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ham Audio BBC LS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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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ham Audio BBC LS5/9
  • 장현태
  • 승인 2015.12.01 00:00
  • 2015년 12월호 (52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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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리지널에 가까운 LS5/9 스피커의 부활

예상했던 것처럼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에서 마치 스피커의 통 울림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울림과 사이즈를 넘어선 풍부한 저역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제르킨의 피아노는 무대 뒤로 물러서서 잔잔하게 울려 퍼졌으며, 중·고역은 철저히 청감을 자극하지 않는 부드러운 재생이 돋보였다.

로하스로 불리는 로저스, 하베스, 스펜더의 3사와 KEF가 라이선스를 가지고 BBC 방송국의 모니터 스피커로 납품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금의 브리티시 사운드를 완성한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들 스피커는 전통의 계보를 유지하면서 방송용을 넘어 지금은 하이파이용 제품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특유의 통 울림이 바탕이 된 저역 표현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중역대의 재생 능력은 세월이 지나도, ‘역시 BBC 모니터!’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초기 브랜드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잠시 BBC 모니터의 역사를 간단히 요약해서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1960년대에 BBC는 기존의 페이퍼 콘을 플라스틱 콘으로 변경·개발하는 것에 착수했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사람이 훗날 스펜더를 창업한 스펜서 휴즈(Spencer Hughes)다. 또한 당시 로저스도 BBC에 납품을 했던 시기에 BBC 방송국 직원이었던 더들리 하우드(Dudley Harwood)가 1977년 하베스를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스펜더 창업자의 아들인 데렉 휴즈(Derek Hughes)는 가장 널리 사용하는 폴리프로필렌 우퍼 개발의 핵심 인물이다. 그래험 오디오는 놀랍게도 이런 과거 오리지널을 재조명해 주고 있다.

처음 리뷰용 제품을 보았을 때 구형 LS5/9로 착각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자세히 브랜드 명을 살펴보니 영국의 그래험 오디오이다. 첫 느낌부터 눈에 익숙한 고전적인 BBC 모니터 스피커의 이미지가 강렬하여 제품을 볼수록 더욱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운드적으로도 빈티지적인 향기가 짙은 스피커였다는 점이다.
그래험 브랜드를 검색해 보니, 예상대로 BBC 라이선스를 획득한 LS5/9 스피커다. 동사는 영국 남서부의 데번 주의 작은 도시인 뉴턴 애벗에 위치한 회사이다. 또한 20년 이상 영국 방송 관련 사업과 프로 오디오 부문에 줄곧 일해 온 폴 그래험이 설립하였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전통적인 BBC 스피커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며, 새롭게 BBC 라이선스를 획득한 브랜드이다. 모든 부분에서 전통을 강조하고 올드한 이미지의 느낌을 최대한 반영하여, 전통적인 BBC 사운드에 집중된 모니터 스피커를 추구하고 있다.
그래험 오디오는 서두에 언급했던 스펜더 창업자의 아들인 데렉 휴즈와 함께 오리지널 LS 시리즈를 재조명해주고 있다. 제품 설명을 보면서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이 깃든 브랜드란 느낌을 강하게 심어 주기도 한다. 가장 놀란 것은 지난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BBC 모니터의 계보와 기술적인 히스토리를 철저히 고증하고, 오리지널에 입각하여 소재와 사운드까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아직 제품들은 패시브 타입의 LS3/5, 5/8, 5/9 3개 모델과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설치되었던 시스템 3D 스피커만 준비되어 다양하지는 않지만, 모두 의미 있는 제품들이다. 그중에서 이번 리뷰에서 소개하는 LS5/9는 가장 인기 있었던 모델로 1983년에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렸던 베스트셀러 모니터 스피커이기도 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완벽한 고증을 통해 가장 현실적인 모습으로 재탄생된 LS5/9를 살펴보겠다.
첫 번째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트위터이다. 34mm 소프트 돔 타입으로 오닥스 사의 올드 버전 HD13D34H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오리지널 BBC 모니터의 마지막 버전이다. 이미 2004년에 단종되어 신 버전으로 대체된 트위터인 만큼 그래험이 올드 트위터를 채용한 점은 희소성을 높이게 하였고, 오리지널처럼 메탈 그릴까지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두 번째로 200mm 사이즈의 미드·베이스를 살펴봐야 한다. 오리지널 우퍼의 개발에도 참여했던 볼트 오디오의 특주품이 적용되어 있다. 각 부품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히스토리를 살펴보자. 스피커에서 가장 중요한 진동판 재질의 경우 초기 페이퍼에서 스펜더가 개발한 벡스트린(Bextrene)을 거쳐 폴리프로필렌 진동판까지 발전되었다. 에지 소재의 경우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수명이 짧은 발포 소재에서 출발하여 과도기의 PVC, 지금의 고무 재질로 변경되었다. 이외에도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보이스코일 개발과 견고한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프레임까지 오랫동안의 노력과 연구가 뒷받침되었기에 지금의 제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적의 상태로 우퍼는 완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외관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캐비닛이다. BBC 방송국은 당시 이동 설치가 많은 스피커의 특성 탓에 무게가 가벼운 스피커를 요구했다. 그리고 낮은 주파수 재생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잘 알려진 것처럼 전면 상단에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설치하고, 9mm 두께의 얇은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했다. 물론 통 울림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해야 제대로 된 낮은 저역 재생이 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내부 흡음재는 전통적으로 사용 중인 효과적으로 정재파를 제거하는 락울(RockWool)을 적용하였다.
크로스오버의 결정에 있어서도 우퍼와 트위터, 캐비닛의 조합을 가장 잘 이해한 설계로 실제 저역 재생 능력에 상당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이 덕분에 자연스러운 고역과 포근한 중역, 풍부한 저역을 모두 반영해 주고 있다. 참고로 네트워크 개발도 볼트 오디오를 통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노력을 통해 낮은 Q값을 가진 풍부하고 깊이 있는 통 저음을 완성시켰다.

이번 리뷰에서는 동사의 전용 스탠드로 세팅하고, 라인 마그네틱의 LM-216IA 인티앰프를 통해 진행되었다. 첫 곡은 통 저음의 성향을 파악해 보고자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을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와 루돌프 제르킨의 피아노 반주로 들어 보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에서 마치 스피커의 통 울림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울림과 사이즈를 넘어선 풍부한 저역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제르킨의 피아노는 무대 뒤로 물러서서 잔잔하게 울려 퍼졌으며, 중·고역은 철저히 청감을 자극하지 않는 부드러운 재생이 돋보였다.
보컬 곡으로 에바 캐시디가 부른 ‘What a Wonderful World’를 선곡해 보았다. 유난히 여성 보컬에서 장점이 많은 BBC 스피커의 사운드를 유감없이 전해주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최근 들어왔던 현대적인 BBC 모니터의 성향을 벗어난 빈티지적인 감성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출력이 높지 않은 KT88 PP의 LM-216IA 앰프만으로도 넘치는 저역의 양감과 쉬운 구동력을 확인하였고, 진공관 앰프와의 매칭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운드에 대한 부연 설명은 굳이 하지 않더라고, 충분히 매혹적인 전통의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것을 이야기한 것 같다. 그리고 방송용 니어필드 모니터가 요구하는 근거리에서의 중역을 중심으로 한 정확한 윤곽과 자극 없는 자연스런 고역, 통 울림이 강조된 풍부한 저역이 어우러진 BBC 모니터의 개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스피커를 통해 그래험 오디오가 제시하는 전통의 고증을 느낄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히스토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 제품들 중 LS5/9의 오리지널 버전에 가까운 스피커를 찾는다면 그래험의 스피커를 반드시 들어 보기를 권장하고 싶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660만원(로즈우드), 600만원(체리)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트위터 Son Audax HD13D34H   재생주파수대역 50Hz-16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크기(WHD) 28×46×27.5cm   무게 14kg

52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12월호 - 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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