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ave MRE 220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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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ave MRE 220 SE
  • 장현태
  • 승인 2024.03.11 16:53
  • 2024년 03월호 (62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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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스피커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진공관 파워 앰프

독일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 브랜드인 옥타브 오디오는 차별화된 사운드와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를 기반으로 독일 진공관 사운드의 우수성을 선보이고 있다. 1968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는 동사의 경험을 짐작할 수 있으며, 현대적인 사운드 철학을 겸비해 올드 스타일이 아닌 가장 진보적인 진공관 앰프 설계와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올드하지 않다는 점이다. 항상 시대에 대응한 새로운 회로의 접목과 사운드를 통해 단순히 도이치 사운드를 넘어 옥타브 사운드 철학을 완벽히 만들었다. 그리고 동사 제품들이 모던 사운드 스타일로 인정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사의 파워 앰프 중 모노블록인 MRE 시리즈는 1994년 MRE 120을 시작으로 이후 2004년 MRE 130을 거쳐 2012년 KT120 출력관을 채용한 MRE 220으로 모노블록 진공관 파워 앰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MRE 220은 당시 새로운 출력 트랜스포머와 댐핑 능력이 뛰어난 전원부를 사용해 울리기 쉽지 않았던 웬만한 현대 중·대형 스피커들에게서 뛰어난 구동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넓은 대역 재생 능력과 견고한 저역의 댐핑 능력은 MRE 220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해 주었다.

최근 MRE 220은 새로운 SE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기존 앰프를 더욱 보완하고 특별한 기능을 추가해 더욱 강력한 모델로 선보였다. 외관이나 진공관도 동일한 것 같은데, 과연 어떤 차별화된 기능이 10여 년의 공백을 깨고 SE 버전으로 탄생시켰을지 궁금하다.

가장 핵심은 바로 댐핑 팩터 조절 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제품 뒷면을 보면 스위치로 댐핑 팩터 LOW(DF-L), 댐핑 팩터 HIGH(DF-H) 두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출고 시 표준은 DF-L 모드로 되어 있다. 이 두 가지 모드의 사운드와 특성 변화는 새로운 MRE 220 SE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소에서 실제 두 가지 모드를 정밀 측정해 보았는데, 단순히 피드백 조정만이 아니라 THD와 댐핑 팩터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사운드의 변화도 상당히 컸다.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주파수 특성에서도 중·고역의 미세한 특성 차이도 확인되었는데, 작은 변화지만 사운드로는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힌 SE 버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가지 모드는 사운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좀더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DF-L 모드다. THD 특성은 다소 손해를 보지만 오히려 사운드적인 차분함이 DF-H에 비해 뛰어나다. DF-H 모드보다 차분한 성향이며, KT120 출력 진공관의 질감을 더욱 만끽하고 싶다면 이 모드를 선택하면 좋으며, DF-L이 기본으로 MRE 220 SE가 추구하는 사운드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은 DF-H 모드다. 이 모드의 사운드는 저음이 더 넘치고, 고역은 더욱 세다. 전체적으로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기존의 MRE 220의 사운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THD 특성은 DF-L보다 좋은 반면 높은 댐핑 팩터와 일반적인 KT120 파워 앰프 스타일을 넘는 강력한 사운드는 소리가 이렇게 강렬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고, 출력관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느낌이며, 조금은 사운드가 평면적일 수도 있다. 물론 사운드의 차이는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는데, 조언을 하면 진공관 앰프의 질감은 DF-L 모드가 적합하고,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에 익숙하다면 DF-H 모드가 오히려 접근성이 좋을 수 있다.

시스템의 기본 성능을 간단히 살펴보면, ECC802(12AU7) 2개를 초단용, 6SN7을 드라이브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최대 출력은 4Ω 기준 200W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THD 특성과 SNR 역시 진공관 앰프로는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 이 밖에도 MRE 220 SE는 2.5Ω 스피커 임피던스까지 안정적으로 동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피던스가 낮은 대형 스피커와의 매칭도 어려움이 없다. 특히 동사는 출력 트랜스포머 기술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MRE 220 SE에 사용된 코어는 PMZ로 1장의 스틸 형태로 에어 갭이 없어 자기 밀도와 왜곡 및 효율 면에서 뛰어나 출력을 향상시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입력단에 밸런스 입력 트랜스를 탑재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기본 세팅인 DF-L 모드를 선택했고, 동사의 HP700 SE 프리앰프와 소너스 파베르 세라피노 G2를 세팅해 리뷰를 진행했다. 보컬 곡은 앤 비송이 부른 ‘Little Black Lake’를 선곡해 보았다. 비숑의 목소리에는 완급 조절이 느껴지는 순발력 있는 에너지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피아노 반주는 투명도가 강조되어 또렷이 표현되었다. 리버브 잔향이 적당하게 표현되어 음의 혼탁함은 없었는데, MRE 220 SE와 HP700 SE의 조화가 만들어 낸 성향이다.

밴드 연주 곡으로 포플레이의 ‘101 Eastbound’를 들어 보았다. 킥 드럼과 베이스 기타의 움직임에 집중해 보면 MRE 220 SE의 성향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드럼의 반응은 진공관 앰프로서는 상당히 빠른 반응이고, 밴드 연주 전체 악기의 균형감은 여유 있는 댐핑 능력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어 에너지 넘치고 역동적이었다.

MRE 220 SE는 대역 표현력이 정확하고 음의 충실도가 뛰어난 앰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구동력이 부족한 앰프들에서 들을 수 있는 쉽게 풀어지는 저역은 MRE 220 SE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일반적인 진공관 푸시풀 앰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댐핑 능력과 임팩트를 강조한 강력한 저역이 특징이다. 여기에 기존 MRE 220에서 사운드가 다소 건조할 수 있었던 부분들을 상당히 순화시켰다. 이런 장점들은 일반적인 진공관 앰프로는 구동하기 쉽지 않은 하이엔드 중·대형기와의 매칭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사용하는 스피커의 크기와 SPL을 고려해 DF 선택 스위치를 효과적으로 세팅한다면 MRE 220 SE 앰프의 능력을 더욱 잘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SE 버전은 작은 변화로 큰 만족감을 선사해 준 성공적인 파워 앰프라고 할 수 있다. 


가격 3,700만원(KT88C), 3,900만원(KT120)   
구성 모노블록   
사용 출력관 KT120C(KT120)×4, ECC802(12AU7)×2, 6SN7×1
실효 출력 200W(High), 140W(Low)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70kHz(-3dB)   
S/N비 -116dB   
게인 +29.5dB  
입력 임피던스 50㏀(RCA), 25㏀(XLR)   
크기(WHD) 48.8×22.9×41.2cm   
무게 29.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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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3월호 - 6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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