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twell LS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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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twell LS3/5
  • 김남
  • 승인 2016.04.01 00:00
  • 2016년 4월호 (52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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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모니터 스피커에 대한 진솔한 가치 탐구

 

BBC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방송국이다. 1927년부터 영국의 공영 방송이 되었고, 현재 전 세계에 전파를 보내고 있으며, 방송 수준 역시 최고를 자랑한다. 아날로그-디지털 라디오 채널은 5개인데, 1채널이 팝이나 록 같은 대중음악, 2는 성인 취향의 팝 음악, 3은 클래식과 재즈, 4는 뉴스와 시사 교향 프로그램, 5는 스포츠 방송을 내보낸다. 그리고 BBC 교향악단, BBC 필하모닉, BBC 스코틀랜드 교향악단 등 여러 악단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 BBC에서는 일찌감치 프로그램 검청용으로 여러 가지 모니터 스피커를 개발했는데, 직접 제작이 번거롭자 이 용도에 맞는 스펙을 제시하고 영국 내 각 메이커에서 납품을 받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중 LS3/5a는 로저스, 스펜더, 하베스, KEF, 차트웰 등의 여러 메이커가 생산 라이선스를 획득해 서로 경쟁하며 제품을 만들었는데, 어느 회사가 가장 많이 납품을 했는지 또 가장 음질이 좋은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초기의 15Ω 버전, 중기의 11Ω 버전 등 많은 개량이 있었고, 유닛도 그때그때 달라졌다. 그 이후 몇몇 회사들로 라이선스의 변화가 있었고, 이번에 소개하는 차트웰은 시장에서 사라졌었는데, 영국 남서부 데번 주의 작은 도시인 뉴턴 애벗에 위치한 그래험 오디오에서 차트웰의 이름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이 LS3/5를 제작한 것이다.

BBC에서 소형기인 LS3/5a를 개발한 의도는 스튜디오 사용기인 중형의 LS5/8과 LS5/9와 달리 스튜디오가 아닌 외부에서 모니터링 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방송용 차량에 부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우선 사이즈가 작아야 한다. 그래서 3은 야외 방송용을 의미하는 일종의 코드 번호이고, 5는 모델 번호, 뒤에 붙은 a는 원래 사양에서 변경한 것을 의미하고, LS는 ‘Loudspeaker’의 준말이다.
지금은 처음 생산되었을 때와 같은 BBC 모니터의 시절은 확실히 지나갔다. 그런데도 이미 수십 년 전의 스펙을 따른 이 고전적인 모니터 스피커 제품이 아직도 만들어지고, 애호가들이 줄을 서고 있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음악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일 것이고, 다른 스피커 제작사들에게는 안 된 표현이지만 빈티지라고 불리는 그 시절보다도 결코 낫다는 제품이 있느냐는 일종의 물음표와도 같은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무렵에 개발된 독일 라이카의 카메라를 능가하는 제품이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없다’ 이다. 비슷한 렌즈와 카메라가 100년 가까이 개발되긴 했지만 여전히 카메라의 세계에서는 라이카를 최고로 친다. 그리고 BBC 모니터 스피커 역시 그 스펙이 물론 절대 기준은 아니겠지만 카메라의 라이카처럼 BBC 모니터 스피커는 분명히 오늘날의 스피커들을 뛰어 넘는 특이한 요소가 있을 것이다.
이 스피커는 오리지널 버전의 소재와 사운드까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완성한 제품으로, 스펜더 창업자의 아들인 데렉 휴즈와 볼트 오디오가 함께 작업해 오리지널 스펙을 가진 정식 라이선스 스피커를 생산해서 사용하고 있다. 110mm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는 볼트 오디오의 벡스트린 유닛이고, 19mm 돔 트위터는 시어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각 유닛에 맞춘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역시 데렉 휴즈의 작품이다.
인클로저 역시 오리지널 스펙을 가지고 있으며 자작나무 합판을 써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인클로저 특이한 점은 매우 가볍다는 것이다. 대다수 소형기는 무겁다. 작은 체구로 저역까지 내려면 진동이 쉽게 일어나고, 그 점을 우려해 대부분 무겁게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기는 되도록 가볍게 만들고 내부에 역청을 발랐다. 충분한 연구 검토 끝에 그렇게 한 것인데, 역청의 두께도 모두 다르고, 거기에서 최적의 Q값이 나온다고 결론을 낸 셈.
이 제품의 생산 방식은 철저한 1인 수작업 형식이다. 혼자서 제작과 테스트, 오디션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며, 그 다음에 다시 두 번째 사람이 반복해서 테스트를 한 다음 완성 사인을 넣는다. 이러한 꼼꼼함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 않고, 단자나 네트워크의 고급스러움과 정밀함도 당연할 정도인데, 그래험 오디오라는 제작사가 작은 규모로 소량의 제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비결이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시청기를 트라이오드의 300B 인티앰프(이번 호 시청기)에 먼저 물렸다. 시청기는 9Ω이긴 하지만 83dB로 감도가 낮다. 그리고 이 앰프의 출력은 8W 수준. 비상식적인 매칭이다. 그런데 놀랍다. 풍요롭고 자연스러우며 음악의 외곽을 부드럽게 포용하는 모니터 스피커의 목표를 훌륭히 달성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앰프를 출력이 훨씬 높은 반도체 제품으로 교체해 봤지만 음색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리바이벌 무브먼트 라는 표현도 있지만, 그 시절 영국의 향기와 가벼운 안개 같은 그리움을 담뿍 머금고 있는 소리인 것 같다. 게다가 영국의 모니터 스피커들은 우선 클래식 위주의 튜닝을 했다는 전제가 있어 클래식의 경우 전 장르가 너무도 훌륭히, 저역도 당당히 울려 내고 있어 이러한 체구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정통 클래식 파라면 굳이 대형기에 눈길을 주지 않고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지녔다. 흑백 영화나 흑백 사진의 품격과 깊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필청의 제품.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390만원(로즈우드) 360만원(체리)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1cm, 트위터 1.9cm   재생주파수대역 70Hz-20kHz(±3dB)  
임피던스 9Ω   출력음압레벨 83dB/2.83V/m   크기(WHD) 19×30×17cm   무게 5.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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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4월호 -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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