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축형 유닛에서 얻을 수 있는 정교한 음상의 재현이 이루어지고 있고, 기민한 반응을 보이는 저음역의 절제된 음에서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감각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명품이 등장한 것이다.
금년 들어 우리나라 오디오 시장에 새롭게 소개되기 시작한 스위스오너의 바흐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작은 8인치 동축 유닛을 채택한 제품이다. 8인치 크기의 우퍼 앞에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설치한 유닛으로, 앞에서 보면 배플의 중앙부에 유닛 하나만 위치한 단순한 모습이지만, 옆에서 보면 스피커 앞으로 상당히 거리를 두고서 트위터용 혼 드라이버가 공중에 걸린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클로저는 적층 합판으로 만들어졌고, 백 로딩 혼으로 구성되어 스피커 후면의 배압을 인클로저의 아래쪽으로 빼내도록 하고 있다. 우퍼의 앞에 트위터 유닛을 배치한 형태의 유닛은 과거 알텍이나 젠센의 유닛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이다. 하지만 스위스오너의 제품은 앞면에 위치한 트위터를 정통의 컴프레션 드라이버로 만들고 있고, 이를 다이캐스팅 소재의 강한 프레임으로 지지하고 있는 점이 이전의 유닛들과는 다른 점이다. 이들이 이러한 정공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명기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들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50여 년 전에 판매되었던 토렌스 124 턴테이블의 개조 부품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토렌스 124는 가라드 301과 더불어 하이파이 턴테이블의 고전적 명기로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동경하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턴테이블의 플래터 소재가 자성체로 되어 있어 정교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재생음의 퀄러티는 최고의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던 경향이 있었다. 이들은 이러한 토렌스 턴테이블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으로 비자성체로 이루어진 턴테이블 플래터를 발표하였던 것이다. 이 제품의 발표 후에 수많은 잡지와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졌고,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명성을 등에 업고 이후에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을 발표하여, 새로운 오디오 기기의 제조 업체로의 자리를 잡아오고 있는 것이다.
바흐 8은 그다지 크지 않은 크기에 박스형 인클로저의 한쪽은 도려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위에서 보면 5각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연결을 위한 커넥터를 스피커의 하단 부분에 위치 시켜놓고 있어 케이블이 스피커 아래로 들어간 모습이 된다. 백 로딩 혼의 형태인데 내부의 에어 패스의 형태는 유추해 내기가 어렵다. 재생주파수 대역은 56Hz-18kHz,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1.7kHz로 트위터의 재생 범위가 넓다. 고음역을 담당하는 혼 드라이버와 후면의 배압이 적게 걸리는 백 로딩 혼형의 인클로저 덕분에 제품의 능률은 94dB로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다. 겉모습은 매우 수수하게 마무리되어 있어 마치 솜씨 좋은 아마추어 제작자가 만들어낸 듯한 모양이지만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제품임을 알 수가 있다. 특히 혼 드라이버를 지지하고 있는 금속제 프레임이 매우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공중에 띄워진 형태를 취하고 있어도 작동에는 배플에 고정된 것 이상으로 안정감이 있다.
혼 드라이버를 장착하고 높은 능률을 가지고 있는 스피커 시스템의 출현은 요즈음 들어서 쉽게 볼 수 없는 구성인데, 이는 저 출력 싱글 구동의 3극 진공관 앰프와의 매칭을 고려해 봄직한 제품이다. 시청을 위해 준비된 앰프도 두 기종 모두 다 진공관 앰프였다. 싱글 구동은 아니지만 하나는 5극관 KT88을 사용한 신세시스의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3극관 300B를 사용한 케인의 제품이었다.
첫 곡인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이 울려 나오자마자 대단히 높은 수준의 음이 절제된 듯한 긴장감을 가지고 울려나오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넓은 재생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상쾌한 실내의 울림이 매우 풍족하게 울려 나오는 것이었다. 재생음의 공간은 스피커의 뒤쪽으로 넓게 펼쳐지면서 넓은 공간감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악기의 음색도 더욱 생동감 있게 재현해 주고 있어 쳄발로의 음이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오보에의 소리는 목질 부분의 미세한 음색도 생생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백 로딩 혼형의 인클로저라서 저음역의 윤곽이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매우 제동이 잘 되는 저음역의 사운드는 재즈 보컬에서 진가를 발휘하였다. 에스더 오파림의 ‘Kinderspiele’에서 기타와 보컬의 균형이 절묘하게 잡혀 있어 듣는 이의 감흥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올려주고 있었다. 기타의 울림도 번짐이 없이 기민한 반응을 보였으며, 가수의 호흡을 감지해 낼 수 있는 정교한 음은 연주의 열기를 증폭하여 전해주고 있는 느낌을 준다.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저음역과 고음역대까지 평탄하게 뻗어 있는 넓은 음역은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혼형 특유의 농밀하고 반응 빠른 중음역의 재생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재생하였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고 있었다.
동축형 유닛에서 얻을 수 있는 정교한 음상의 재현이 이루어지고 있고, 기민한 반응을 보이는 저음역의 절제된 음에서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감각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명품이 등장한 것이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870만원 재생주파수대역 56Hz-18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4dB/W/m
권장 앰프 출력 20-80W, 8-30W(진공관) 크기(WHD) 31×81×33.6c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