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insky Label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명연

마린스키 레이블의 신보 소식은 무엇보다 위대한 지휘자 게르기예프의 새로운 예술적인 승화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항상 벅찬 기대를 안겨 준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된 2016년 첫 신보 두 장에서는 전통 러시아 작곡가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와 라흐마니노프의 진수를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처음 소개할 앨범은 프로코피예프의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는 마린스키 레이블의 특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음반은 두 장의 SACD로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4번과 6번, 7번과 함께 피아노 협주곡 4, 5번이 포함되어 있다. CD 1에는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4번과 피아노 협주곡 4, 5번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자주 연주되지 않았던 교향곡들이 포함되어 오히려 반가운데, 특히 교향곡 4번은 1929년 초연된 곡으로 당시에는 크게 실패한 곡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궁금해지는 곡이기도 하다.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러시아 출신인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각 협연하고 있는데,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알렉세이 볼로딘, 5번에서는 세르게이 바바얀이 협연하고 있다. 1931년에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전쟁으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쓴 곡으로,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의 아름다운 묘사를 통해 멋지게 장식해 주고 있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1악장부터 몰아치는 비바체의 강렬함이 압도적이다. 피아노 협주곡 5번은 1932년에 쓴 곡으로, 빠르고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곡인데 이를 잘 표현한 세르게이 바바얀의 연주가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고 있다. CD 2에는 교향곡 6번과 7번이 연이어 수록되어 있는데, 교향곡 6번은 1947년 작품으로, 2차 세계 대전의 승리의 기쁨과 잊을 수 없는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격정적인 선율과 미화적인 요소들을 표현하고 있으며 긴장감 넘치는 관현악의 응집력이 돋보인다. 이에 반해 교향곡 7번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1952년에 완성된 곡인데, 말년의 감성을 담아낸 듯한 서정시와 같은 선율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앨범은 3명의 러시아 작곡가들의 피아노곡인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1917년 버전)과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기상곡(1949년 버전), 로디온 셰드린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요즈음 러시아의 대세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데니스 마추예프의 피아노 협연으로 만날 수 있다. 이 곡들에서는 단연 마추예프의 피아노에 집중하게 되는데, 첫 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가 자주 연주한 곡인만큼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곡으로, 넘치는 자신감과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건반의 에너지와 현란한 건반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기상곡에서는 3개의 짧은 기상곡이 연주되는데, 피아노의 파괴력이 느껴지는 프레스토와 서정적인 선율과 대비되는 피아노의 경쾌함이 돋보이는 안단테 랩소디코, 남성적인 기백이 가득한 마지막 알레그로 카프리치오소 마 템포 주스토까지 마추예프 스타일이 담긴 해석을 통해 기상곡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 곡인 셰드린 피아노 협주곡 2번은 2015년에 세상을 떠난 셰드린의 아내였던 발레리나 마야 플리세츠카야를 추모한 연주이기도 하다. 녹음은 2014년 11월과 2015년 4월 마린스키 극장 라이브 연주로 2016년 국제 클래식 음악상(ICMA)에 노미네이트된 음반이다. 글 | 장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