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Voice OBX-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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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Voice OBX-RW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4.01 00:00
  • 2016년 4월호 (52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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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살아있는 음성을 전해주는 화제의 실력기

가운데 큰 북이 서서히 등장하는 가운데 점차 압박 강도를 높인다.
휙휙 공간을 긋는 현악군의 움직임에서 돌개바람이 부는 것 같다.
스케일이 크고, 에너지가 출중하다. 특히, 투티에서 몰아칠 때의 기세가 놀랍다.
사이즈 대비 상당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보여준다.

지난 2010년, 오디오 업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아주 흥미로운 스피커가 하나 소개되었다. 리빙 보이스(Living Voice)라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메이커에서 벼락같이 4웨이 혼 타입의 거대한 스피커를 발표한 것이다. 그 이름은 복스 올림피안. 아무튼 가격도 엄청났지만, 그 사운드 퍼포먼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켄 케슬러라는 유명 평론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느낌을 준 제품이라 평했을까? 아직 들어본 바는 없지만, 사진만 봐도 가슴이 뛸 만난 외관과 내용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리빙 보이스라는 회사가 궁금할 법도 한데, 사실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영국의 더비셔라는 지역에 소재한 정도인데, 사실 이 지역이 재미있다. 맨체스터, 셰필드, 버밍햄을 잇는 공업의 삼각지대 안에 자리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국의 주요 산업은 중부에 밀집된 바, 바로 그 풍부한 자양분을 배경으로 본 메이커가 활동하는 것이다. 창업 연도는 1991년. 그러니까 올해로 25년이 되는 회사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참 영국에는 많은 오디오 회사들이 포진한 듯하다. 그중 스피커 회사의 숫자만 헤아려도 양 손이 모자랄 지경인데, 여기에 리빙 보이스를 자연스럽게 리스트 업해도 좋을 듯하다. 이번에 만난 OBX-RW라는 모델이 매우 신선하고, 고품질의 음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사실 스피커의 경우, 외관을 보면 대략 어떤 음을 지향하고, 어느 정도의 퀄러티가 나올지 짐작이 된다. 그런 면에서 과감하게 크로스오버 박스를 외장형으로 꾸민 본 기는,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단단한 하드우드로 만들어진 인클로저에서 볼 수 있듯, 전형적인 브리티시 사운드와는 거리가 있다. 그 장점을 취하면서도 매우 사실적이고, 생생한 음이 나온다. 너무 스피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굼뜬 음도 아니다. 너무 모니터 성향도 아니면서, 적절한 목질감과 향기가 배어나온다. 들으면 들을수록 내공 만점의 스피커라는 생각이다.

우선 유닛 구성을 보면, 트위터 계의 명기라 할 수 있는 스캔스픽의 D2905/99000, 일명 레벨레이터를 동원했다. 직진성이 좋으면서 넓은 방사각을 갖고 있으며, 모나지 않은 음이 특징이다. 여기에 위 아래 6.5인치, 이른바 육반 구경의 미드·베이스가 포진하고 있다. 사실 가장 바람직한 미드·베이스의 구경은 육반이 아닐까 싶은데, 전통적으로 이 사이즈의 명기가 많은 것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사람의 음성을 재현하는 데 매우 뛰어나다. 회사명이 리빙 보이스인 만큼, 이런 구경의 유닛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라 하겠다. 아마 자사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동원된 부품의 퀄러티도 상당하다. 호블랜드제 필름 및 포일 뮤지캡은 기본이고, 에어 코어 인덕터는 자사에서 직접 제조했다. 아마 이 부품이 본 기의 핵심 무기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단단한 하드우드의 인클로저의 내부에 3중 브레이싱 처리를 해서, 일체의 진동을 불허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음에 있어서는 일본의 콘도라는 회사와 협력을 하면서, 오랜 시간 갈고 닦았다고 한다. 사실 본 기가 속한 오디토리엄 시리즈는 그 출발이 1992년이다. 그런데 모델이라고 해봐야 고작 네 종에 불과하다. 그 하나하나를 개발할 때 얼마나 세심하게 공을 들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처음 접하지만, 음에서 느낀 공력이 보통 아니어서, 스피커의 A부터 Z까지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본다. 아직 우리에게 친숙한 메이커는 아니지만, 본 기를 통해 조금씩 애호가들을 확보해가지 않을까 싶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이다. 가운데 큰 북이 서서히 등장하는 가운데 점차 압박 강도를 높인다. 휙휙 공간을 긋는 현악군의 움직임에서 돌개바람이 부는 것 같다. 스케일이 크고, 에너지가 출중하다. 특히, 투티에서 몰아칠 때의 기세가 놀랍다. 사이즈 대비 상당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보여준다.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한 ‘카르멘 판타지’. 여기서 바이올린의 질감이 풍부하고, 멋지게 재현된다. 4개의 현에 고르게 에너지가 배어 있고, 위로 치솟을 때 별로 얇아지지 않는다. 이런 카리스마 넘치는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를 끌고 가는 모습이 멋지게 포착된다. 밀고, 당기고, 튕기는 여러 테크닉이 우아하면서 휘황찬란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의 ‘Ramble On’을 걸어보고 깜짝 놀랐다. 록이 지닌 파괴력과 마성이 남김없이 표출되는 것이다. 진솔한 보컬에 두툼하면서 공격적인 기타 솔로, 바닥을 치는 킥 드럼. 이 정도의 록 재생을 들려준 스피커는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과연 내공 만점의 스피커라 하겠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   가격 1,650만원(스탠더드), 1,730만원(옵션2)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35Hz-25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94dB   파워 핸들링 100W  
크기(WHD) 21.5×102×27cm, 12×45×27cm(크로스오버 박스)   무게 20kg, 5kg(크로스오버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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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4월호 -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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