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y SLP-98·CAD-300SE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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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y SLP-98·CAD-300SE Signature
  • 김기인
  • 승인 2014.12.01 00:00
  • 2014년 12월호 (5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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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공관 앰프 제작사의 경향은 철저히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튜브로 만든 새로운 음색이 콘셉트인 경우와 비교적 고전적 설계에 고전 관 방식의 회로를 고수하는 전통적 진공관 음색의 앰프를 생산하는 메이커로 나뉜다. 미국의 캐리(Cary) 사는 그 후자에 해당하는 회사로, 우리에게는 낯익은 진공관 앰프 제조사다. 따라서 캐리에서 사용하는 진공관은 일반적인 것이 대부분이고, 그 디자인 콘셉트 또한 고전적이다. 물론 그 음색도 빈티지 앰프에 가까우며, 내부 회로 구성과 하드와이어링을 주축으로 한 충실한 설계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물량 투입이 충실하고 만듦새가 좋은 것에 반해 가격은 타당성 있게 형성되어 애호가 층의 호응이 좋다.
캐리의 수많은 진공관 앰프 라인업 중에서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 포노 앰프를 장착한 SLP-98 프리앰프와 300B 싱글 구성의 CAD-300SE Signature(이하 300SE) 파워 앰프다. 이 두 앰프는 아날로그가 메인이고 빈티지 스피커를 울리는 필자의 성향에 잘 들어맞아 보조 시스템으로 현재도 사용 중이다. 특히 탄노이류의 빈티지 스피커를 울릴 때에는 이 300SE를 능가하는 앰프는 구·신형을 막론하고 별로 없다.
300SE는 90mA의 전류를 흘려 300B 싱글로 15W의 출력을 뽑아내는 독특한 회로를 탑재하고 있다. 보통 10W 미만이 싱글 300B의 정석인데 반해 약 50% 정도의 출력 향상을 도모했다. 그래서 출력관의 수명 문제나 노이즈 문제에 취약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기우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300SE는 모노모노 구성으로, 충실한 전원 트랜스와 출력 트랜스를 구비했고, 군용 미제 5R4와 대용량 평활 콘덴서, 6SL7 2개를 사용하는 드라이브단 구성 등으로 이와 같이 막강한 출력을 뽑아낸다. 그렇다고 무리수를 둔 곳은 전혀 없다. 출력이나 노이즈도 안정적이고, 내구성도 좋다. 디자인적으로도 고전적인 맛이 있어 필자로서는 불만이 없다. 장착된 300B 관은 펀치드 플레이트에 골드 핀 장착의 러시아제 선별관이며, 6SL7은 텅솔 리바이벌 관으로 성능이 안정적이다.
300SE는 모노모노 구성이어서 전원 케이블 연결에는 신경을 써야 한다. 즉, 한쪽 전원 그라운드는 절단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그라운드 루프에 의한 루프 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현상은 사실 300SE만의 특징은 아니고, 모든 모노모노 구성의 파워 앰프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루프 험 현상이다. 공통 접지를 통해 앰프 내에 루프 그라운드가 형성되면 험이 난다. 이 현상 때문에 300SE가 험이 있다는 오해도 있는데, 그것은 원리를 모르는 세팅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한쪽 그라운드만 단속하면 100dB가 넘는 알텍 A-5 스피커에서도 험을 느낄 수가 없을 정도이다.

300SE는 온화한 성격의 300B 음색으로 A-5와 연결 시에도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음색을 재생하는데, 300B 싱글로 힘도 모자라지 않고 저역의 에지도 무너지지 않아 신기하기까지 한 경험을 했다. 300B 싱글로 알텍 A-5를 울린 것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었다. WE-91B로도 저역이 지저분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는데, 300SE의 경우는 그런 부분이 해소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단, 임피던스 매칭 스위치가 4Ω과 8Ω에만 적용되게 되어 있어 16Ω 단자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임피던스 매칭 이론상 8Ω 단자에 16Ω 스피커를 물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므로 음색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았다.
필자 소유의 탄노이 채스워스나 오토그라프와의 매칭은 알텍보다 한 단계 윗급의 상성을 보인다. 풍성함과 깊이가 뛰어나며, 특히 탄노이 스피커의 약점인 피아노 음의 타건 여음이나 에너지감을 잘 보완해 주어 만족스러웠다.
현대 300B 앰프라 해서 살짝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선입견이다. 한 번 매칭시켜 보면 의외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시하며, 현대 탄노이 스피커들을 예로 든다면 스털링이나 요크 민스터도 의외로 힘 있고 양감 있게 울린다.
SLP-98은 포노 단에 12AX7 2개와 12AU7 2개, 라인단에 6SN7 4개, 도합 8개의 관을 사용하며, 모두 하드와이어링 회로와 분리 전원을 사용하는 노출 관형 프리앰프다. 특별히 볼륨과 뮤트가 리모컨으로 조정되며, 우아한 음색을 선사하는 발레리나 같은 인상의 외관을 지니고 있다.
필자 입장에서는 진공관 교환이 쉽고, 입·출력 라인 다루기가 쉬워 점수를 한 단계 높여 주었던 기억이 난다. 덩치는 크기 않지만 내용이 충실하고 내구성도 좋아 한 번 권해 볼 만하다. 사용 진공관들은 모두 러시아제인데, 특별히 포노단을 구형 빈티지 텔레풍켄으로 갈면 더 선명하고 투명도가 좋으면서도 음악성이 향상되는 느낌을 즉시 느낄 수 있다. 프리단의 모든 오리지널 관은 한 번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SLP-98과 300SE의 매칭은 차분하고 온화한 분위기가 압도적인 음색을 창출한다. 결코 시끄럽지 않고, 저역의 양감도 풍성한 300B 싱글 음색의 대표적 주자라 말하고 싶다. 빈티지 고능률 스피커를 너무 골치 아프게 다루고 싶지 않다면 이 두 앰프와의 조합이 답이다. 그리고 관만 서서히 튜닝한다면 실제 구입가의 몇 배 음질로 보상해 줄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진공관 앰프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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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12월호 -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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