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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이엔드 시스템 구축기
글 정승우 2015-05-01 |   지면 발행 ( 2015년 5월호 - 전체 보기 )




재생 음향의 궁극은 무엇일까? 지난 3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재생 음향의 이상을 찾아 방황했던 날들은 항상 새로운 제품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을 수반하며 진행되어 왔으며,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관점을 일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신 나간 무모한 행동이라고 판단하겠지만, 항상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탐구욕으로 오랜 시간을 끊임 없이 추구하며 달려온 것 같다. 1988년 탄노이의 GRF 메모리 스피커를 도입하며 시작된 오디오 기행(?)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호기심, 소유욕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 판단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자칫 자기 자랑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분명 예술적 감성 특히 음악에 대한 감성을 타고난 사람인 것 같다. 이는 평생 문학을 전공하시며 글을 쓰셨던 선친의 영향, 미술에 조예가 깊으셨던 모친의 영향 등 혈통적 태생에 기인한 것인 것 같고, 감성 이외의 다른 원인은 남다른 음악과 소리에 대한 감각인 것 같다. 주변에 오디오 취미를 가진 분들을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존재한다. 호기심에 시작한 사람들의 경우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음악을 사랑하고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만이 오랜 시간 동안 이 취미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아무튼 필자의 유별난 오디오 기행에 대한 나름대로의 명분을 찾아 설명하고 있는 이유는, 주변의 필자를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적하듯 기계 교체에 대한 집착과 탐구가 유달리 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전부는 아니고 분명 감성과 음악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는 자신만의 명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아무튼 필자는 항상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운드의 완성을 위해 도전하고 최근 5년 동안의 시간은 나름대로 정해진 정확한 기준을 갖고 취미 생활을 즐겨 왔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다. 필자가 무슨 이유 때문에 오디오 취미를 추구하고 탐구하고 있는지, 그럼 과연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운드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음악의 감상과 음악에 대한 탐구가 없는 오디오 취미는 한순간의 호기심이라는 것이다. 즉, 오디오 취미를 갖고 계신 독자 분들은 음악 감상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재생 음향으로 재현되는 사운드에 감성적 감동을 느끼며 취미 생활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편집부의 시스템 소개에 대한 원고 의뢰를 받은 후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리뷰도 거의 중단한 상황에서 시스템 소개에 대한 원고는 자칫 자기 자랑으로 비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별 제품 정보와 매칭에 관한 정보 역시 일반적인 리뷰 못지않게 독자 분들에게는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원고를 쓰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필자의 사용 시스템에 대한 선택 배경과 사운드 경향을 위주로 원고를 풀어나가겠다.
윌슨 오디오의 플래그십 알렉산드리아 스피커. 필자 오디오의 궁극의 목표이자, 드림 스피커, 오래전부터 동경하던 대상으로 도입 후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도중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다시 한 번 스피커를 바꾸게 된다. 꿈을 이루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차고 행복한 나날들이었지만, 설치 공간의 제약에 따른 운용의 어려움은 결국 본 스피커를 포기하게 이르게 된 것이다. 본지를 통해 도입기를 소개한 적이 있기에, 관심 있는 독자 분들은 참조하시길 바란다. 이후 도입하게 된 스피커는 B&W의 800 다이아몬드, 매지코의 Q3을 거쳐 현재의 YG 어쿠스틱스의 소냐 1.2 시스템에 이르게 된다. 필자가 알렉산드리아 스피커를 포기한 후 나름대로 정한 방향은, 현대 최첨단 기술이 투입된 시대를 앞서가는 스피커를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도입했던 제품은 B&W의 800 다이아몬드. 물론 본 스피커를 최첨단 제품으로 보기에는 오리지널의 탄생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인클로저의 재질 역시 최첨단의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스피커 제조사인 동사의 오랜 연구 개발의 성과가 총 투입된 내용과 이전 제품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사운드 경향은 현대 최첨단 스피커의 최우익 제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후 도입한 매지코와 YG 어쿠스틱스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현대 최첨단의 정점에 선 스피커로서, 금속제 인클로저를 채용한 완전 밀폐형 구성과 구조적 독창성, 설계적 선진성은 투입된 기술의 내용적 측면만 놓고 보더라도 다른 스피커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아무리 구조적·기술적 첨단성을 갖춘 제품이라도 필자가 추구하는 사운드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었다면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각자의 개성은 서로 다르지만 언급한 3종의 스피커 모두 강렬한 자기주장과 개성이 돋보이며, 결코 음악적 위화감이 없는 좋은 밸런스로 마무리된 제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필자가 추구하는 스피커의 이상적인 사운드는 입체적인 공간 재현 능력이 중심에 있다. 일체의 공진이나 부대음이 없는 순도 높은 경향으로 음악의 세부적인 표정과 녹음실의 환경, 분위기까지 극명하게 전해지는 음이다. 특히 음 주변의 배음이나 미세한 정보들은 배경의 정숙함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운데, 밀폐형 인클로저는 이런 이상을 실현하기 가장 적합한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제적인 구현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법. 밀폐형으로 재생 신호의 전체 대역, 특히 완벽한 저역을 재생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매지코와 YG 어쿠스틱스 제품은 기술적 돌파를 통해 완벽한 밀폐형 구조를 선보였고, 필자의 선택 기준에 당당히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덕분에 B&W 800 다이아몬드 이후 이들의 제품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런 방향성으로 YG 어쿠스틱스의 소냐 1.2를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고, 몇 개월 간의 위치 조정과 매칭을 통해 이제는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최첨단 사운드를 제공해 준다. 특히 모든 잡소리를 제거한 듯한 투명하고 순수한 사운드 경향과 입체적이며 안길이가 깊게 전개되는 음장까지 필자가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배경의 정숙성, 음상의 정확성을 통해 풀 오케스트라의 배치가 정확하게 전개되는 소냐 1.2 스피커는 현대의 첨단 기술이 총 투입된 정점에 서 있는 스피커로서 평가된다. 특히 대형 스피커임에도 실내악적 아기자기함을 갖춘 섬세한 특성은 본 제품의 특필할 만한 장점 중의 하나인데, 이는 매지코 Q3와도 차별되는 장점이다. 동일한 밀폐형 구조를 채용한 스피커이지만, 매지코 쪽이 조금 더 온화하고 풍성한 느낌을 주는 반면, YG 어쿠스틱스의 경우 조금 더 철저하고 투철한 사용에 의해 극명한 현장감이 전해지는 경향이다. 사실 도입 초기에 아날로그 사운드와의 상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만큼 극명하고 최첨단의 사운드 경향이 아날로그 재생 시 조금은 차갑고 건조한 성향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고적·감성적 의미의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비교를 불허하는 배경의 정숙성은 오히려 아날로그 소스에서 장점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아무튼 소냐 1.2는 도입 후 약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세팅과 매칭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최고의 초 현대적 사운드로 필자를 만족시켜 주고 있다.


제프 롤랜드의 파워 앰프는 지난 4년 동안 필자가 가장 사랑해 온 제품이다. 625를 거쳐 최근 825까지, 동사의 제품만이 갖고 있는 빠른 응답 특성과 비교를 불허하는 S/N은 필자의 레퍼런스 파워 앰프로서 손색이 없었다. 특히 B&W 800 다이아몬드, 매지코의 Q3와는 최상의 매칭이었으며, 필자의 추천으로 윌슨 오디오의 사샤 스피커와 사용하는 지인 댁의 사운드 역시 최상의 조합으로 필자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있는 제품이었다. 특히 매칭 프리앰프 역시 제프 롤랜드의 크라이테리온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동사의 파워 앰프는 절대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현대의 최첨단을 걷는 파워 앰프로서 최상의 선택이라는 신뢰감을 소냐 1.2 스피커 교체 이후에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소냐 1.2는 그동안의 다양한 시청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파워 앰프 매칭이 무척 까다롭고, 매칭 파워 앰프에 따라 아주 다른 성향의 사운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또 한 번 필자의 오디오적 호기심이 발동하게 되었다. 이후 몇 종의 파워 앰프를 대여해 시청해 본 결과 역시 제프 롤랜드의 825가 최상의 매칭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부족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소냐 1.2의 가능성을 조금 더 극명하게 끌어내는 조합에 대한 탐구와 방황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평소 자주 들르던 오디오숍에서 우연히 에소테릭의 신형 플래그십 파워 앰프 그란디오소 M1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서 매지코 스피커와 조합하여 들려주던 M1의 실력은 사운드 스테이지의 공간 확장과 사운드의 투명감에 있어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결국 M1의 대여로 소냐 1.2와 매칭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파워 앰프 교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소냐 1.2와 매칭된 M1의 사운드는 마치 급소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으로, 소냐 1.2라는 스피커에 이런 세계가 숨어 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놀라운 사운드를 선사해 주었다. 저역은 더 깊어지고, 음장 공간은 좌·우, 깊이, 방향 모두 웅대해지는 반면 음상은 더 정교해지는 등 825를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다.
30년에 이르는 오디오 경력 중 일본제 파워 앰프를 사용해 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결국 이런 연유로 M1 파워 앰프는 필자의 시스템에 새롭게 등장하였고, 연이어 그란디오소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C1 프리앰프까지, 결국 CD 플레이어부터 프리·파워 앰프 모두 동일한 브랜드, 그란디오소 풀 라인업이 완성된 것이다. 사실 C1 프리앰프의 경우는 마지막까지 큰 고민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프리앰프 교체에 상당히 신중했고, 다른 브랜드의 프리·파워 앰프의 조합을 선호했기 때문에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시청 후 사운드에서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결국 동일 브랜드의 프리·파워 매칭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특히 S/N 특성의 극단이라고 판단했던 제프 롤랜드의 크라이테리온 프리앰프를 가볍게 뛰어넘는 고성능은 그동안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었던 음의 한 꺼풀 장막을 걷히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 투명한 음향 공간에 미세한 배음, 정보들이 입체적으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되는 오디오 사운드야말로 필자가 평소 이상으로 생각했던 궁극의 목표이다. 에소테릭 C1·M1의 조합을 통한 소냐 1.2는 그런 이상에 가장 근접한 사운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기간 하이엔드 시스템의 운영을 통해 얻은 믿음 중 하나는 오디오의 경력이 오래될수록 스피커나 앰프보다는 오히려 소스 쪽에 더 많은 비중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면, 고가의 대형 스피커가 중형 혹은 소형 대비 음향적으로 뛰어난가, 혹은 물량투입 형의 대출력 모노블록 파워 앰프가 스테레오 파워 앰프보다 뛰어난가, 혹은 고가의 케이블이 중·저가의 케이블 대비 우수한 특성을 보여주는가 등 여기에 대한 필자의 마음속 정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스피커의 경우 룸 어쿠스틱스와 취향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앰프의 경우 스피커와의 상성이 고려되어야 하며, 케이블의 경우 전체 시스템과의 밸런스 등이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즉, 300W의 스테레오 기종보다 600W의 모노블록 기종이 반드시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스기기의 경우 고성능·고스펙의 물량 투입이 언제나 뛰어난 음향 특성을 갖고 있다는 논리는 반드시 성립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동일 메이커의 일체형 CD 플레이어보다는 전원부 분리형이나, CD 트랜스포트/DAC 분리형이 언제나 우수한 음향적 특성을 보여주었고, 턴테이블 역시 육중한 베이스와 플래터를 채용한 중량급 모델이 확실히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진리로, 독자 분들도 쉽게 공감하실 것이라 판단한다.


이런 필자의 강한 믿음은 시스템 업그레이드의 방향성 자체가 소스 시스템 쪽으로 집중하게 만들었고, 특히 현대 최고의 기술이 투입된 최첨단 제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시스템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에소테릭의 그란디오소 P1·D1, 그리고 G-01 클록 제너레이터 풀 라인업 구성이다. 좌·우 분리형 D/A 컨버터, 전원부 분리형 트랜스포트, 그리고 클록 제너레이터까지 도합 5몸체에 100kg에 달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한 장의 디스크 재생을 위해 과연 이 정도의 시스템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디지털 재생음의 신세계라는 표현이 가능한 압도적인 재생 사운드는 경제적·공간적 무리를 감수하고 ‘도입’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워낙 초대형 구성이다 보니 기존의 오디오랙에 도저히 수납이 불가능하여, 오디오랙까지 새로 교체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필자를 매료시켰다는 것이다. 사실 타사의 초 하이엔드 중량급 제품들도 비교 대상이었지만, 원래 에소테릭 사운드를 좋아하고 있었고, 압도적인 정보량을 바탕으로 한 치밀하고 섬세한 음향 세계는 다른 제품이 범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소테릭 제품의 경우 오디오적 특성은 뛰어나지만 음악적 감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 음악적 감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척 애매한 표현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에소테릭 외에도 많은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지적들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밸런스가 제대로 잡힌 시스템에서도 이런 지적들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고, 동사 소스기기는 클록 제너레이터의 사용이 필수인데, 주변의 애호가들이나 오디오숍의 경우 클록 제너레이터와 매칭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앞서 말한 지적은 풀 매칭으로 제품의 극한의 성능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내린 결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1988년 처음으로 CD 플레이어를 도입 후, 27년이라는 세월 동안 필자를 이만큼 매료시키고 감동시킨 디지털 제품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본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와 소유에 대한 자부심은 각별하다. 특히 본 제품이 재생하는 음향은 아날로그·디지털 구분이 불필요한 그냥 뛰어난 음향의 세계이다. 무한하게 펼쳐지는 입체적인 공간 속에 한 음 한 음이 치밀하고 섬세하게 묘사되는 세계, 이는 대역 특성, 스피드, 질감, 정보량 등 오디오적인 요소로 표현 자체가 불필요한 음향 세계를 연출해 준다.
특히 자주 들르는 오디오숍에서 지속적으로 시청했는데, 평소 알고 있던 특정 스피커의 음향이 몇 단계 뛰어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장관을 경험한 것이다. 이런 강한 인상 때문에 무리해서 본 시스템의 도입을 결정했다. 재미있게도 본 시스템의 매칭 후 평소 인기 없던 스피커의 판매가 늘어났다고 해당 오디오숍 사장이 이야기했는데, 그 말 역시도 깊게 공감할 만큼 본 시스템이 선사하는 사운드는 각별하다. 시스템 도입 이후 과거에 녹음이 별로 안 좋다는 이유로 자주 듣지 않던 CD들을 즐겨 듣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졌으며, 과거 아날로그 시절에 등장한 일부 소스에서 아날로그 초반을 능가하는 음향이 펼쳐지는 것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만큼 현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디지털에 이어, 이제 아날로그 소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이크로의 8000 레퍼런스 제품을 약 5년 동안 사용해 오면서 그동안 별다른 곁눈질 없이 서브 아날로그 턴테이블에 대한 보완·교체의 작업 등을 진행해 왔다. 약 5~6종의 카트리지를 항상 보유하면서 즐기는 입장에서 멀티 암을 장착한 턴테이블을 사용하더라도 별도 1~2대의 턴테이블이 더 필요한 사정상 필자는 항상 2~3대의 턴테이블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인 턴테이블의 자리는 항상 8000 레퍼런스가 차지했다. 3개의 톤암을 장착할 수 있는 장점과 흠 잡을 곳이 없는 사운드, 그리고 필자가 턴테이블의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조의 완벽성 등 교체의 대안과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굳은 믿음과 만족감으로 5년을 함께 했는데, 이 제품의 등장으로 턴테이블에 대한 업그레이드 욕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바로 마이크로 세이키 8000 시리즈의 현대판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테크다스의 에어 포스 원의 등장 때문이다. 일본 최대 수입원 중 하나인 스텔라의 회장이 직접 설계에 참여해 완성시킨 본 모델은 과거 마이크로 세이키에 재직한 경험이 있는 회장의 노하우와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탄생된 역작이다. 에어 베어링, 에어 플로팅, 에어 흡착 등 기본적인 설계 사상을 고스란히 이어 받고, 이를 현대의 가공 정밀도와 개선을 통해 이룩한 본 모델은 분명 누가 보아도 8000 모델을 진화시킨 현대판 8000 시리즈인 것이다. 해외 잡지에서 소개된 본 제품을 보며 짝사랑을 키워왔고, 결국 수입원에 전시된 실물을 보고, 그 아름다운 디자인과 완벽한 만듦새에 매료되어 도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예술적 만듦새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회전 동작과 진동의 차단을 극단적인 레벨까지 완성시킨 본 모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운드로 필자를 만족시켜 주었다. 과거의 경험을 더듬어 보면 쿠즈마의 밀도감, 롤프 켈치 레퍼런스 2 모델의 스케일, SME 30/12의 배경의 정숙성, 마이크로 8000 레퍼런스의 사운드적 안정감을 모두 합친 경향에 섬세함과 디테일은 비교를 불허하는 음을 선사해준다. 메인 톤암으로는 트라이플라나의 MK7 카본 버전 신형 숏암과 롱암 두 조를 사용 중이며, 테크다스 TCD-01 Ti 카트리지, 클리어 오디오 골드핑거, 반델헐의 콜리브리 XGW 3종을 번갈아 가며 사용 중이다. 서브 턴테이블은 가라드 301 모델로 이케다 IT407, 쉬크 롱암을 SPU A타입, 페이즈메이션의 PP-1000, PP-mono 모델을 번갈아 가며 최근까지 사용 중이었다. 특히 가라드 301 모델은 여러 타입의 베이스를 테스트하여 구축한 필자의 튜닝 버전인데, 베이스의 구조가 재생 음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게 해 주었다. 철재 베이스, 아크릴 베이스, 목재 노르마 베이스를 거쳐, 목재 플로팅 타입 등을 사용했으며, 현재는 알루미늄 블록 절삭 가공을 통한 특주 베이스를 설계하여 제작 중에 있다, 이런 구조로 구축된 가라드 301의 음은 현대의 웬만한 턴테이블에 뒤지지 않는 해상력과 대역 밸런스, 그리고 독특한 아날로그적 향취까지 더해진 매력을 선사해 준다. 아이들러 타입인 관계로 모터의 회전 진동과 톤암과의 간섭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높은 해상력과 맑은 사운드의 비결인데, 톤암부와 모터부를 완전히 차단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필자가 그동안 구축한 베이스는 이를 중점 포인트로 설계 및 제작하였다. 촬영 당일 아직 제작 중인 턴테이블이 완성되지 않아 보여드릴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운용 중인 턴테이블과 카트리지의 조합, 매칭된 포노 앰프는 컨스틸레이션 오디오의 페르세우스, 부메스터 100 포노 앰프이다. 먼저 페르세우스는 MC 2조, MM 1조를 지원하는 3 입력 구성으로, 총 3조의 카트리지를 운용할 수 있으며, 전원부, DC 필터, 메인 포노 앰프 부까지 총 3몸체 구성이다. 아마도 본 제품은 필자가 국내 1호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리적 특성에 감성을 흔드는 독특한 매력으로 단번에 도입을 결정한 제품이다. 특히 다양한 포노 앰프의 경험이 있는 필자 입장에서 항상 마음속에 그리던 아날로그 사운드의 이상이 있었는데, 그것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간 것이 페르세우스이기도 하다. 편안하고 정감 있는 성향으로 물리적 특성만을 강조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물리적 특성이 부족한 경향도 아니다. 광대역감과 음의 섬세한 재현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아날로그 녹음과 디지털 녹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는 것이 특이하다. 아날로그 녹음의 경우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온도감, 질감 등 아날로그의 회고적 본성을 자극하는 사운드가 재현되는 반면, 최근 디지털 녹음의 경우 CD를 능가하는 S/N에 광대역 특징까지 최첨단 사운드를 선사해 주는 것이다.
부메스터 100의 경우 MC 2조의 구성으로 페르세우스 포노 앰프와는 다른 성향의 매력을 갖춘 제품이다. 기본적인 성향은 본 제품 역시 현대 하이엔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광대역과 높은 S/N 특성을 바탕으로 화려한 음색적 특징을 보여준다. 페르세우스가 약간은 수줍음을 담은 미소라면, 부메스터는 좀더 적극적이고 화려한 표현력으로 다가오는 성향이다. 음의 싱그러움과 약동감, 강약의 대비 등의 특징은 경험해본 포노 앰프 중 최고로 평가된다. 동일한 조합에서도 서로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두 조의 포노 앰프는 같은 음반에서 서로 다른 음악적 감성을 얻을 수 있는 오디오적 재미까지 전해준다. 아무튼 이런 것이 아날로그의 취미성과 즐거움 아닌가.
필자는 좁은 리스닝 공간의 특성 상 룸 튜닝에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여 대형 스피커 운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축하였다. 이제는 룸 튜닝에 대한 부분은 완성이 되었다고 자부할 정도 수준이 되었으나, 아직도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전원 부분이다. 오디오 경험이 많은 독자 분들 모두 적어도 몇 제품의 전원 개선 혹은 보조 장치에 대한 사용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득실을 따져야 할 경우가 생기며, 실이 없는 득만을 얻을 수 있는 전원 장치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도입한 션야타 리서치의 트라이톤·타이푼 조합에 베럼 어쿠스틱의 플래티넘 벽체 콘센트와 플래티넘 멀티탭의 추가로 전원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이제 없어졌다고 자부한다. 물론 본 조합 자체가 다른 환경과 다른 시스템에서는 어떤 결과를 보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 필자의 시스템에서 보여주는 성능은 ‘잃어버렸던 디테일을 찾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의 배경과 전망, 그리고 살아나는 디테일한 음의 세분화된 입자감을 다이내믹스의 손실 없이 얻고자 하는 것이 필자의 목표였는데, 현재의 조합으로 이런 이상을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큰 만족을 주는 시스템이다.
30년 가까운 오디오의 기행 중 수많은 즐거움과 좌절을 맛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이해가 되지 않고 무모한 도전도 있었지만, 지난 30년의 시간은 어느 누구보다도 감성적으로, 정신적으로 윤택하게 살아왔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무튼 이런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최근 필자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정보들이 독자 분들에게도 호기심의 충족과 유용한 정보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맺도록 하겠다.

사용 시스템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소냐 1.2   프리앰프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C1
파워 앰프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M1   CD 트랜스포트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P1
D/A 컨버터 에소테릭 그란디오소 D1   클록 제너레이터 에소테릭 G-01
턴테이블 테크다스 에어 포스 원, 가라드 301
톤암 트라이플라나 MK7 카본 롱·숏암, 이케다 IT407, 쉬크 롱암
카트리지 반덴헐 콜리브리 XGW, 클리어 오디오 골드핑거, 페이즈메이션 PP-1000, PP-mono
승압트랜스 페이즈메이션 T500, 피어리스 4629
포노 앰프 컨스틸레이션 오디오 페르세우스, 부메스터 100
전원 장치 션야타 리서치 트라이톤·타이푼, 베럼 어쿠스틱 P8
보유 LP 1만장   보유 CD 8000장   보유 DVD 3000장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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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오디오 취미 하이엔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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