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Chev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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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oy Cheviot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6.01 00:00
  • 2018년 6월호 (55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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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비엇, 전설적인 HPD 시리즈의 재탄생

과연 에너지가 폭발하고, 공격적인 연주가 일품이다. 그간 숱하게 탄노이 제품을 들어봤지만, 록에서 이런 활기와 광기를 표현한 적은 없었다. 와우, 드디어 탄노이도 록을 커버하는구나, 감탄하고 말았다. 충실한 중역대에서 재생되는 리얼하고, 다이내믹한 음은 계속 뇌리에 남는다.

탄노이는 이제 오디오 브랜드라기보다 하나의 종교 단체가 된 느낌이다. 아무튼 탄노이를 쓰는 분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대단해서, 신제품이 나오면 홍보를 하든, 하지 않든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결국 구매하고 만다. 과연 이 회사만큼 일종의 물신주의 성향을 가진 메이커가 또 있을까? 그런데 그 오랜 탄노이 역사에서 일종의 암흑기가 존재한다. 바로 1974-81년 사이다. 이때 회사의 운영권이 일시에 미국으로 넘어갔던 것이다. 정확히는 하만 카든의 산하에 있었다. 74년 당시에 파운틴 씨가 은퇴하면서 회사를 매각할 때 내세운 조건이, 기술팀은 일체 건드리지 말고, 그들의 R&D를 통해 나오는 제품을 판매하는 선에서만 개입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켜졌다.
이 시기는 HPD 시리즈로 대표된다. 그 의미는 ‘High Performance Dual-Concentric’이다. 1947년에 처음 개발된 동축형을 계속해서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5세대째에 이르는 기술력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 모델은 3종인 바, HPD 385A(15인치), 315A(12인치), 그리고 295A(10인치)가 그 주인공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레거시 시리즈로 명명된 세 종의 스피커가 각각 15인치, 12인치, 그리고 10인치짜리 동축형을 바탕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위에 언급한 HPD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개발된 것이라 보면 된다. 그 주인공은 각각 아든, 체비엇, 그리고 이튼이다. 1976년에 발매 당시엔 ABCDE 시리즈라고 해서, B(버클리), D(데본)이 더 있었다. 무려 다섯 종이나 출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B와 D를 뺀, A, C, E만 나왔다. 뭐,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당초 HPD 시리즈를 만들 때, 주안점으로 삼은 것이 어떻게 하면 인클로저의 용적을 적게 하면서 풍부한 저역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프리스티지 시리즈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아무튼 탄노이는 복잡한 구조와 크기를 자랑한다. 따라서 제조 기간도 길고, 손도 많이 간다. 이 부분을 더 간략화했다고 봐도 된다.
현재 체비엇의 정확한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몇몇 리뷰를 접해보면, 저역은 약 35Hz까지 내려가고, 고역은 20kHz 이상을 커버하리라 추측해본다. 정통적인 박스형 스타일로, 사이즈 대비 상당한 광대역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안길이가 깊지 않으면서 12인치 드라이버를 탑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쇼킹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풍부한 저역 재생 능력은 특필할 만하며, 요는 이 부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이기도 하다.
상단에 배치된 드라이버는 중·저역을 다루는 12인치 구경이고, 그 센터에 놓인 트위터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알로이 등이 골고루 섞인 복합 소재를 진동판으로 썼다. 거기에 동사 특유의 튤립 웨이브 가이드를 설치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밑 부분엔 에너지 컨트롤 패널이 있는데, 두 가지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하나는 트레블 에너지이고, 또 하나는 트레블의 롤 오프. 전자는 +3.0~-3.0dB에서 선택할 수 있고, 후자는 +2.0~-6.0dB 사이에서 고를 수 있다. 고역의 양뿐 아니라, 리스닝 룸의 환경까지 고려한, 일종의 룸 어쿠스틱 기능을 함께 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오로지 사용자의 몫이라 하겠다.
사실 체비엇의 위치는 약간 어중간할 수도 있다. 상위로 큼지막한 아든이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고, 막내 이튼도 북셀프 타입으로 좁은 공간에도 용이하게 쓸 수 있게 잘 나왔다. 삼형제 중 가운데 낀 본 기는 이것도 저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시청에 아인슈타인의 더 튠을 만나면서 그 가능성을 한껏 만개시키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양질의 TR 앰프가 좋은 매칭으로 권할 만하다. 한편 소스기는 플리니우스의 마우리를 동원해 시청에 임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씬 액트 2. 곱고 아름다운 테마가 매우 위태롭게 전개된다. 발레리나의 독무가 연상되는 순간이다. 그러다 점차 악단이 기지개를 켜면서 투티로 움직이는데, 그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앰프와 스피커의 상성이 좋아, 제대로 스케일을 표현하면서도 개개 악기의 음색과 개성도 아낌없이 묘사한다. 약간 탐미적인 맛도 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어서 치메르만 연주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정말 유장하게 테마가 흐르는 가운데, 피아노의 영롱하고, 맑은 음색이 전면을 감싼다. 정말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탄노이 하면, 약간 어둡고, 느린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는데, 레거시 시리즈는 전혀 다르다. 즉각즉각 반응하며, 밝은 부분은 밝게 드러낸다. 또 특유의 고전적인 음색이 잘 살아 있어서, 듣는 내내 빨려 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프 벡의 ‘Shape of Things’. 로드 스튜어트의 젊은 날을 볼 수 있는 트랙이다. 과연 에너지가 폭발하고, 공격적인 연주가 일품이다. 그간 숱하게 탄노이 제품을 들어봤지만, 록에서 이런 활기와 광기를 표현한 적은 없었다. 와우, 드디어 탄노이도 록을 커버하는구나, 감탄하고 말았다. 충실한 중역대에서 재생되는 리얼하고, 다이내믹한 음은 계속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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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6월호 -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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