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써왔던 소타 턴테이블이 탈이 났다. 회전 불량과 수평 불량으로 오버홀을 받았는데, 이제 아예 회전판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문의해 보니 모터가 나갔다는 진단과 오버홀을 하면서 잘못되었을 수가 있다는 등 여러 의견이 있어서 차분히 수리를 해 보기로 하고, 그 핑계 삼아 비싸지 않은 서브를 한 기종 찾았다.미국의 전문지 스테레오파일에 B등급으로 올라 있는 제품인 프로젝트 오디오 10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턴테이블 가격도 천정부지인데 다행히 중간 가격대에 모양도 마음에 들어서 할부로 들여놨는데, 우연히 국내 한 전문지에 시청평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해상력이 뛰어나며 파워나 저역도 탄탄하고 매끄럽다는 그런 호평과 함께 단점으로는 소리가 다소 협소해 현 독주나 성악에는 별로 맞지 않다고 써 놨다. 성악과 현을 집중적으로 들어 보니 역시 그 말이 맞았다. 해상력은 만족스러웠지만 성악이나 현의 실내악으로는 상당히 아쉬워지는 것이다. 소리가 깨끗한 제품은 다소 날카로운 것이 태생이련가.젊었을 때처럼 경망하게 금방 내칠 수도 없고, 이것도 내 식구려니 하고 아쉬운 대로 듣고 있는 지 5년째가 된다. 때문에 듣는 음반은 한정이 되었다. 아날로그로는 현과 성악을 잘 듣지 않게 된 것이다. 한 장밖에 없는 중량반(RCA 빅터 제작의 하이페츠 연주 크로이처 소나타)도 빈약하고 날카로운 재생 음이 나오기 때문에 아예 구석으로 들어가고 말았다.이번 달 본 시청기인 헤밍웨이의 파워 케이블도 당연히 CD 트랜스포트에 연결했다. 본 시청기도 지난 호와 마찬가지로 3종류의 단계별 시험판을 듣게 되었다. 이게 조금 더 개선된 것이라는 안내와 함께 순차적으로 3기종이 배달되었고, 단계별 약점을 개선한 끝에 드디어 3번째 버전에서 그 완성도가 확정되었다. 최종본은 온기와 윤기, 자연스러움과 해상력이 증가되어 이만하면 세계적인 어떤 파워 코드에도 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케이블 반환 전 문득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이걸 프리앰프와 포노앰프에 한 번 매어 볼까?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 봤던 생각이다. 파워 케이블 = CD 플레이어라는 공식이 고정화되어 LP로는 그동안 음질 테스트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프리앰프와 포노앰프에 연결을 한 다음 팽개쳐 놓았던 중량반 크로이처 소나타를 얹었다. 레코드가 돌아가고 소리가 나기 시작했을 때 과잉 표현을 한다면 의자에서 미끄러질 뻔 했다! 영양실조로 앙상한 이북 동포가 단연코 통통하게 잘 먹고 자란 남한 아이들처럼 바뀌어 진 것 아닌가. 뺨에 발그레한 홍조가 있고, 윤기가 흐르며, 얼굴에는 미소가 넘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최종 확정된 케이블 외에는 모두 폐기처분되어야 할 등외의 제품인데, 그런 불합격품마저도 이런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니. 현이나 성악 외에도 전체적인 사운드가 아연 확장되면서 3웨이 스피커는 대형 스피커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통만 울리는 지저분한 확장이 아니다. 생생함은 살리면서 심지가 입체적으로 피어오르고, 음장감이 확 늘어나면서 열기와 윤기가 생생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놀라운 일이다. 케이블 교체는 파워 케이블부터 라는 것을 주창하고 싶다는 것을 지난 호에서도 부르짖은 바 있거니와 그 심정이 배가 되어 이제는 궐기하고 싶은 심정.뭐 프로젝트 오디오 10이 다 좋으나 소리가 빈약해 성악이나 현 독주에는 어렵다고? 지금 기분은 그 분에게 '여보. 웃기지 마소!' 하고 싶은 것이다.
하이페츠의 연주, RCA의 녹음이 왜 명반인가를 이제 비로소 알겠다. 가슴 속을 파고 들어오는 것 같은 서주 현의 침투력, 거기에 맑디맑은 피아노의 반주. 이 곡을 연주한 다른 LP도 있어서 비교해 봤지만 완전히 족탈불급이다. 키리 테 카나와의 오베르뉴의 노래, 그뤼미오의 연주 집시의 달, 모두 훌륭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녹음 불량으로 간주되었던 음반들을 한아름 꺼내 다시 들어본다. 모두 너무도 색다른, 달콤하고 자연스러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런 것을 턴테이블의 능력 부족이라고만 여겨 왔다. 역시 한국 리뷰어의 평가보다는 미국 리뷰어들이 더 본질을 잘 집어낸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도 든다. 그런 것이 모두 이 시청기 때문이다.본 케이블은 지난 호에 소개된 헤밍웨이의 레퍼런스 파워 코드 위의 한 등급 높은 시그너처이다. 그것도 역시 3번째 진화를 한 MK3이다. 어떤 점이 레퍼런스와의 차이인지, 그리고 이번 시청기도 3회에 걸쳐 개량을 한 것인데 어떤 점을 구체적으로 손봤는지는 물어 봐도 담당 K부장은 실실 웃기만 할 뿐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제 세계적인 명 케이블의 반열에 올라와 있고 미국의 각 전문지에서도 A급 판정을 받고 있는 헤밍웨이 케이블들이 국산 기피증에 걸려 있는 국내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도 그 실상이 빨리 알려지기만을 기대할 뿐. 제조원 (주)시그마와이어랩 (02)508-46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