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Acoustic H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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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o Acoustic HB-1
  • 정우광
  • 승인 2015.12.01 00:00
  • 2015년 12월호 (52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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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감각으로 탄생한 명작 북셀프 스피커

힐러리 한이 연주하는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의 감흥은 이번의 시청에서 가장 큰 것이었다. 표현력의 정점은 여성 보컬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에스더 오파림이나 파트리샤 바버의 목소리의 표현은 이 스피커 시스템을 개발한 하라 씨의 흐뭇해하는 모습이 스피커 뒷면에서 떠오르는 듯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몇 년 전의 오디오 쇼에서 처음으로 이 제품을 대하였을 때 어느 악기의 장인이 오디오를 워낙 좋아하다가 한 번 취미로 만들어본 제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스피커 시스템을 통하여 울려나오는 음악을 듣는 순간 이것은 그저 만들어본 제품이 아니라 본격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으로 자신의 독특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키소 어쿠스틱의 설립자이자 본 스피커 시스템의 설계자인 하라 도루 씨는 십여 년의 세월 동안 라이브 레코딩 경험을 가진 오디오파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1930년대에 제작된 빈티지 스피커 시스템에서부터 최신의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피커 시스템을 섭렵한 끝에 자신의 이상에 가장 근접하는 스피커 시스템의 제작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의 수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들이 음악을 재생하는 시스템으로서 악기와 같은 정밀함과 장인 정신을 가지고 만들어진 제품이 드물다는 것에 착안하여 수제 기타의 제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타카미네 악기사와의 교류를 통하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스피커 시스템의 제작을 하게 된 결과 HB-1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HB-1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소형 스피커처럼 보인다. 외관의 마무리가 한눈에 보아도 기타의 울림통을 연상시키듯 베이스를 이루는 원목의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얼핏 보아서는 이것이 단순히 표면의 마무리만 악기처럼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제품을 들어본 순간 너무나도 가뿐해서 진짜 망가진 기타를 재활용해서 인클로저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요즈음 대부분의 스피커 시스템이 1인치에 가까운 두께의 MDF 보드를 사용하여 두껍고도 무겁게 제작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 제품은 가히 혁신적인 것이다. 마호가니 원목을 얇게 다듬어서 판재를 만들고, 이를 구부려서 모양을 만들어 내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어 단단한 강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 무거운 중량으로 진동을 억제하는 기존의 스피커 시스템과는 전혀 다르게 매우 울림이 풍부한 인클로저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기타의 뒷면처럼 밖으로 약간 튀어나온 형상을 하고 있는 측면 판은 두께가 불과 2.6mm밖에 되지 않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려보면 맑은 울림이 나오는 것을 들을 수가 있다. 이러한 통의 울림을 재생 음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 매끄럽게 마무리되어있는 인클로저의 내부에는 기타의 울림통처럼 얇은 보강목이 여러 개 붙어있고 다양한 종류와 두께를 가진 목재를 요소요소에 사용하고 있으며 소리의 울림을 방해하는 흡음재는 일절 사용되지 않고 있다. 
시스템의 능률은 85dB로 표시되어 있으나 청감상의 능률은 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느껴진다. 소출력의 진공관 앰프로도 훌륭한 음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묵직한 중량의 스피커 시스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쾌함에 더불어 통을 울려주면서 만들어내는 울림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음의 밀도를 더하고 있다. 10cm 크기의 우퍼를 울리기 위해서는 앰프의 출력이 50W를 넘어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데 키소의 경우에는 통의 울림도 가미된 음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출력의 앰프보다는 섬세하고도 스피디한 음을 내어 보내주는 앰프와의 연결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재생을 위한 시스템으로는 케인의 A-50TP와 서그덴의 LA-4 프리앰프와 MPA-4 파워 앰프가 마련되어 있었다. 입력 장치로 컴퓨터의 고음질 음원을 노스스타 수프리모 DAC에서 재생하였다. 비발디의 만돌린 협주곡을 필두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헨델의 리코더 소나타와 오라토리오 유다 마카베우스 등의 곡들을 차례로 재생하였다. 울림이 풍부한 소리의 향연에 한동안 즐겁게 귀 호강을 하는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에서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주고 있는 무대의 표현도 훌륭하지만 바이올린이나 오보에 등의 독주 악기의 울림도 매우 깨끗하고 밀도감이 있어 악기의 음색과 연주자의 호흡을 잘 묘사해 주고 있었다.
이어 재생하였던 힐러리 한이 연주하는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의 감흥은 이번의 시청에서 가장 큰 것이었다. 표현력의 정점은 여성 보컬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에스더 오파림이나 파트리샤 바버의 목소리의 표현은 이 스피커 시스템을 개발한 하라 씨의 흐뭇해하는 모습이 스피커 뒷면에서 떠오르는 듯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가뿐한 무게에 4인치 크기의 우퍼와 3/4인치 크기의 트위터를 장착한 자그마한 스피커 시스템에서 만들어내는 소리의 스케일은 대형 시스템에 필적할 만큼 당당하고 우렁차다. 고음역대까지 깨끗하게 벋어나는 혼형 트위터의 울림도 매우 투명하여 가벼운 인클로저로 기인할 수 있는 음의 착색이 없이 높은 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울리는 음악의 풍성함과 소리결의 섬세함이 어우러져서 깊숙한 무대의 거리감을 잘 묘사해주기도 한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스피커 시스템은 유닛의 동작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 위하여 인클로저의 무게를 늘이는 방향으로 만들어져 왔다. 인클로저의 진동을 억제하고 스피커 유닛의 작동에 대한 반작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하여 내부 손실이 큰 물질로 가능한 한 무겁게 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매우 안전하고도 과학적인 접근 방법이기는 하지만 음악은 우리의 감성을 위한 예술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것이 반드시 좋은 소리를 이끌어 낸다고 하는 보장은 없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을 뛰어넘는 영감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만든 이와 듣는 사람이 교감되었을 때 명기가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키소 어쿠스틱의 HB-1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태어난 명기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1,400만원(스탠드 별매, 20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0cm, 트위터 1.7cm 에보니 혼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5dB   크기(WHD) 14.8×31.3×22.4cm   무게 4.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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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2월호 - 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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