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beth Monitor 40.2
상태바
Harbeth Monitor 40.2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6.01 00:00
  • 2016년 6월호 (52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니터 시리즈, 또 한 번의 무서운 진화

일단 바이올린군의 움직임이 기민하고 예리하다. 공간을 획 가르는 듯한 기세다. 이어지는 첼로군의 등장도 흥미롭다. 에너지가 강력하고 또 잔향도 길다. 점차 투티를 향해 가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일목요연하고, 그 과정에서 하등의 왜곡이나 흐트러짐을 찾을 수 없다.

작지만 탄탄한 회사. 기술 지향적이면서 지극히 음악적인 스피커. 올 메이드 인 잉글랜드. 모델 체인지를 자주 하지 않지만, 일단 하면 그 효과가 확실하다. 이런 여러 개념에 부합되는 메이커가 바로 하베스(Harbeth)다. 이번에 다시 한 번 모델 체인지가 이뤄졌는데, 우선 모니터 40.2를 들어보게 되었다. 첫 모델인 40에서 두 번째 개량판인데, 자세한 정보를 알기 전에 우선 음부터 들어보니 그 변화가 충분히 감지되었다. 더 하이엔드 지향적이 되었다고나 할까? 더 명료해지고, 대역이 넓어졌으며, 통 울림을 상당히 억제한 듯 보인다. 그러면서 하베스 특유의 음색이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다. 아주 흥미진진한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하베스의 문제는, 일단 제품을 사겠다고 했을 때, 서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어 그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콤팩트 7 시리즈의 경우, 모니터 30 계열과 맞닥트린다. 또 그 상급기로 슈퍼 HL 5 시리즈가 있다. 이 세 가지 제품을 이리저리 고민하다보면, 그 하나씩을 꼭지점으로 해서 일종의 트라이앵글을 그려볼 수 있다. 그 안에서 뺑뺑 돌다가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에 이르는데, 그런 면에서 오디오계 최대의 버뮤다 삼각지대라 해도 좋다.
반면 모니터 40 시리즈는 가격대가 훌쩍 올라가고, 그 지향점이 분명하니, 밑의 기종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수월한 면이 있다. 또 모니터 스피커 지향이라, 하베스 정통의, 적절한 통 울림을 이용한 자연스런 보이싱을 연출하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모니터 30 시리즈에 큼지막한 우퍼를 더한 포름이라, 그 우퍼를 컨트롤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무조건 대출력만 요하는 것도 아니고, 적절한 질감도 연출해야 한다. 그야말로 하베스 세계에 발을 들이밀었다고 치면, 꼭 정복해야 할 거봉인 것이다.
사실 본 기의 원형은 저 멀리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BC에서는 변화된 음악 환경에 맞춰 새 스피커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여기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우선 원가 절감형이어야 하고, 내구성이 높으면서, 당시 록 음악을 위시한 대중음악을 더 큰 소리로 울릴 수 있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서로 모순이 되는 항목에 대해, 특히, 2웨이로 해결하려고 했으니, 당시 기술로는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퍼에 미드레인지 영역까지 맡기는 바람에, 완성된 스피커는 엔지니어는 물론 시장에서도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결국 비운의 제품이 된 것이다.
이 콘셉트를 새롭게 리바이벌하면서, 동사를 주재하는 앨런 쇼는 이런 결단을 내렸다. ‘좋아. 미드레인지를 하나 더 추가하자!’ 어찌 보면 심플하면서, 핵심을 찌른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단, 그 스피커가 니어필드 리스닝용이었다고 하면, 1998년에 나온 모니터 40은, 일반 하이파이 청취 환경을 전제로 개발되었다. 즉,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확하면서도 달콤한 느낌이 나는 음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후 개발에 개발을 거듭, 본 기는 좀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는 슈퍼 HL5 플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대입한 것인데, 더 센서티브하고, 효율이 좋으며, 개방적이고, 높은 트랜스페어런트를 실현하고 있다. 이 음을 들으면, 확실히 노련하면서 완숙의 경지에 다다른 제작자의 실력에 깊이 동감할 수 있게 된다.
사실 프로용 몇 기종을 제외하면, 현재 동사에서 홈오디오용으로 만드는 것은 고작 6종에 불과하다. 그 하나하나가 꾸준한 개량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구축한 만큼, 본 기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과연 하베스는 하베스인 것이다.
시청을 위해, 앰프 및 CDP는 노르마의 제품군을 동원했다. 레보 시리즈 DS-1, SC-2 그리고 PA-160 MR이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일단 바이올린군의 움직임이 기민하고 예리하다. 공간을 획 가르는 듯한 기세다. 이어지는 첼로군의 등장도 흥미롭다. 에너지가 강력하고 또 잔향도 길다. 점차 투티를 향해 가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일목요연하고, 그 과정에서 하등의 왜곡이나 흐트러짐을 찾을 수 없다. 일체 음에 타협이 없는, 어떤 면에서 하이엔드 성향의 제품으로 진화했다는 인상이다.
이어서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The Look of Love’를 듣는다. 왼쪽 채널에 기타와 퍼커션 등이 위치하고, 오른쪽에 우아한 스트링스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중앙의 텅 빈 공간에 보컬이 서 있다. 60년대 말의, 다소 기계적인 구분이기는 하지만, 덕분에 각 파트의 음이 더 명료하고, 다채롭다. 특히, 보컬의, 우수를 띤 듯한 묘한 분위기는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꽤 알려진 곡이지만, 여기서 들으니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 아, 그리운 60년대!
마지막으로 EL&P의 ‘Tarkus’. 복잡한 오버 더빙과 미친 듯한 드러밍이 특징인데, 그 강력한 에너지가 일체 죽지 않았다. 특히, 바닥을 두드리는 킥 드럼의 존재는, 본 기의 모니터적인 성격을 확 드러내게 한다. 무척 다양한 효과음이 등장하지만, 분해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없다. 눈을 감고 집중하다보면, 어느 신비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고 만다. 과연 이번 개량판의 퀄러티에 대해선 별다른 토를 달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1,700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0cm, 미드레인지 20cm 래디얼2,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5Hz-20kHz(±3dB)  
임피던스 6-8Ω   출력음압레벨 86dB/W/m   파워 핸들링 650W   크기(WHD) 43.2×75×38.8cm    무게 38kg

52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 - 52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