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yphon Z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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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yphon Zena
  • 장현태
  • 승인 2018.11.01 00:00
  • 2018년 11월호 (55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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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 최고의 명작 프리앰프를 만나다

 

잔잔한 피아노와 드럼의 울림을 시작으로 베이스, 알토 색소폰과 트럼본의 조화가 돋보였다. 각 악기들의 포지션들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정돈된 깔끔한 사운드다. 한 번씩 깊게 떨어지는 킥 드럼의 임팩트 역시 과도한 저역이 없음에도 정확한 존재감을 표현했다. 특히 스윙 재즈의 완급 조절이 가져다주는 곡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어, 음악이 너무 빨리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덴마크 하이엔드 오디오를 대표하는 그리폰이 출시하는 신제품들은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항상 깜짝 놀랄 만한 제품으로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리뷰에서 선보일 모델은 지난 2018년 독일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프리앰프 제나이다. 그리폰의 전설로 불리는 디자이너이자 오너인 플레밍 E. 라스무센 씨 역시 이번 프리앰프에 대한 자신감과 ‘우리의 열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명기 탄생’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폰이 새로운 프리앰프에 이렇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오랫동안 판도라 프리앰프가 플래그십의 포지션으로 자리잡으면서 미들급의 프리앰프가 사실상 부재였기 때문이다. 판도라 이전에는 아테나 프리앰프가 있었지만, 단종 이후 거의 10년만에 미들급의 새로운 프리앰프를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기다렸던 제품이었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본격적으로 제나의 의미를 살펴보겠다. 첫 번째로 디자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언뜻 보면 디아블로 시리즈와 비슷해 보이지만, 센터의 디자인 포인트에 안틸레온 EVO 파워 앰프와 패밀리 디자인을 적용하였다. 전면 패널은 꾸준히 사용 중이기도 한, 인식률이 뛰어나고, 직관적인 VF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었다. 동작 상태를 쉽게 알 수 있으며, 기능 버튼들은 터치 방식을 유지했다.
두 번째로 그리폰 최초의 DAC 모듈 장착형 프리앰프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미 동사의 디아블로 신형 인티앰프들에서 등장시켰던 옵션 모듈에 대한 부분을 제나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DAC 모듈은 동사의 플래그십 DAC인 칼리오페의 기술을 접목한 최고급 사양인데, ESS 사브레 ES9018 DAC 칩을 사용했고, DSD는 DSD512, PCM은 32비트/384kHz까지 지원된다. DAC의 아날로그 출력부는 듀얼 모노럴 디스크리트 방식의 클래스A 증폭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DC 커플드 회로와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가 적용되었다. 업샘플링은 기본이며, 디지털 필터의 선택도 가능하다.

세 번째로 또 다른 옵션 모듈은 MM과 MC 포노 모듈이다. 최신 제품인 소네트(Sonett) 포노 앰프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듈인데, 정밀한 RIAA 커브를 적용했으며, 필터용 부품으로 음질 중심의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사용했다. 또한 DC 커플링 방식으로 최신 회로가 반영되었고, 독립적인 듀얼 모노 전원 공급 장치까지 갖추어 모듈 하나가 온전한 제품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사의 회로 기술이 돋보이는 하드웨어 사양이다. 철저히 듀얼 모노 구조로 설계되어 입력에서 출력, 전원까지 완전 분리 구조다. 신호부는 새로운 퓨어 클래스A 증폭 방식을 풀 디스크리트 회로로 구성하였고, 최단 신호 경로의 적용과 DC 커플드와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를 통해 왜곡 없는 순도 높은 신호 처리가 장점이다. 그리고 파워 앰프에 적용되었던 그린 바이어스 컨트롤을 내장하여 항상 일정한 동작 상태가 유지된다. 전원부는 견고하고 안정적인 사운드의 기초를 만들기 위해 채널당 26,000㎌의 대용량 커패시터가 장착되었으며, 병렬로 위마 사의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사용하였고, 쇼트키(Schottky) 배리어 다이오드를 적용하였다.
볼륨부는 풀 밸런스의 어테뉴에이터 방식으로 마이크로프로세스를 통해 43스텝을 2dB 단위로 조정할 수 있다. 정밀 저항을 통해 오차를 줄였고, 릴레이를 최소화했으며, 레귤레이션된 DC 전원을 독립적으로 제공하여, 신호 간섭과 노이즈를 차단했다. 이를 통해 재생주파수 범위는 0.1Hz-1MHz로 초 광대역 재생인데, 그리폰의 역량이 확실히 반영된 셈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DAC 모듈 탑재 버전으로 진행되어, 고음질 디지털 음원에 대한 리스닝이 이루어졌다. 보컬곡은 마이클 부블레의 ‘Feeling Good’을 선곡해 보았다. 도입부부터 공간감이 좋고, 그의 목소리는 에너지와 적극적인 스타일로 스피커를 앞을 장악했다. 대역이 넓어 킥 드럼과 베이스의 분리된 깊이 있는 임팩트가 정확히 느껴졌으며, 코러스 보컬의 거리도 명확하다. 무대의 작은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아 반주와 디테일이 부족하게 들렸던 악기들까지 제대로 표현되었다.

재즈곡으로 딕 하이먼의 ‘You're Driving Me Crazy’를 들어보았다. 잔잔한 피아노와 드럼의 울림을 시작으로 베이스, 알토 색소폰과 트럼본의 조화가 돋보였다. 각 악기들의 포지션들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정돈된 깔끔한 사운드다. 한 번씩 깊게 떨어지는 킥 드럼의 임팩트 역시 과도한 저역이 없음에도 정확한 존재감을 표현했다. 특히 스윙 재즈의 완급 조절이 가져다주는 곡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어, 음악이 너무 빨리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실내악곡은 카를 슈타미츠의 클라리넷 협주곡 7번 E플랫 장조 중 3악장을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의 클라리넷과 포츠담 캄머아카데미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오텐잠머의 화려한 기교와 클라리넷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목관의 깊은 보어 울림과 클라리넷의 부드러운 음색은 고급스럽고, 리얼하다. 키 노이즈와 그의 호흡까지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
대편성곡은 말러 교향곡 7번 E단조 중 5악장을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기대 이상의 사운드가 표출되었는데, 금관의 울림은 화려함과 공간 장악력을 보여주며, 순간적인 정숙함 뒤에 한 번에 몰려오는 팀파니의 임팩트는 일품이다. 특히 수많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악기 하나의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으며, 각 파트의 포지션이 명확하고, 넓은 스테이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치밀한 완급 조절 능력까지 더해져 무대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그야말로 까다로운 말러 교향곡의 매력을 제대로 재생해 주었다.
대편성으로 갈수록 그리폰 제나의 진가를 만날 수 있었다. 리뷰를 하는 동안 말러와 브루크너를 계속 듣게 만들었으며, 넓은 대역과 뛰어난 정보량을 통해 리스닝 공간의 공기를 바꾸었다. 음식에 비유한다면 각 재료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조화가 이루어지는 맛이다. 리뷰를 하면서 사운드 완성도에 여러 번 놀라게 되었는데, 그리폰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프리앰프의 명작을 탄생시킨 느낌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걸린 이유도 확실히 납득되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시스템 전체를 바꾼 것과 맞먹는, 존재감이 확실한 제품으로, 프리앰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2,650만원(DAC 모듈 옵션 : 650만원)   디지털 입력(옵션) AES/EBU×1, BNC×2, Optical×1,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아날로그 출력 RCA×2, XLR×1   주파수 대역 0.1Hz-1MHz(-3dB)   출력 레벨 23V(XLR, Max)   S/N비 -90dB 이하(20Hz-20kHz)   디스토션 0.005% 이하   게인 +18dB   입력 임피던스 25㏀(RCA), 50㏀(XLR)   출력 임피던스 15Ω   파워 서플라이 커패시터 26,000㎌×2   크기(WHD) 48×16.9×40cm   무게 13.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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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11월호 -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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