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Audio HA-500H
상태바
Cocktail Audio HA-500H
  • 월간오디오
  • 승인 2018.12.01 00:00
  • 2018년 12월호 (55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디오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헤드폰 앰프

서울에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찬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화’는 끝나지 않았다. 서울에 더 이상 아파트들이 들어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아파트들은 초고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아 있던 단독 주택들도 층을 올려 원룸들을 만들며 세입자들을 받아들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살게 되었다. 한 가구만 살아가는 단독 주택은 이제 서울에서는 아주 귀한 존재다.
극도로 도시화된 사회는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오디오를 즐기는 입장에서 이런 추세가 별로 달갑지 않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항상 이웃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음원 파일들은 소리의 크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방심하고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큰 소리라도 나오면 황급히 볼륨을 줄여야 한다. 때문에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철저하게 차음된 리스닝 룸을 갖고 있지 못한 우리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꿈’이다.
하지만 현대의 기술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술도 함께 제공해 준다. 그것은 헤드폰이다. 헤드폰의 역사는 무척이나 오래되었지만, 극소수의 헤드폰을 제외하면 대개가 - 예컨대 공부하는 자녀를 위해 큰 소리를 내지 못할 때 - 오디오 대신 마지못해 사용되던 도구였다. 하지만 요즘 헤드폰들은 다르다. 시대가 변하면서 헤드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은 헤드폰 메이커들에게 또는 스피커 메이커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했고, 이에 따라 헤드폰들은 단지 소리를 차단하는 소박한 목적에서 벗어나 고유의 음질과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게 된 것이다. 정전형 유닛이 사용되거나, 돔형 또는 리본형, 나아가 AMT 트위터가 풀레인지 위주의 헤드폰에 장착되면서 주파수 대역은 크게 확장되었다. 또한 인간의 귀와 머리를 시뮬레이션한 과학적 결과를 토대로 가상 7.1채널 효과를 내어 3D 스테레오 재생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게 되었다. 마이크를 통해 외부의 소음을 수집해 실시간, 역위상으로 재생해 줌으로써 주변 소음을 완전히 차단시키는 ‘능동 소음 제거’ 기술도 헤드폰만이 가진 강점이다.
디지털 음원 관련 오디오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은 칵테일 오디오가 500H라는 헤드폰 앰프를 발표한 것을 보면, 칵테일 오디오도 앞서 언급한 ‘압력’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칵테일 오디오는 요즘 프로 시리즈를 출시해 호평을 받으며 하이엔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500H가 X45 Pro와 X50 Pro를 꼭 닮은 두꺼운 알루미늄 패널과 견고한 만듦새, 그리고 고급 단자들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면, 500H는 프로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개발된 제품일 것이다.

500H를 명확히 규정하면 아날로그 프리앰프 회로에 DAC를 포함한 헤드폰 앰프다. 놀랍게도 500H에는 칵테일 오디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기술적 자산 -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 중 어느 것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즉, 이 기기는 칵테일 오디오로서는 네트워크와 디지털 기술로 특화되지 않은, 최초이자 이례적인 ‘일반’ 헤드폰 앰프이며, 때문에 이 제품에는 칵테일 오디오의 자신감이 깊게 드러난다.
외관부터 보자. 사이즈가 작은 만큼 앞모습은 프로 시리즈의 당당함보다는 귀여움과 야무짐을 느끼게 한다. 튼튼하면서 정밀한 만듦새는 기본, 디자이너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런 디자인이다. 패널 양쪽에 볼륨과 기능 노브를 사용한 것은 칵테일 오디오 초기 제품부터 적용된 전통. 서버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화면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새로 디자인되었는데, 검정 바탕에 흰색 텍스트는 아주 깔끔하며, 해상도도 높아서 고급스럽게 보인다. 특히 화면 하부에 정교하게 그려 놓은 아날로그 레벨 미터도 ‘보는’ 재미를 선사할 듯.
뒷면을 보면 아날로그 입력으로 RCA, XLR 단자가 있고, 디지털 입력으로 광과 동축, AES/EBU, 그리고 HDMI를 갖고 있으며, USB B 단자를 통해 PC와의 직결도 가능하다. 출력은 아날로그만 지원하며 뒷면에 RCA와 XLR이 있고, 전면에는 헤드폰 연결을 위해 6.5mm 단자와 4핀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어댑터를 쓰지 않고 토로이달 트랜스를 포함한 본격적인 전원부를 내장하고 있는 것도 이 크기의 제품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이다. 어댑터를 사서 쓰면 안전 인증 문제에서 자유롭고 비용도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H보다 더 작은 소형 기기 N15D도 내부 전원부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칵테일 오디오의 철학인 것 같다. 전원부 성능의 중요성과 아울러 애호가들이 전원 케이블을 바꾸며 누리는 작은 재미를 분명히 존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부 부품 하나하나는 이전 제품들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것들인데, 핵심이 되는 부품인 DAC는 ESS 테크놀로지의 사브레32 ES9018K2M을 채널당 하나씩 사용해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칵테일 오디오에서 느닷없이 아날로그 레벨 미터로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이유는 단지 모양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500H가 진공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공관을 사용하는 DAC나 헤드 앰프들은 지금도 제법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제조된 많은 제품들은 대개가 6J1이나 6J9, 6N11을 쓴다. 이런 진공관들은 전원으로 어댑터를 쓰는 소형 기기에 맞춰 중국에서 새로 제작된 것들로서 고급 관으로 교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500H에 사용된 진공관은 ECC82(12AU7)로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며, 따듯하고 아늑한 소리를 내는 유서 깊은 쌍 삼극관이다. 오래전부터 많은 브랜드가 생산하고 있으므로 예컨대 텔레풍켄으로 교체해 고역의 해상도를 향상시키는 등의 시도는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쌍 삼극관이어서 진공관을 하나만 사용해도 회로 구성이 가능할 텐데 굳이 두 개를 사용한 것을 보면, 출력단을 풀 밸런스로 구성했든가, 다단으로 구성해 음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미있는 점은 진공관 출력단 외에 OP 앰프 출력단을 첨가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즉, 500H의 소유자는 음색이 다른 두 대의 헤드폰 앰프를 갖게 되는 셈이다.
오디오 애호가들의 꿈은 한결같다. 넓은, 게다가 방해받지 않는 리스닝 룸에서 두세 종류의 스피커를 펼쳐 놓고, 진공관 앰프와 반도체 앰프를 구비해 음악 장르나 기분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비록 우리 시대에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이들은 지극히 한정되지만, 500H와 같은 기특한 제품들로 인해 오디오의 ‘재미’를 여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시대가 바뀌면서 오디오는 거실에서 작은 방으로 물러서게 되었지만, 그래도 오디오는 오디오인 것이다.
문의_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55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8년 12월호 - 55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