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오디오파일이 궁극의 오디오 컴포넌트로 인정하는 프리·파워 분리형에 모노블록 앰프는 하이파이 역사의 시작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어쩌면 가장 원초적이지만 현재까지도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구성이다. 어째서 이토록 번잡한 구성을 취해야 할까? 심지어 덴센 B-275 Superleggera(이하 B-275)는 그다지 전력 소모가 많지 않은 프리앰프임에도 풀사이즈 섀시의 전원부 분리형 구성이다. 여기서 베토벤의 마지막 악보에 유언처럼 남긴 말을 인용해보고 싶다. ‘꼭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덴센 프리앰프의 비샤이 메탈 필름 저항과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통제되는 0.5dB 단위 200스텝의 볼륨부는 거장의 악보에 그려진 음표처럼 하나라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프리앰프를 전원부 분리형으로 구성한 것은 종종 볼 수 있지만, 세상 어떤 앰프보다도 단순한 외장은 괴팍하기까지 하다. 언뜻 보면 제철소에서 갓 나온 강판을 적당한 사이즈로 절삭한 것처럼 보인다. 본 기의 제작자 토마스 실레센(Thomas Sillesen)은 이 섀시를 최고로 섹시한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람보르기니의 초경량 슈퍼카에서 이름을 따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프리앰프는 A클래스 증폭과 전원부 분리형 설계가 결합된 솔리드스테이트 프리앰프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어떠한 소스기기와 매칭을 하더라도 그 특성이 완전히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장단점을 고스란히 표출해준다. B-350 플러스는? ‘겨우 125W의 출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는 둔중한 헤비급 모델들과 다른 어프로치를 한 앰프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차로 말하면 마력보다는 토크를 우선한 설계, 즉 순간 전원 공급 능력에 주안점을 두었다. 신호 경로상 어디에도 소스의 정보를 손실해선 안 된다는 생각은 파워 앰프에서조차 NFB를 일절 배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덴센으로 고출력을 원한다면 바이 앰핑 또는 트라이 앰핑을 해야 한다. 이미 B-275엔 프리 아웃 단자가 4개 구비되어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덴센 풀세트 바이 앰핑으로 구동한 PMC의 대형 모니터형 스피커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발랄하게 유영했다.
세심한 케이블링과 스피커 매칭, 특히나 정교한 클록을 내장한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를 걸고 나면 어떠한 곡을 재생하더라도 머뭇거림 없는 트래지언트, 메트로놈과 같은 타이밍, 군더더기 없는 핀 포인트적 음상을 경험하게 된다. 덴센 프리·파워 앰프에 라톡(RATOC)의 RAL-RbOSC1K 루비듐 마스터 클록을 연동한 RAL-DSDHA2 DAC와 헤코 스테이트먼트 스피커를 연결한 사운드는 마치 독일 병정의 사열 모습을 연상시켰고, 공기감이 충만한 스테이지가 환영처럼 피어올랐다. 이 음향은 이미 4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필자의 뇌리에서 오디오 시스템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B-275·B-350 세트는 말하자면 무술에선 이소룡, 발레에선 니진스키 혹은 람보르기니 슈퍼레게라에 비견할 수 있다. 노면의 요철을 적당히 쾌적하게 흡수해버리는 고급 세단을 원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소스기기의 퀄러티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모험심 강한 하이파이 레이서에게 권한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B-275 Superleggera 프리앰프
가격 1,240만원 주파수 응답 2Hz-500kHz(+0, -3dB) THD+N 0.05% 이하 파워 서플라이 20VA×3 커패시터 100,000㎌ 크기(WHD) 44×6.4×31cm 무게 9kg
B-350 Plus 모노블록 파워 앰프
가격 1,240만원 실효 출력 125W(8Ω), 250W(4Ω) THD+N 0.1% 이하 파워 서플라이 750VA 커패시터 110,000㎌ 크기(WHD) 44×6.4×31cm 무게 15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