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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 [10]
파주시 김인호 씨
글 정승우 2008-06-01 |   지면 발행 ( 2008년 6월호 - 전체 보기 )




낭만과 멋이 없는 삶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개인별로 각자 취향에 따라 추구하는 것들이 다르겠지만 제게는 음악이 제 삶의 멋과 낭만입니다. 음악을 통해 심신을 달래며 같은 취미를 가진 좋은 분들과의 만남도 있습니다. 아무튼 음악이 없는 제 삶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번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 10호의 주인공은 김인호 님, 아마 클래식 음반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바 있는, 소위 음반계의 유명한 고수이다. 이분과 나눈 4시간 정도의 대담은 오랜만에 음악과 음반, 그리고 연주자와 관한 유익하고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값진 경험이었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시며 거실을 메인 리스닝 룸으로 하여 진지하고 탐구적인 자세로 음악세계에 몰입하시는 김인호 님과의 대화는 분명 우리 애호가들에게 교훈을 던져주는 내용들이 가득하며 특히 음악에 관한 해박한 지식은 필자를 위축하게 할 만큼 대단한 것임을 밝혀둔다.


▲ B&W 노틸러스 801과 보스턴 어쿠스틱스 VR30

메인 스피커가 B&W 노틸러스 801이군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는지요?
벌써 8년이 넘었네요. 사실 저 같은 사람만 있으면 아마 국내 오디오 업계는 문을 닫겠지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디오 마니아라기보다는 음악 마니아에 가깝죠. 오디오에 쏟은 열정보다는 음악과 음반 수집에 쏟은 열정이 훨씬 크니까요. 한때는 저도 대단한 오디오파일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바꿈질을 하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음반 한 장 재생하는 시스템에 왜 이렇게 집착하고 안달을 부리는지 문득 회의가 들더군요. 그때 기기와 기기 교체에 중독이 되어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오디오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음반 수집 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신제품에 대한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고, 제 시스템에서 나오는 단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업그레이드에 대한 유혹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인내심을 갖고 참다 보니 어느덧 시스템에서 편안한 음악만이 들리더군요. 이후 오디오에 대한 미련을 접고 8년 동안 이 스피커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앞으로 또 무슨 바람이 불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 스피커가 재생하는 사운드에 중독되어 교체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사용하시면서 어떤 방향으로 튜닝하셨는지요?
현재 메인 앰프는 코드의 제품이며, 이전에는 다양한 앰프로 매칭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지금 조합보다 훨씬 더 고가인 마크 레빈슨의 No.33H·38 조합, 어큐페이즈 P-7000·C-290V 조합 등 기억에 남는 조합들도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현재의 조합 대비 발군의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너무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는 경향인 것 같아 이내 실증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현재 메인 앰프인 코드 SPM1200C·CPA3200 조합으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가격적으로는 다운그레이드의 개념이지만 이상하게도 B&W와의 매칭 결과는 훨씬 더 좋았습니다. 마크 레빈슨과 같은 강한 카리스마와 어큐페이즈 조합의 선도와 해상력에는 못 미치지만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재생 경향으로 제 취향에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치 시골 처녀와 같다고 할까요? 넘침도 부족함도 없이 스피커의 자연스러운 개성과 질감을 모니터적인 정확성으로 잘 표현해주는 경향에 왜 많은 스튜디오 현장에서 코드와 B&W 조합이 널리 사용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심심하게 들리는 조합이지만 밸런스와 중용의 미학이라는 점에서 보면 분명 기존에 사용하던 조합보다는 한 수 우위의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자랑 같지만 주변의 많은 지인 분들 중 저희 집 소리를 듣고 일부 분들이 같은 조합으로 현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룸 튜닝 및 스피커의 정확한 위치 조정 등을 통해 많은 가능성을 이끌어내었지만 현재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관계로 이제 과거의 경험을 살려 세팅을 다시 추구하려 합니다. 현재 공간의 경우 과거에 사용한 공간보다 넓어 좀더 자연스럽게 사운드가 재생되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튜닝 자체에 손을 전혀 대지 않아 앞으로 더욱 많은 가능성을 갖고 튜닝을 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잠깐 이분의 메인 시스템을 소개하고자 한다. 상술한 B&W와 코드 조합과 국내 제작인 트리스탄 파워 앰프와 이졸데 프리앰프, 그리고 보스턴 어쿠스틱스의 VR30 스피커를 사용 중이다. 마란츠 7 프리앰프는 포노 앰프로 사용 중이며 오토폰 T-2000 승압트랜스와 가라드 301과 듀얼 골든 1 플레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 1&2 코드 SPM1200C·CPA3200. 넘침도 부족함도 없이 B&W 노틸러스 801 스피커의 자연스러운 개성과 질감을 모니터적인 정확성으로 잘 표현해주며 심심하게 들리는 조합이지만 밸런스와 중용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3&4 Aky 일렉트로닉스 트리스탄·이졸데. 국내 제작 앰프이며 광대역을 지향하는 고품격 재생은 어렵지만 특유의 음색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주로 실내악곡 중심의 감상 시 사용하고 하고 있다. 5 마란츠 7. 현재 오토폰 T-2000 승압트랜스와 함께 포노 앰프로 사용 중이다.


▲ 1 마란츠 ST-400 튜너. 2 삼성 BD-P1400과 파이오니어 CLD-HF9C.

메인 시스템 외에 기타 시스템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보스턴 스피커의 경우 현재 계획 중인 AV 전용 스피커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외에 모노 전용으로 중앙에 이 스피커 하나를 놓고 모노 시스템을 운용할 계획이며 아직 정확한 세팅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1차 실험 결과 상당히 질 좋은 모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모노 사운드는 녹음의 특성상 하나의 스피커로 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아마도 이 모노 시스템 운용이 성공적일 경우 별도로 빈티지 계열의 스피커 하나를 구입하여 본격적인 모노 사운드 재생을 할 예정입니다. 국내 제작 앰프인 트리스탄·이졸데 조합의 경우 광대역을 지향하는 고품격 재생은 어렵지만, 그래도 특유의 음색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경향을 보여줍니다. 가끔 이 사운드가 그리워 지금도 틈만 나면 코드 대신 연결하여 실내악곡 중심으로 감상을 하고 있으며 일단은 AV 전용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현재 스크린만 준비해놓은 AV 시스템의 경우 2채널로 운용할지 5.1채널로 운용할지 결정을 못한 상황이고, 아마도 처음에는 가볍게 2채널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냥 조촐한 시스템이라 하이엔드를 운용하는 시스템과 비교하면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합니다만 그래도 많은 경험을 통해 이룩한 최종 시스템이기에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케이블은 어떤 종류를 사용하고 계시는지요?
스피커 케이블은 킴버 3038입니다. 제 시스템에 비하면 나름대로 하이엔드 케이블입니다. B&W 특유의 중립적인 성향에 적당한 기교를 부리는 특성으로 매칭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케이블 중 적어도 스피커 케이블에 대한 욕심과 집착은 좀 강한 편이어서 여러 종류의 케이블을 테스트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 제품입니다. 사람들에 따라 케이블에 관한 여러 의견이 난무하는 것 같은데, 제 경우는 스피커 케이블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킴버 3038의 경우 음이 섬세하고 튀지 않으며 밸런스가 무척 좋은 경향으로 제 취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 케이블의 경우 기본적으로 중립적인 성향을 좋아하여 카다스 제품과 첼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하이엔드 케이블의 경우 과장이 좀 심한 것 같아 현재 이 조합을 그런대로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아무튼 메인보다 서브에 속하는 그것도 액티브가 아닌 패시브 컴포넌트인 케이블에 대해 지나친 투자는 좀 피하는 편입니다.


오디오 경력은 얼마나 되셨으며 특별히 인상에 남는 조합은 어떤 것인지요?
한 20년 정도 오디오를 추구했고, 특히 90년대에는 7~8년 동안 집중적으로 오디오에 대한 투자를 했습니다. 정말 많은 기기들이 오고갔었는데, 스피커의 경우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로열, 던래비 SC-4, 이글스턴 웍스 안드라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탄노이의 경우 특유의 음색에 여유로움이, 던래비의 경우 현재 B&W 스피커와 비슷한 중립성이 기억에 남으며, 안드라의 경우 제게 매칭의 어려움을 일깨워준 스피커입니다. 사실 안드라 스피커에 대한 많은 고생으로 인해 B&W 스피커를 도입하게 되었을 만큼 가능성이 무한한 스피커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상대였습니다. 앰프는 마크 레빈슨, 크렐, 매킨토시 등 당대의 유명한 기종들을 거쳐 갔고, 소스기기들도 와디아, 마크 레빈슨 등 하이엔드들을 두루 섭렵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특유의 화장기 있는 찰랑거리는 듯한 매력은 그리울 정도로 첼로 앰프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각별했습니다. 던래비 스피커에 마크 레빈슨 No.20.5·BAT VK-5i의 조합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지 무대감이나 입체적인 표현력이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인상적인 조합이었습니다. B&W 노틸러스 801을 도입한 후 이 조합으로 계속 운용할 계획이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소리 자체의 성향이 B&W 노틸러스 801과 상충되는 것 같아 코드 조합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빈티지 시스템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사실 JBL 하츠필드의 사용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빈티지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자연스러운 질감과는 거리가 먼 특정 대역이 강조되는 경향으로 향후에도 빈티지 시스템을 메인 시스템으로 도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 얼마 전 지인 댁에서 경험한 블랙 유닛을 탑재한 탄노이 오토그라프는 나름대로의 장점과 가능성이 많아 매력적이었으나 아무래도 여건상 현재의 시스템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향후에 빈티지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모노 전용인 배플을 이용한 풀레인지 타입으로 구성하여 성악곡을 중심으로 운용할 계획은 갖고 있습니다.

오디오 관련 대화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아날로그 시스템 및 음악 관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현재 메인 플레이어는 가라드 301에 오토폰 RMG309 톤암과 SPU 실버 마이스터 카트리지이다. 마란츠 7 프리앰프를 포노 앰프로 사용 중이며 오토폰 T-2000 승압트랜스의 구성이다. 그리고 듀얼 골든 1 턴테이블에 슈어 V-15 카트리지의 매칭으로 사용 중이며 이외에 SPU 구형 모노 및 스테레오 카트리지를 별도로 운용 중이다.


▲ 1 가라드 301과 오토폰 RMG309 톤암, SPU 실버 마이스터 카트리지. 골동품적인 제품이지만 많은 장점과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가라드 301과 SPU 조합이 연출하는 스케일 감은 쉽게 연출하기 힘든 세계이다. 2 듀얼 골든 1 턴테이블과 슈어 V-15 카트리지. 외양만큼이나 소박한 사운드가 장기이며 조용히 아무 생각 없이 추억에 잠길 때 진가를 발휘한다.

SPU 마니아이신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진솔함과 질감을 이 제품의 매력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구형과 신형의 독특한 음색 차이 역시 각별한 매력으로 번갈아가며 사용 중입니다. 현대 카트리지들의 경우 높은 해상력을 강조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어 있는 듯한 가는 음색으로 제 취향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특히 가라드 301을 선호하는 제 입장에서는 플레이어와의 매칭 문제 등으로 SPU의 매력을 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라드 301을 특별히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이전 사용 모델인 린 LP-12, 토렌스 124·520, 가라드 401 등과 비교할 때 음의 스케일감 측면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음의 진솔함과 질감 등 장점이 많은 제품이라 생각하며 특히 SPU와의 조합이 가장 훌륭한 매칭으로 만족도가 높습니다. 물론 현대적인 하이엔드 턴테이블과 비교할 때 단점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SPU 카트리지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더없는 선택입니다. 얼마 전까지 가라드 301 한 대를 더 보유하고 있었는데 가까운 지인에게 양도한 후 얼마나 후회막심한지 깨끗한 상태의 가라드 301을 발견하면 하나 더 추가할 마음을 먹을 만큼 가라드 301에 대한 애정은 각별합니다.

대담 중 들려오는 장드롱 연주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5번의 자연스러운 질감은 놀랄 만한 수준으로 필자 역시도 하이엔드 턴테이블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유의 탐미적인 세계가 펼쳐짐을 느낄 수 있었다. 3번째 턴테이블의 도입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는 필자가 그동안 이상하리만큼 인연이 없었던 이 턴테이블에 관심을 갖게 될 만큼 매력적인 음의 향연이었다.

현대 시스템에 구형 아날로그 시스템이라 좀 언밸런스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저 역시 도입 초기에는 과연 좋은 매칭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오히려 구형 턴테이블에 SPU 매칭 시 현대 하이엔드 시스템의 단점들이 보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하이엔드 턴테이블의 장점도 인정하지만 가라드에 SPU 조합이 연출하는 스케일감은 아마도 어마어마한 가격의 레퍼런스급 턴테이블이 아니고는 연출하기 힘든 세계일 겁니다. 비록 오랜 세월이 지난 골동품적인 제품이지만 여기에는 분명 많은 장점과 매력이 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오히려 빈티지 시스템보다 현대 시스템을 만나면 이 플레이어의 실력이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의 경우 향후 플레이어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말씀 드린 대로 가라드 301 하나를 더 추가할 예정입니다.

서브시스템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듀얼 골든 1 플레이어에 슈어 V-15 카트리지의 조합입니다. 사실 외양만큼이나 소박한 사운드가 장기인데 그 점이 의외로 매력적입니다. 고급 음식만을 섭취하다 가끔은 토속적인 촌스러운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듯 이 플레이어 역시 그런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조용히 아무 생각 없이 추억에 잠길 때 이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포노 앰프를 특이하게 마란츠 7 포노단을 활용 중이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포노 앰프의 경우 진공관을 사용한 제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진공관은 분명 아날로그와 잘 맞는 성향을 갖고 있어 예전부터 파워 앰프를 제외한 프리앰프나 포노 앰프의 경우 진공관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이전 사용 모델인 EAR-834P의 경우도 승압트랜스 매칭 시 대단히 매력적인 성향으로 한동안 만족스럽게 사용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동호인 댁에 매칭된 마란츠 7 포노단의 매력에 빠져, 다소 특이하지만, 프리앰프는 그대로 코드 제품을 사용하고 마란츠 7 포노단을 포노앰프로 매칭한 후 기대 밖의 성공을 경험했습니다. 질감적 우수성에 단점인 협대역이 코드 프리앰프와의 조합으로 개선되어 어떤 포노 앰프 제품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줍니다. 주변에 마란츠 7의 포노단 성능은 인정하나 프리앰프 자체가 갖는 단점들을 싫어하시는 분들께 이와 같은 매칭을 적극 권할 만큼 이 조합은 오디오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거실의 공간 외에 별도의 룸에 진열된 LP 컬렉션을 보고 필자는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LP 음반의 수에 의존하는 컬렉션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가 이 분의 음악적인 식견과 오랜 시간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것들로 오디오에 대한 방황을 잊고 음악에만 정진하는 자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음반이 어마어마하군요. 현재 보유하신 소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LP가 한 6천장, CD는 5백장 정도입니다. 보유 LP 중 절반 정도가 초반입니다. 유명한 레이블을 예를 들면 스테레오 기준으로 SAX 100여장, ASD 100여장, 데카 와이드밴드 200여장입니다. 제 경우 단순한 욕심을 위주로 한 컬렉션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들어서 연주나 녹음 등 인정할 만한 LP들만을 수집합니다. 특히 현악과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여 집중적으로 컬렉션하는 편이고, 나탄 밀스타인, 아르트루 그뤼미오, 미셸 오클레르의 바이올린 연주와 야노스 슈타커, 모리스 장드롱의 첼로 연주는 저의 중요한 컬렉션 타깃입니다. 지휘자는 루돌프 켐페, 콘스탄틴 실베스트리를 특히 좋아하며 성악가는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를 좋아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고가의 초반이라고 반드시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실베스트리 지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의 경우 음반 값이 만만치 않고 명반으로 소문이 나 기대를 가지고 구입했다가 크게 실망한 경험도 있습니다. 차라리 흔한 음반이지만 훨씬 더 가격이 저렴한 염가 반들 중 이 곡의 명반이 훨씬 더 많습니다. 비슷한 예로 요한나 마르치의 바흐 연주 역시 고가 반이지만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음반 중의 하나입니다. 이렇듯 시중에는 가격에 관계없이 수많은 명연주 명녹음을 갖춘 염가 음반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날로그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 중 고가의 음반 가격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의 경우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탐구하고 주변의 많은 분들을 활용하면 의외로 손쉽게 아날로그 음반의 세계로 입문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얼마 전 시작한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통해 많은 정보 교류를 하고 있으며 좋은 분들과 더불어 음악과 음반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치고 순수한 영혼을 갖지 않으신 분이 없을 정도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쉽고 빠르게 아날로그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이 있으니 초보자 분들은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해드리고 싶군요.

대담 중 빌헬름 켐프 연주의 바흐 피아노곡이 흘러나왔다. 만년 DG 녹음으로 훌륭한 녹음과 더불어 연주 수준 또한 대단하였다.

지금 들려주신 음반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국내에서 지명도가 떨어지는 감도 있는 빌헬름 켐프의 경우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자입니다. 동향의 선배 박하우스의 그늘과 DG이라는 레이블 때문에 저평가되어 그렇지 그의 연주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느린 템포 속에 유유히 그려나가는 정신세계의 깊이와 서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렇게 1만원 남짓한 음반에도 훌륭한 연주가 많습니다. 음반 값이 저렴하다고 반드시 음반의 내용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동구권의 일부 연주자들 중 훌륭한 명반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습니다. 전 항상 이런 보물과 같은 연주자들의 명연주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면 상당한 희열감을 느낍니다. 제 주관은 분명 세상에는 절대적인 명반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고가 반들 중 대부분 훌륭한 내용과 역사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컬렉션의 가치가 충분한 음반들이지만 절대적인 최고의 가치는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대담 중 들려주신 몇 곡의 현악곡과 피아노곡의 경우 음악을 오래 들었다고 자부하는 필자조차 상당히 생소한 연주자들로 하나 같이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연주력과 함께 녹음 역시 뛰어났다.

클래식 이외에 즐겨 듣는 음악이 있으신지요?
최근에는 재즈의 매력에 빠져 있습니다. 소니 롤린스나 루 도널드슨을 특히 좋아하는데 음반 가격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고가의 음반들 중 재즈의 경우 특히 음반 상태의 부실로 아예 재반 위주로 컬렉션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씩 좋은 가격에 상태가 훌륭한 음반일 경우 컬렉션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음반만으로도 충분하실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수집할 예정이신지요?
음악 특히 음반의 세계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는 저 정도의 컬렉션과 지식이라면 거의 마스터하지 않았나 하는 자만심이 생겼던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저보다 훨씬 더 식견이 높으신 분들과 숨겨진 명반을 발견할 때 마다 아직 멀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 평생을 공부하고 수집해도 모자랄 만큼 음악과 음반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오디오에 대한 관심을 음악과 음반 쪽으로 돌리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하이엔드의 극단을 달리는 오디오 마니아의 입장과 추구하는 길 역시 인정합니다. 저 역시 한때는 그런 길을 걸었으니까요. 하지만 현재의 제 가치관 속에는 오디오보다는 음악과 음반이 더 중요하기에 추구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각자 가는 길이 다 다른 것 아닐까요? 취미의 세계에서 정도는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끝으로 후배 애호가 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아날로그를 시작하시는 분들의 경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과감히 도전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군요. 예를 들어 음반 가격 역시 앞에서 설명해드렸듯이 얼마든지 적은 비용으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소스들이 널려 있고, 아날로그 시스템 역시 적은 비용으로도 음악을 감상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지인 댁에서 경험했던 불과 몇 만 원짜리 오디오 테크니카의 카트리지의 매력에 놀란 경험이 있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슈어 카트리지의 경우도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아날로그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소스와 가능성 자체가 무한대로 결코 디지털에서는 얻기 힘든 세계를 선사해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무튼 많은 분들이 두려움을 없이 아날로그의 세계에 입문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장장 4시간여에 걸친 음악과 관련한 유익한 시간은 오랜만에 음악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지인을 만났다는 점에서 즐거웠고, 향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유익한 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다. 비록 현대의 초고가 하이엔드 시스템은 아니지만 사운드는 밸런스가 완벽한 경향으로 일부 조합이 잘못된 고가의 기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없이 자연스러움을 수반한 고품위한 경향이었다. 음악과 음반에 대한 이분의 진지한 자세와 주변의 많은 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항상 탐구하며 많은 초보자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분의 친절함은 분명 진정한 취미세계의 고수로서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한 느낌마저 들었다. 끝으로 현재 이분이 활동 중인 인터넷 카페에 관한 정보를 드리고 싶다. 주소는 cafe.naver.com/analoguelplover이며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 회원수가 65명 정도인 동호인 모임이다. 상업성이 전혀 없는 순수 동호인 모임으로서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기에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독자 분들께서는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라며 탐방을 마치려 한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B&W 노틸러스 801, 보스턴 어쿠스틱스 VR30
프리앰프 코드 CPA3200, Aky 일렉트로닉스 이졸데, 마란츠 7
파워 앰프 코드 SPM1200C, Aky 일렉트로닉스 트리스탄 MA5000
턴테이블 가라드 301, 듀얼 골든 1   톤암 오토폰 RMG309
카트리지 오토폰 SPU 실버 마이스터, 슈어 V-15   승압트랜스 오토폰 T-2000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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