 앰프를 추가했다. R610과 사브레-R의 조합은 마치 다인오디오 포커스 50의 엔진에 스피커를 다인오디오 대신 사브레-R로 교체한 것과 같다. 루악에 따르면 꼭 사브레-R이 아니라, R610에 자신이 선호하는 다양한 스피커들을 선택하여 음악을 즐기는 것이 설계 의도 중 하나라고 한다. 즉, 굳이 사브레-R이 아닌,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시리즈나 스페셜 40 같은 타 브랜드 스피커도 R610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브레-R과 R610 세트는 높은 명료도와 경쾌하고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소형 북셀프이지만, 저음도 꽤 임팩트 있는 편. 펀치력과 함께 웬만한 아파트 거실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울림이 제법 크게 느껴진다. 깨끗하고 투명한 스테이징에 중역대의 충실도가 높아서 음악의 정보량이나 밀도, 색채 같은 부분들이 아낌없이 전해질 정도. 고역의 선명도가 뛰어나지만 루악의 전통적 특징에 걸맞은, 공격적이거나 강성 기류가 없는 자연스러운 디테일 표현과 편안한 사운드가 이 매력적인 시스템의 커다란 장점이다. 한 마디로 음악을 음악답게 듣게 만드는 재주가 출중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보컬 같은 대중적 녹음들뿐만 아니라 어쿠스틱한 재즈나 클래식 녹음에서도 가격 이상의 훌륭한 음악적 사운드가 빛을 발한다.

R610, 그리고 루악이 40년 만에 부활시킨 새 스피커 사브레-R은 현대적 변신에 성공한 루악 오디오에 루악 어쿠스틱의 전통적 하이파이 가치를 더하여, 스트리밍, 블루투스, 그리고 TV 같은 미디어들의 사운드를 음악적으로 연출해주는 현대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의 결정판이다.

Ruark Sabre-R
가격 155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cm 파이버 콘, 트위터 2.6cm 실크 돔 재생주파수대역 50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2kHz 출력음압레벨 86dB/W/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25-100W 크기(WHD) 17.5×29×21.5cm 무게 5kg

Ruark R610
가격 285만원 실효 출력 75W, 클래스D 디스플레이 5인치 컬러 TFT 디지털 입력 Optical×1, USB C×1, HDMI(eARC)×1, Network×1 아날로그 입력 RCA×1, Phono(MM)×1 아날로그 출력 RCA×1 서브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2Hz-22kHz(+0, -3dB) 네트워크 지원 스포티파이/타이달 커넥트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5.1, aptX HD/AAC) 크기(WHD) 30×9.5×28cm 무게 4.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