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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o Direkt
헤코, 하이파이 전성기를 오마주하다
글 월간오디오 2017-01-02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사실 이 뜨거운 중·고역이야말로 넉살 좋은 저역과 어우러져 록과 메탈 같은 장르에서 소위 한방을 완성하는 요소다. 필자는 아직도 어떻게 이런 형태의 스피커에서 일사불란한 트랜지언트와 기민한 리듬감, 광포한 다이내믹스가 펼쳐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앰프의 높은 출력 때문일까?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청음 테스트에 사용한 앰프는 역시나 산드로 피셔의 대표작인 마그낫 RV3 진공관 하이브리드형 인티앰프.

95dB의 감도를 지닌 스타일리시한 헤코 다이렉트(Direkt)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명칭과 관련해서 소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 독일어 발음인 디레크트로 할 것인가 아니면 영어식인 다이렉트나 그 중간쯤의 디렉트로 할 것인가. 갑론을박 끝에 헤코의 새로운 레트로풍 스피커의 우리말 모델명은 결국 다이렉트로 귀착되었다. 독일식 발음보다는 영어식이 익숙하다는 이유 때문. 아마도 우리에게 아메리칸 사운드와 브리티시 사운드에 비해 게르만 사운드가 낯선 현실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한 꺼풀만 속내를 들춰보면 클랑필름, EMT, 이소폰, 지멘스, 텔레풍켄, 레복스, 듀얼 등 전설적인 메이커들이 즐비한 독일 하이파이의 역사와 내공은 심원하다.


그렇다면 오늘의 지극히 평균적인 독일 음악 애호가들은 어떤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까? 마켓 쉐어를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의 거실엔 헤코, 마그낫, 캔톤 등이 눈에 띌 것이다. 헤코는 1949년에 창립된 정통 게르만 사운드를 관통하는 노포. 지금은 마그낫과 더불어 독일 복스 그룹에 소속된 양대 하이파이 스피커 브랜드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스피커는 음향의 캐릭터상 대척점에 있다. 마그낫은 현대 하이테크를 기준으로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면, 헤코는 펄프 재질의 멤브레인을 고집하여 복고적인 사운드를 추구한다.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은 마그낫과 헤코의 전 라인업은 독일 복스 그룹의 최고 기술 책임자(CTO)인 산드로 피셔(Sandro Fisher)의 손길 아래 완성되고 있다. 그는 이미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럽 리뷰어로부터 당대 울트라 하이엔드로 일컬어지는 빈티지 990을 설계한 명엔지니어다. 불꽃 튀는 커팅 에지를 추구했던 그도 이젠 하이파이 전성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30년 경력의 노장이 되었다. 한편, 산드로 피셔는 독일 빈티지 스피커 드라이버인 SABA 유닛의 신봉자이자, 알니코 사운드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여온 인물이다. 헤코의 플래그십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는 이러한 노스탤지어를 현실화시킨 작품. 하지만 누구나 즐길 만한 대중적인 모델은 아니다.
레트로풍이면서도 누구나 캐주얼하게 즐길 만한 모델이 없을까? 다이렉트는 당돌하면서 유쾌한 콘셉트를 완성하기 위해 산드로 피셔와 헤코의 젊은 엔지니어가 힘을 합친 합작품. 대놓고 복고적인 분위기가 풍겨오는 외형만으로도 좋았던 시절 자체를 오마주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 스타일링은 1950년대와 60년대의 레이싱카와 클래식 기타에 의해 영향을 받았지만 모던하면서 컨템포러리한 느낌도 간직하고 있다.
그는 본 기를 설계하면서 1950년대와 60년대의 싱글관 앰프로도 소리가 술술 나왔던 스피커를 상기하면서 넓은 배플을 지닌 2웨이 형식을 꺼내들었다. 미드·베이스의 직경은 11인치. 역시나 현대 헤코의 트레이드마크인 크라프트 페이퍼 콘(Kraft Paper Cone)이다. 트위터는 더블 마그넷으로 구동되는 1.2인치 실크 컴파운드 돔에 웨이브 컨트롤 혼 형태의 알루미늄 프런트 플레이트가 결합되어 있다.


95dB의 감도는 현대 2웨이 스피커로는 클립시의 클래식 모델들을 제외하곤 흔치 않다. 따라서 다이렉트는 대부분의 현대적인 슬림형 톨보이 스피커와 달리 힘들이지 않고 오픈된 사운드가 나온다. 높은 감도와 유순한 부하 특성은 이 다이렉트로 하여금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 회로를 불문하고 낮은 출력의 하이 퀄러티 앰프에 대한 분명한 파트너가 되게 하였다. EL34나 EL84, 심지어 300B관이라도 무방하다.
물론 개발 과정까지 과거의 방법을 답습한 것은 아니다. 다이렉트의 드라이버 개발은 일반적인 측정 방법보다 훨씬 정밀한 측정 시스템(Klippel)과 연계된 파워풀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20세기의 개발 과정보다는 좀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 와이드 배플의 에지를 둥그렇게 처리함으로써 더 낮은 스텝 프리퀀시를 보이고 불필요한 음의 회절 효과를 저감시켰다.
사운드 역시 복고적일까? 중·고역 대역에서의 기분 좋은 열기 외엔 딱히 회고적이지 않다. 사실 이 뜨거운 중·고역이야말로 넉살 좋은 저역과 어우러져 록과 메탈 같은 장르에서 소위 한 방을 완성하는 요소다. 필자는 아직도 어떻게 이런 형태의 스피커에서 일사불란한 트랜지언트와 기민한 리듬감, 광포한 다이내믹스가 펼쳐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앰프의 높은 출력 때문일까?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청음 테스트에 사용한 앰프는 역시나 산드로 피셔의 대표작인 마그낫 RV3 진공관 하이브리드형 인티앰프.
때로 현대 스피커들은 핀포인트적인 음장감을 구현하기 위해 스피커의 전면 배플을 좁히고 좁혀서 마치 거식증에 걸린 패션 모델처럼 깡마른 형상을 보이기도 한다. 좁은 배플은 드라이버의 직경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도저히 극복이 안 되는 물리적인 한계에 막혀 음상을 얻는 대신 음의 여유로움을 잃어버리곤 한다. 다이렉트는 배플이 넓은 형태의 스피커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스테이징의 깊이와 폭을 훌륭하게 구현한다.


무엇보다도 그 사운드의 직접성과 존재감은 다이렉트가 음악 감상을 다시 한 번 흥미진진한 오락으로 만들어준다는 걸 의미한다. 심수봉의 노래가 이만큼 절절하게 심장에 와 닿은 적이 있는가? 그룹 퀸이 펼쳐내는 광란의 축제는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당장 집에 가서 같은 음악을 들어본다. 다이렉트가 얼마나 직접적으로 정서를 건드리는지 금방 이해가 된다. 캐롤송을 흥얼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물어보라.
집으로 달려가 애장기로 심수봉을 들어본다. 1970년대의 명기이며 보컬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튜디오 모니터지만, 다이렉트를 듣고 나서인지 심수봉의 음반을 듣는 동안 미간이 좁혀진다. 뽕짝이 뽕짝답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다이렉트(Direkt)라는 명칭을 단 이유는 에두르지 않고 이토록 감성을 직접 건드리는 11인치 2웨이 플로어스탠더의 음악성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은 때로 새로운 실력기를 남보다 먼저 발견하고자 하는 필자의 독단은 아니다. 독일, 영국, 스웨덴, 헝가리의 전문 리뷰뿐 아니라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찬사 일색이다. 필자가 확인할 수 있는 해외 리뷰만 14종이 넘는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센세이셔널하다는 건 분명하다. 일례로 독일 제품에 인색한 편인 영국의 모 매거진에선 다이렉트에 에디터스 초이스를 부여했다.
지나간 시절은 아무리 괴롭고 힘들었더라도 아름답게 채색되기 마련이다. 이소룡이 활약하던 시대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스트라이프 문양에서부터 옆으로 넓은 후덕한 외형에 어깨가 절로 들썩이게 되는 기민한 풋워크와 까끌까끌한 음색은 분명 1960~90년대 하이파이 전성기를 오마주했다. 말하자면 하이파이판 ‘응팔’이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48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7.5cm, 트위터 3cm
재생주파수대역 25Hz-28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350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5dB
권장 앰프 출력 10-320W
크기(WHD) 44×90×20cm
무게 25.8kg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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