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EQA-5640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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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EQA-5640 MK3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4.01 00:00
  • 2016년 4월호 (52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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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LP, 그 정점을 듣는다

 

아주 오래 전에 일이다. 대학을 다닐 무렵, 우연히 아는 카투사 분의 안내로, 용산에 있는 미8군에 가보게 되었다. 당초 영화를 보기 위해서지만, 잠깐 짬을 내서 매점에 가봤다. 난생 처음 보는 피자, 세븐업, 그리고 볼링장까지 아무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LP 코너를 만나게 되었다. 와우, 말로만 듣던 원판! 그것도 노 오픈. 1980년대, 한참 빽판을 모으던 무렵, 가지런히 정렬된 원판의 섹션은 문화 충격 그 자체였다.
그 후 패키지 미디어의 주역이 CD로 옮아가고, 지금은 파일 뮤직으로 대세가 바뀌는 가운데, 레코드 랙의 내용물도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그러다 다시 LP 리바이벌이란다.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심지어 최근에 방문한 마닐라의 한 음반점에서까지 새로 찍어낸 LP를 판매하고 있었다. CD에서 LP로, 이제 그 주역이 바뀌는 것일까? 실제로 레코드숍에 가보면 CD 코너를 LP로 대체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옥같은 명반이 큼지막한 재킷에 180g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새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턴테이블에 주목하는 애호가들이 많지만, 노련한 선수들은 포노 앰프에 신경 쓴다. 아무리 스타일러스가 잘 읽고, 캔틸레버가 전자기 에너지로 바꿔서 전송을 잘해도, 포노 앰프에서 막히면 도리가 없다. 왜 그럴까? MM이건 MC건 매우 미세한 신호를 다루기 때문이다. 전기의 양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작고, 증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각종 노이즈에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가격 대비 추천할 만한 포노 앰프가 드문 요즘, 바쿤에서 내놓은 EQA-5640 MK3은 여러모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럼 LP 플레이어와 포노단 내지 포노 앰프를 연결할 때 제일 관건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카트리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메이커마다 임피던스가 제각각이다. 그래서 만일 A 회사의 제품을 구입했다고 하면, 그 스펙에 맞는 헤드 앰프 내지는 승압 트랜스를 구해야 한다. 물론 헤드 앰프냐, 승압 트랜스냐 논란이 많지만, 거두절미하자. 왜냐하면 방식의 차이보다는 임피던스 매칭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A 제품에 맞는 임피던스를 제공한다고 치면, 헤드 앰프니 승압 트랜스니 별 문제가 안 되는 것이다. 덕분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고에츠의 경우, 코터 박사가 열 받아서 이에 최적화된 승압 트랜스를 제조한 것은 결코 웃어넘길 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자, 그렇다면 A 카트리지를 사서, 그에 걸맞은 승압 트랜스를 구입했다고 치자. 우연히 호기심이 생겨 B라는 메이커의 제품을 샀다고 치자. 그럼 또 여기에 맞는 것을 구해야 한다. 그러다 싫증이 나서 C를 샀다. 와우, 갈수록 태산이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세상에 그 어떤 헤드 앰프건, 승압 트랜스건 1Ω 단위로 조정할 수 있는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바쿤은 바로 그 예외에 속한다. 그 원리는 무척 간단하다. 바쿤의 제품은 전압 증폭 방식이 아닌 전류 증폭 방식을 택한다. 카트리지의 경우, 특히, MC는 극히 낮은 내부 임피던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출력 전류를 있는 그대로 받아서, 바쿤의 제품 내에서 RIAA 네트워크를 거친 후, 바로 출력이 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증폭 소자나 출력 트랜스 등이 필요 없는 것이다. MM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본 기는 RIAA에도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떤 LP를 걸건 다 대응한다. ‘Simple is Best!’ 바로 바쿤의 미덕이 여기에 숨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MM이건 MC건 마음대로 듣고 싶은 거 다 구해서 들어도 된다. 뒷감당은 모두 본 기가 하니까 말이다.
본 기에는 또 몇 가지 개선 사항이 들어 있다. 사트리 회로의 정밀도를 높였고, 노이즈 레벨과 왜곡률을 최소화했으며, 리니어리티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아무래도 입력과 출력 사이의 신호 경로가 무척 짧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편 본 기에는 MM과 MC를 선택할 때, 중간에 뮤트 단자가 두 개나 나 있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바쿤의 프리앰프의 경우, 하나로 충분하다. 왜냐하면 약 1초 간 딜레이를 두는 CPU가 개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CPU를 본 기에 쓰면 당연히 덩치도 커지고 또 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서 뮤트단 2개로 자연스럽게 딜레이 타임을 갖게 한 것이다.
EQA-5640 MK3의 시청을 위해 LP 플레이어는 레가의 RP8을 동원했고, 역시 동사의 아페타 MC 카트리지를 사용했다. 프리 및 파워는 바쿤 세트를 이용한 바, PRE-5410 MK3와 AMP-5521 모노블록이 그 주인공이다. 스피커는 이글스톤웍스의 안드라 3.

사실 교향곡을 비롯해, 실내악, 보컬, 팝, 록, 재즈 등 다양한 트랙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우선 그 음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교 치밀하면서도 약간 빈티지 느낌의 포근하고, 정감 넘치는 음이 아울러 나오고 있다. 즉, 너무 단정하면 자칫 디지털처럼 들릴 수 있는 바, 아날로그를 구사할 때의 기대감과 거리가 생길 수 있다. 그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또 매혹적인 음을 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마이클 라빈이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Slavonic Dance in E minor’를 들어보자. 정말 질감이 빼어나면서 적절한 양감을 갖춘 바이올린이 거의 천의무봉의 솜씨로 등장한다. 비브라토나 더블 스토핑이 워낙 능수능란해서, 그 현란한 기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정말로 디테일하면서도 풍부한 음향이 나온다. 강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Kiss Me Quick’을 들으면, 60년대 초, RCA 전성기의 녹음을 만끽할 수 있다. 보컬에 에너지가 가득하고, 코러스의 백업도 생생하며, 악기의 음 하나하나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LP를 듣는다, 그것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아바의 ‘Eagle’을 들었다. 과연 이렇게 많은 음성 정보가 있던가 새삼 놀랐다.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수많은 특수 음향이 거대한 무대를 형성하며 쏟아져 내린다. 그 틈에 천사처럼 노래하는 두 여성의 자태라니! 이게 과연 여태 들어왔던 아바가 맞는가? 본 기를 통해, 이제 새롭게 LP의 진가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마 소장한 모든 음반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수입원 문의
게인 조절 -10dB, 0dB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5kg

525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4월호 -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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