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n Noble Pre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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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n Noble Preamplifier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5.02 00:00
  • 2016년 5월호 (52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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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음악을 위한 아폴론의 변신

처음 제품을 접했을 때, 상당한 물량 투입이 이뤄졌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메이커 명이 아폴론(Apollon). 처음 들어보지만, 음에는 오랜 내공과 경륜이 묻어난다. 가만, 디자인을 보니 어딘가 친숙하다. 그렇다. 그리 드러나지 않지만, 저변에 많은 애호가들을 두고 있는 UL 사운드가 새롭게 네이밍을 해서 나온 브랜드인 것이다.
UL 사운드? 사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 동사의 제품 여럿을 리뷰한 적도 있거니와, 가격대비 상당한 퀄러티를 지니고 있음을 체험한 바 있다. 그러나 어찌 연이 닿지 못해서 무려 10여 년간 담을 쌓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아폴론으로 개명하면서, 새롭게 라인업을 정비한 가운데, 정식으로 제품을 받아보게 되었다. 여러모로 감개무량하다.
노블 프리앰플리파이어라 알려진 본 기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처음 개발된 것이 2006년으로, 이후 세 차례의 개량이 더해져서, 실질적으로 MK4에 해당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한 번 제품을 만들면, 여기에 멈추지 않고, 다시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는 메이커의 조심스러우면서 신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첫 번째 개량에선 파워 서플라이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이후 두 번째에선 라인단의 개선이 눈에 띄고, 세 번째에선 음질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켰다. 이 부분에 대해 제작자인 최장수 씨는 이렇게 표현한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 좀 소극적인 성격이다 보니, 이런 부분이 음에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여러 애호가를 만나 상의하고 또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더 적극적인 음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본 기의 기본 성격이 확 변한 것은 아니다. 절대로 공격적이거나 쨍한 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 음의 에너지나 활력 면에서 더 마음을 움직이는 음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좀더 개방감이 넘치고, 무대가 넓으면서, 다양한 장르를 커버하는 제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본 기는 초단에 E80CC를 채널당 하나씩 사용했다. 이어서 같은 관을 정류관으로 하나 쓴 가운데, 출력관으로 저 전설적인 웨스턴 일렉트릭의 437A를 채용했다. 참고로 동사의 하위 기종인 어메이징 프리의 경우, 출력관에 쓰인 것은 1626. 이렇게 보면, 437A가 주목의 포인트같은데, 여기서 제작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즉, 본 기의 음색이나 실력을 논할 때, 실은 초단관과 출력관이 50대 50으로, 똑같은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선 E80CC의 성격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좀더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언급해야 할 것이, 12AU7이다. 두 제품 모두 초단관으로 자주 쓰이지만, 그 특성이나 음이 좀 다르다. 12AU7의 경우, 데이터나 스펙이 E80CC와 비슷하지만, 약간 소극적이라고 할까, 좀더 편안한 느낌이다. 반면 E80CC는, 적극적이면서 활달한 음이 나온다. 미묘한 차이지만, 프리에 장착했을 때 음의 성격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편 437A의 경우, 단점이 여럿 눈에 띄는 관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 외부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대부분의 진공관은 발이 휘어지는 정도로 끝나는데 반해, 437A는 외부에서 산소가 유입되기도 한다. 그럴 경우, 겉에서 볼 때 유리가 깨어지지는 않았지만, 동작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소리가 진솔하고 또 생생해서, 이 장점을 놓치지 싫었던 것이다. 따라서 본 기는 특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어서 전원부를 살펴보면, 본체의 크기만한 섀시에 상당한 물량 투입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사실 프리앰프의 경우, 워낙 미세한 신호를 처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튼실한 전원부가 뒷받침이 되면 그만큼 비약적인 성능 향상이 이뤄진다. 다른 메이커의 최상의 진공관 프리앰프가 대부분 전원 분리형을 고집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전원부 위에 본체를 올려놓게 되면, 험과 노이즈가 뜨는 것이다. 이것을 기술적으로 멋지게 해결한 메이커는 흔치 않은데, 본 기는 여기서 상당한 장점이 드러난다. 이를 위해, 전원부에 들어가는 큼지막한 토로이달 트랜스 위에 두툼한 철제 뚜껑으로 차폐를 한 것이다. 또 무려 5개에 달하는 초크 트랜스가 들어가는데, 이에 대한 처리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섀시에 밀착하지 않고, 일종의 플로팅 방식으로 공중에 뜨게 해서, 외부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비전도체를 이용해 전기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치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렇게 전원부 자체의 설계와 물량 투입에도 신경을 쓰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전자기나 여러 요소가 본체에 일절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처리한 점에서, 과연 플래그십다운 만듦새라 해도 좋다.
프리앰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인 볼륨단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졌다. 5%의 카본 저항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0.02%의 오차 범위를 갖고 선별했으며, 결국 36스텝에 이르는 초정밀 어테뉴에이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각 스텝별 오차 범위가 0.2% 이하에 이르도록 했다. 특히, 접점 부위에 황동과 아연을 합금한 소재를 투입한 것도, 정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아폴론은 사실 전신인 UL 사운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역사는 무려 30년을 훌쩍 넘는다. 본격 창업이 1994년도지만, 오디오 업계에 들어와 기초부터 차근차근 닦아나간 시기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편 익히 아는 브랜드 명을 과감하게 바꾼 이유도 재미있다. UL 사운드에서 UL은 얼티밋(Ultimate)의 약자다. 그런데 그 뜻을 일반 애호가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심지어 ‘울 사운드’로 부르는 이도 있었다. 아무튼 기계적으로 정확하고, 음질적으로 극한을 추구한 얼티밋에서 음악의 신인 아폴론으로 바꾼 것은, 어떤 면에서 회사의 정책이나 설계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 짐작하게도 한다. 어찌 되었건, 내외적으로 어려운 오디오 시장에서 이처럼 과감하게 자신의 이상을 담은 제품을 출시한 것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본다.

그럼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파워 앰프는 동사의 노블 838 모노이고, 소스기는 노르마의 레보 DS-1, 그리고 스피커는 스위스오너의 바흐 12.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요요마, 무터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3중 협주곡 1악장이다. 과연 중량급 스피커지만, 파워 앰프의 뛰어난 구동력을 바탕으로, 본 기만의 은은하면서, 매혹적인 음색이 전체를 감싸고 있다. 해상도와 밸런스가 좋고, 진공관 특유의 깊이가 잘 살아 있다. 연주자들의 개성이나 카리스마가 멋지게 드러난다. 낭랑한 첼로의 음향부터 고혹적인 바이올린의 움직임, 풍부한 음향을 자랑하는 피아노 등 솔로 악기들의 움직임이 기분 좋게 귀를 사로잡는다.
이어서 뒤메이 & 피레스 콤비의 프랑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를 듣는다. 곱고, 사려 깊은 바이올린의 음색이 절묘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가운데, 그 주변을 피아노가 감싸고 있다. 부드럽지만 결코 유약하지 않은, 아름다운 타건이 영롱하게 펼쳐진다. 반응이 빠르고, 음이 무르지 않으며, 두툼하면서 질감이 풍부한 음은 더욱 감상에 몰입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Across the Universe’. 존 레논의 명곡인데, 어쿠스틱 기타의 인트로부터 심상치 않다. 적절한 바디 울림과 명징한 기타 줄의 하모니가 매우 사실적이다. 존의 보컬로 말하면, 약간 가늘면서 도전적인 면이 좋다. 이어서 본격적인 오케스트라가 가세해서 스케일이 점차 커지는데, 일체의 흐트러짐이나 왜곡이 없다. 음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한 모습이 상당히 매혹적이다. 

판매원 21 SOUND (02)2217-8667

가격 2,500만원   사용 진공관 E80CC, WE437A, 5U4G   아날로그 입력 RCA×3, XLR×3
주파수 응답 20Hz-30kHz(±0.5dB)   S/N비 -103dB   험&노이즈 -108dB
입력 임피던스 47㏀(RCA), 600Ω(XLR)   입력 감도 2V(최대)   출력 임피던스 47㏀(RCA), 600Ω(XLR)
출력 전압 4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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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 - 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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