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eze LCD-4

플래너 마그네틱 헤드폰의 끝판 사운드를 경험하다

어느 순간부터 하이엔드 헤드폰 시장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물량 투입은 한층 더 과감해지고, 가격 역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아졌다. 덕분에 경쟁적으로 플래그십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마치 이전 하이엔드 오디오의 황금 시대의 경쟁 같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플래그십 제품이 공개될 때마다 큰 이슈를 만들어내고, 몇몇 경쟁 브랜드와 비교하면서 어떤 제품, 어떤 브랜드가 더 뛰어난가 비교하는 것이 꼭 닮은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 역시 플래그십 제품을 공개하자마자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가격부터 공개하자면 599만원의 헤드폰. 이제 데뷔한 지 6년이 흘렀지만, 그들이 출시하고 있는 제품은 그야말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주류였던 플래너 마그네틱 유닛을 메인스트림으로 올려버린 장본인, 바로 미국의 오디지(Audeze)이다. 국내에서도 이들의 팬 층은 제법 두터운데, 오디지 LCD-2를 필두로 하여, LCD-3, LCD-X, LCD-XC, EL-8, 최근의 사인까지 그 이름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오디지 하면 역시 평판형 헤드폰이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목재 느낌이 살아있는 고풍스러운 외관과 극한의 초 저역 퀄러티로 대표되는데, 그야말로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이다. 그런 그들의 플래그십 헤드폰, 과연 플래너 마그네틱 헤드폰의 끝판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심정으로 LCD-4를 받아들었다.

박스부터 위용이 넘친다. 방송 장비나 고급 카메라 장비가 담겨 있어야 할 것 같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LCD-4가 담겨 있는 것이다. 보물 꺼내듯 제품을 꺼내자마자, 플래그십다운 무게가 전해져 온다. 660g, 그리 만만치는 않은 중량이다. 실제 착용해보면 무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착용감은 제법 훌륭한 편으로 그 무게를 나름 상쇄시킨다. 플래그십 제품이지만 트레블 케이스 이외의 부속품은 제법 단출한데, 6.3mm 언밸런스 케이블과 면 장갑 정도가 전부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용 스탠드나 밸런스 케이블 등을 기대하기도 했다.
디자인은 역시 오디지 특유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잘 담고 있는데, LCD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디자인 콘셉트에서는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하우징은 마치 거울 표면을 연상시킬 만큼 고정밀 표면 처리를 실행하였는데, 실제로 보면 훨씬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외관상 하위 라인업과의 차이도 여기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하우징 컵은 마카사르 에보니를 사용했는데, 역시 가공 처리에 공을 들여 고급스러운 스피커 인클로저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이어 패드와 얇은 헤드 패드는 가죽으로 구성하여 착용감을 높였고, 헤드 밴드는 호사롭게 무려 카본을 활용했다. 카본의 적용 역시 LCD-4에서 최초로 구성한 것이다.
LCD-4에서도 오디지에서 자랑하는 필수 기술이 모두 포함된다. 우선 Fazor 기술이다. 다이어프램 양쪽에 마그넷이 위치하는데, 자석 끝에 뾰족한 구조물을 덧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리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것인데, 오디지에서 특허 출원 중인 아이디어이다. 이를 통해 주파수 응답 특성을 넓히고, 고역대를 확장시키며, 왜곡을 현저히 낮추는 것이다. 실제 유닛 부를 만져보면 철제 그릴처럼 뾰족한 부분이 만져지기도 한다. 다음으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Fluxor 자기 기술이다. 역시 네오디뮴 자기 회로의 자속 밀도를 높이는 기술로서, 구동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LCD-4에서는 독자적인 더블 Fluxor 자기 배열을 했다고 하는데, 자속 밀도가 무려 1.5 테슬라를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나노 그레이드의 Uniforce 진동판의 적용이다. 이 역시 오디지 제품만의 특징으로 해상력과 사운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필수 기술 중 하나이다.

음압은 130dB이며, 임피던스는 200Ω으로 헤드폰 앰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주파수 특성은 5Hz-50kHz로 광대역 재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시청실의 주력 헤드폰 앰프와 매칭하여, PC 파이로 고음질 음원들을 재생하여 LCD-4를 들어본다. 처음 듣는 순간, ‘드디어 끝판에 다다랐다’는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토록 깨끗한 사운드를 경험한 적이 있나’ 생각될 정도로 환상의 무대를 들려준다. 지금껏 헤드폰으로 들어보지 못한 극도로 자연스러운 초 저음의 세계를 들려주는데, 그야말로 12인치 우퍼를 달아놓은 듯한 사운드이다. 오픈형 특유의 개방된 무대는 헤드폰이라는 존재를 사라지게 하며, 정확한 정위감은 모든 연주자를 정확한 자리에 위치시킨다. 고음으로 넘어갈 때는 그야말로 ‘환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늘거리는 예쁜 소리, 감상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묘한 음색을 만들어내는데, 개인적으로 LCD-4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만하다. 각각의 대역을 놓고 보면 충분한 개성이라고 생각되는데, 또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느낌이다. 확실히 들으면 들을수록 강한 매력을 선사한다. 해상력을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이 최상의 등급이며, 특정한 장르를 강요하는 새침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장르건 수준급의 재생, 과연 끝판에 다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