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i Rubicon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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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Rubicon 8
  • 김남
  • 승인 2015.06.01 00:00
  • 2015년 6월호 (51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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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한 스피커가 선량하고 순수하며 깨끗한 미음으로 노래하다

마치 가곡처럼, 또렷한 발성과 함께 호소하는 듯한 감미로움이 넘쳐, 무조건 부르짖는 테너들과는 일획을 긋는다. 그동안 빈번하게 달리의 신제품 스피커들을 들을 때마다 그런 분덜리히가 떠오른다. 그의 노래처럼 부르짖지 않으면서도 그윽하고 감동적인 사운드야말로 달리의 개성이라 할 수 있고, 선량하고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것으로 일관된 공통점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하이브리드 트위터로 많은 애호가를 거느리고 있는 덴마크 달리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달리는 최상위 버전으로 에피콘 시리즈가 있고, 헬리콘 MK2, 아이콘 MK2, 파존, 렉터, 젠서 등 상당히 다양한 제품이 있는데, 본 시청기 루비콘 시리즈는 기존의 멘토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소개되고 있다. 당연히 플래그십인 에피콘 시리즈와는 내용이 다소 다르지만 설계는 대동소이하며, 투입된 유닛이나 하이브리드 트위터도 같은 방식이다. 각 기종은 루비콘 2, 5, 6, 8로 모델이 나눠지고, 홈시어터용 제품 LCR도 포함하고 있다.
달리는 생산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지만 시종일관 한 사람이 한 제품을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공정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전 제품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 제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제작사도 결코 많지 않다.
그동안 리본 트위터가 우수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왔다. 그 트위터가 개발되고 나서 초기에는 상당히 고가 제품으로만 인식되어 왔으나 이제 대중화되면서 그 견인차 같은 역할을 달리가 하고 있는 시절이 되었다. 지금도 고가 제품이 여러 기종되지만, 사실 리본 트위터의 구조는 동일한 것이고, 소리의 색상도 엇비슷할 뿐이다. 어떻게 마감을 잘 하느냐에 따라서 제품의 품질 고하가 결정되기 마련인데, 달리는 크게 자랑을 하지 않으면서도 대·소형기를 막론하고 납득할 만한 가격대로 리본 트위터의 장점을 널리 확산시켜 마치 리본 트위터의 홍보 대사 역할을 해 왔다는 느낌도 든다.

시청기는 일반적인 리본 트위터를 사용한 스피커와 다른 점이 있다. 하이브리드 트위터 모듈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소프트 돔 트위터가 별도로 있으며, 리본은 슈퍼 트위터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리본 트위터는 고역을 14kHz에서 34kHz까지 커버하고, 소프트 돔 트위터는 그 아래 대역을 재생한다. 이런 방식은 달리의 고가 시리즈인 에피콘에서도 사용하는 설계이다.
상위 버전인 에피콘과 다른 점은 인클로저의 마감이 다소 평범하다는 것 외에 내용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더 향상된 점도 많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6.5인치의 우퍼는 덴마크 공장에서 자체 제작하는 드라이버인데, 에피콘 시리즈에서 사용된 SMC(소프트 마그네틱 콤파운드)를 기반으로 개발된 리니어 드라이브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어 낮은 볼륨에서도 매우 낮은 왜곡 및 디테일의 레벨을 최대화해서 착색 없고 깨끗하고 디테일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 그리고 개성적인 우드 파이버 콘 역시 새로 튜닝을 가한 것이며, 경량, 고강성을 위해 에지의 고무 소재 역시 맞춤 제작을 했다. 트위터의 보이스 코일은 넓은 대역폭을 달성하기 위해 매우 가볍고 민첩하게 설계되었고, 강력한 페라이트 자석이 채용되었다. 그리고 실크 돔 트위터는 일반적인 것이 아닌 29mm의 대구경인데, 따라서 더 낮은 주파수 재생이 가능해졌고, 우퍼와의 연결성도 좋아졌다. 인클로저도 에피콘 시리즈에 비해 평범해 보이지만 MDF의 강도를 높였고, 공진 방지를 위해 내부에 특수 보강 장치를 했으며, 각각의 챔버에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드라이버를 분리해 놓은 것도 눈에 뜨인다. 모든 우퍼 뒤에 직접 배치되는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난류를 최소화하며, 우퍼와 베이스 포트 간의 타이밍 또한 최적화했다. 스피커 단자도 금도금을 한 것으로 바나나 단자와 말굽 단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중하는 테너는 독일의 프리츠 분덜리히다. 1930년생으로 불과 30대에 요절하고 말았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 실로 ‘그대 음성 들으면 내 마음 열려’이다. 평화로워지고 감동이 새록새록 넘쳐난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리 아름답게 노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이 그의 노래를 들으려고 일찍 데려갔다는 평도 있지만, 세상을 아름다운 노래로 위로하려던 이 천재 테너의 요절을 가슴 아파할 따름이다. 그의 음반 중 시인의 사랑이나 물방아간의 아가씨 등을 최고로 꼽지만 리사이틀 음반에 들어 있는 ‘마담 손에 키스를’은 내 애청곡 중의 애청곡이다. 마치 가곡처럼, 또렷한 발성과 함께 호소하는 듯한 감미로움이 넘쳐, 무조건 부르짖는 테너들과는 일획을 긋는다. 그동안 빈번하게 달리의 신제품 스피커들을 들을 때마다 그런 분덜리히가 떠오른다. 그의 노래처럼 부르짖지 않으면서도 그윽하고 감동적인 사운드야말로 달리의 개성이라 할 수 있고, 선량하고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것으로 일관된 공통점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청기를 울린 앰프는 이번 호 시청기인 올닉 T-1500 ST, 트라이오드 TRV-845SE, 뮤지컬 피델리티 M8PRE·M8-500S, 리비도 하이파이 레인보우 Ⅱ 등이다. 달리의 스피커 한 기종에 이처럼 많은 앰프를 걸어 보기도 힘들 것이다. 결론은 모든 앰프와 놀라울 정도로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대형기이면서도 90.5dB의 높은 감도라서 까다롭지 않고, 싱글의 3극관으로도 넉넉히 잘 울리는 미덕을 갖춘 셈이이다. 그리고 보통의 앰프들도 차별하지 않으며, 앰프 해석력과 반응이 뛰어나다. 이런 스피커는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매칭한 스피커마다 음색이 달라 한가지로만 묘사할 수는 없지만, 어떤 앰프를 걸더라도 공통적인 소리, 즉 선량하고 순수하며 깨끗한 미음이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며, 아름다운 병에 가득 담긴 향기 서린 진홍색의 와인과도 같은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69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3) 16.5cm, 트위터 2.9cm·리본
재생주파수대역 38Hz-34kHz(±3dB)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0.5dB/2.83V/m
권장 앰프 출력 40-250W   크기(WHD) 22×110×44.5cm   무게 27.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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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6월호 -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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