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n Noble Preamplifier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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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n Noble Preamplifier Ⅱ
  • 김남
  • 승인 2017.02.01 00:00
  • 2017년 2월호 (53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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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디오계에 실로 거대하고 드높은 프리앰프가 태어나다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소릿결이 달라진다. 한없는 광대역, 고공의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상 풍경 같은 것…. 신품이 이러한데 에이징이 무르녹은 다음의 저력은 어느 정도일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마치 갓 구워낸 고려청자의 비색 같은 것이 반짝거리는 것 같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이렇게 시작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나라였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시청기의 소감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연결하고 소리를 울리는 순간 삽시간에 망망하고 거대한 푸른 바다, 아니라면 5월의 푸른 하늘이 직감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체감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리의 세계에서 그런 느낌을 받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분명히 잠시나마 그런 푸른 바닷물이 밀려와 몸에 휘감긴 느낌이었다.
실로 거대하고 드높은 프리앰프가 한 기종 태어났다. 가격도 국산 진공관 앰프로서는 기록적이고, 60kg이나 되는 무게도 압도적이다. 아폴론은 UL 사운드의 새 명칭으로, 그 UL 사운드 시절인 약 10년 전쯤 선보였던 노블 프리앰프도 굉장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동안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아폴론의 최장수 장인의 주특기는 트랜스 제작이다. 30여 년 전부터 손수 제작을 시작, 일반적으로 구하기 거의 불가능한 부자재까지 해외에서 통사정해 들여왔고, 단독 연구실을 기밀리에 운영, 혼자 제작하는 유일의 트랜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랜스포머 제작 기술을 연구·분석하고, 코일 권선의 비율이며 황금 비율의 포인트를 분석, 여기서 음질, 음색, 해상력이 결정된다는 신념 아래 진화에 매진해 온 결과인 것이다.
트랜스는 겉모습을 보여 줘도 모른다. 그래서 제품 역시 상판에서 내부가 다 들여다보이고, 그 질서정연하고 엄청난 트랜스들의 투입과 내부 배치가 보인다. 또한 프리앰프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UX245 등의 특수한 진공관들의 모습도 보인다. 진공관들이 한 개 한 개마다 방열 커버로 보호되고 있는 것도 이색적.

진공관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시청기의 트러블 전압 특성이 0.00002V라는 경이적인 값을 나타내고 있으며, 500mV 출력의 경우 20Hz-30kHz 대역에서 오차 범위가 0.5dB의 정밀한 주파수 특성을 지녀 피드백 회로 같은 인위적인 보상 장치가 필요 없는 희귀한 제품이기도 하다.
진공관 앰프에서 보통 피하고 있는 밸런스 입·출력도 공식적으로 별도 회로로 탑재하고 있는 것도 보통의 기술력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다. 시청기는 3조의 RCA·XLR 입력이 있고 역시 RCA·XLR 출력이 마련되어 있으며, 모두 니켈 아모퍼스 트랜스를 사용한 타입이다.
노블 시리즈는 이미 완벽한 전파 정류 기술로 음의 순도를 극대화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끝없이 맑음이라는 것도 노블 시리즈의 특성. 그리고 볼륨에 사용한 어테뉴에이터 역시 자체 개발한 것으로, 36스텝의 이 어테뉴에이터 볼륨은 접점 단면적이 볼륨 역사상 가장 넓은 5㎟이고, 접점 프레임은 황동과 아연 합금, 접점 간 저항 값은 0.002Ω이다. 그리고 5%의 카본 저항들을 오차 범위 0.02% 이내로 선별해서 사용했고, 따라서 단계별 저항 오차도 0.2%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어테뉴에이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은 프리앰프에서 소리라는 것은 무조건 볼륨을 통과해야 한다는 기본을 납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제품에서 부품 분석이나 하고 있는 것은 별 효용이 없다. 식품영양학자들처럼 식품 영양소만 분석하는 것은 맛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나 혼을 불살랐는지는 그런 분석으로는 판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양평의 산속에서 강동구 상일동으로 내려왔지만, 그의 공방을 방문해 보면 산속 통나무집에서 나무를 패고 있는 은거 도인의 체취가 연상된다. 언제나 그렇다. 돈벌이가 되지도 않는 이런 분야에서 한길을 묵묵히 가면서 이런 명기를 탄생시킨 저력에 오직 감동할 뿐….

본 기는 기왕의 소리와 약간 차이점도 있다. 기왕의 제품들이 자연스럽고 맑음을 모토로 해 왔다면, 거기에 생기를 좀더 강조하겠다는 모토가 시청기에 접목된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소리는 더한층 청결해졌고,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이번 호 동원된 몇 가지의 스피커, Emm 랩스의 소스기기, 자디스와 플리니우스의 파워 앰프 등으로 매칭해 봤는데,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소릿결이 달라진다. 한없는 광대역, 고공의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상 풍경 같은 것…. 신품이 이러한데 에이징이 무르녹은 다음의 저력은 어느 정도일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마치 갓 구워낸 고려청자의 비색 같은 것이 반짝거리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제품이기도 하지만, 이런 수준의 제품이 우리 장인의 손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그동안 수많은 해외 명기를 들어 봤지만 시청기는 그것들의 수준을 분명히 능가한다. 게다가 자신의 제품은 평생 A/S라는 신조 아래 그전 노블 프리앰프 사용자들은 실비만으로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판매원 21 SOUND (02)2217-8667   가격 2,700만원   사용 진공관 E80CC/UX245, GZ34
아날로그 입력 RCA×3, XLR×3   주파수 응답 20Hz-30kHz(±0.5dB)   S/N비 -103dB
험&노이즈 -108dB   입력 임피던스 47㏀(RCA), 600Ω(XLR)   입력 감도 2V(최대)   출력 임피던스 47㏀(RCA), 600Ω(XLR)
출력 전압 4V   크기(WHD) 48×16×35cm, 48×16×35cm(전원부)   무게 60k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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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2월호 - 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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