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Fenes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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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Fenestria
  • 김편
  • 승인 2019.02.01 00:00
  • 2019년 2월호 (55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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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스민 창의적 디자인, 스피커가 사라졌다!

처음부터 안길이가 깊은 무대가 조용히 펼쳐진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깨끗하고 순결하며, 코러스는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로 결이 곱다. 무엇보다 우퍼 4발을 갖춘 대형 스피커가 첫 곡부터 공간과 음악만을 남겨둔 채 사라진 점이 놀랍다. 특히 저역에서의 이질감이나 혼탁함, 애매함이 전혀 없다.

역설적이지만 스피커는 잘 만들수록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 지금 귀에 닿는 이 소리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모를 때가 최선이다. 그냥 무대와 악기들만 등장시킨 채 자신은 슬쩍 사라질 때 스피커는 가장 멋지다. 각 유닛이 ‘나, 여기 있어요’라며 아우성치는 스피커, 소리가 유닛과 인클로저에 달라붙어 좀체 기어 나오지 않는 스피커, 아무리 비싸고, 아무리 첨단 기술을 투입해도 그런 스피커는 하급이다.
시청기인 영국 PMC의 페네스트리아(Fenestria)는 이런 맥락에서 진정한 ‘사라짐의 미학’을 선보인 스피커였다. 높이 170cm에 유닛이 총 6개나 달린 대형 스피커가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PMC의 트레이드 마크인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과 라미네어(Laminair) 벤트, 그리고 중·고역 유닛을 수납한 파격적인 디자인의 알루미늄 하우징과 고층 건물 제진 설계에서 착안한 TMD(Tuned Mass Damper) 패널은 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투입된 듯했다. 바로 ‘사라지다’였다.

페네스트리아는 PMC의 플래그십 스피커로 지난해 5월 독일 뮌헨 오디오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필자는 현장에서 직접 페네스트리아를 봤는데 기존 PMC 스피커와는 외모부터가 달랐다. 상위 SE 시리즈의 다부지고, 볼륨감 있는 외관이 아니라 요즘 추세인 슬림 배플이었고, 키도 엄청 컸으며, 한눈에 유닛들이 안 들어올 정도로 시스템이 복잡했다. 소릿결은 깨끗하고 고우며, 대역 밸런스가 잘 잡힌 모습이었다. PMC가 뭔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페네스트리아는 PMC가 네스트(Nest, 둥지)라고 명명한 중·고역 하우징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에 6.5인치 우퍼 2발이 각각 별도 캐비닛에 수납돼 상하 대칭으로 배열됐다. 우퍼는 IB2 SE 등에서 보이는 평평한 카본 파이버 진동판을 채택했다. 미드와 트위터는 솔리드 알루미늄 하우징에 수납됐는데, 옆에서 보면 다이폴 스피커처럼 미드와 트위터 후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트위터는 0.77인치 소노멕스(Sonomex) 소프트 돔, 미드레인지는 3인치 소프트 돔.

위·아래 우퍼 캐비닛 속에는 우퍼 후면파가 빠져나가는 총 길이 2.4m의 ATL이 들어가 있고, 그 끝에는 상어 아가미처럼 칸막이들이 나있는 벤트가 위·아래로 1개씩 달렸다. PMC가 몇 해 전부터 전 모델에 채택해오고 있는 라미네어 벤트다.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 F1 레이싱카 환기구에 적용된 에어 댐핑 기술을 응용한 것인데, 실제로 PMC 설립자인 피터 토마스 씨의 아들이자 현 PMC R&D 센터를 이끄는 올리버 토마스 씨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모터 스포츠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뒤 영국 레드불 레이싱팀에서 엔진 쪽 엔지니어링 파트를 담당했다.
양 사이드 패널은 회색 빛깔의 쿠션을 사이에 두고 본체 캐비닛과 분리돼 있다. 위·아래 우퍼 캐비닛 양 사이드에 한 장씩 붙었으니 모두 4장이다. 스피커 진동과 공진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 패널은 고층 빌딩 꼭대기에 건물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는 무거운 추를 달아 진동을 없애는 TMD 원리를 이용했다. 패널 마감은 타이거 에보니, 리치 월넛, 화이트 실크, 그라파이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네트워크 회로 기판은 분리 설치되는 바닥 플린스에 수납됐다. PMC는 전통적으로 -24dB라는 가파른 크로스오버 설계를 애용하는데, 이번 페네스트리아에도 4차 오더(-24dB)를 썼다. 플린스 뒤쪽에는 트라이와이어링 또는 트라이앰핑을 할 수 있는 4mm 헥스-로듐 도금 바인딩 포스트 3조가 가로로 나 있다. 고역과 저역 주파수 응답 특성을 3단계(+, 플랫, -)로 조절할 수 있는 노브도 달렸다.
시청에는 오렌더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ACS10, 코드의 업스케일러 Blu MK.Ⅱ와 데이브(Dave) DAC, 프리앰프 CPA 5000, 모노블록파워 앰프 SPM 1400 MK.Ⅱ를 동원했다. 오스카 모텟 합창단의 ‘Christmas Song’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안길이가 깊은 무대가 조용히 펼쳐진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깨끗하고 순결하며, 코러스는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로 결이 곱다. 무엇보다 우퍼 4발을 갖춘 대형 스피커가 첫 곡부터 공간과 음악만을 남겨둔 채 사라진 점이 놀랍다. 특히 저역에서의 이질감이나 혼탁함, 애매함이 전혀 없다.

안드리스 넬슨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브루크너 교향곡 3번에서는 대역간 이음매가 아주 매끄러운 음들이 쑥쑥 유닛에서 뛰쳐나온다. 어디에도 달라붙거나 머뭇거리지 않는 모습이 마치 빙판이나 숲속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요정들 같다. 안드리스 넬슨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의 막판 팀파니 연타는 그야말로 천둥번개 소리. 노라 존스의 라이브 음원 ‘And Then There Was You’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바로 앞에서 그녀가 노래를 부른다. 막판 길게 뿜어내는 숨결에서는 소름마저 돋는다. 맞다. 페네스트리아의 온갖 창의적 디자인은 바로 이런 소리,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PMC의 플래그십답다.

 

수입원 다빈월드 (02)780-3116   가격 7,700만원   구성 3웨이   사용유닛 우퍼(4) 16.5cm, 미드레인지 7.5cm, 트위터 1.95cm Sonomex   재생주파수대역 23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80Hz, 3.8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6dB/W/m   ATL 길이 2×2.4m   크기(WHD) 37×170×62.3cm   무게 8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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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2월호 -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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