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llaton G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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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llaton Grand
  • 이정재
  • 승인 2012.09.01 00:00
  • 2012년 9월호 (48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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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스피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
 젤라톤 리뷰를 의뢰받고 가장 기뻤던 점은 드디어 한국에 젤라톤이 소개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젤라톤은 동유럽의 스피커 드라이버 제조 과학의 산실이며, 그 설계와 기술적 배경은 가히 수백장의 논문으로도 표현될 수 없는 연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하이파이 브랜드들이 편중되어, 실력보다는 마케팅에 의해 명기가 판가름 나기 쉬운 동네에서 젤라톤을 소개한다는 것은, 어쩌면 정말 제대로 된 스피커를 소개한다는 사명을 가지게 하는지도 모른다. 젤라톤이라고 명명되어진 이 스피커를 알기 위해서는 75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35년 창업자이기도 에밀 포츠스(Dr. Emil Podszus) 씨가 발포 샌드위치 콘을 발명, 젤라톤(Zellaton)의 이름으로 등록한데서, 비롯된 매우 오래된 제조업체이다. 이후 3대에 걸쳐 연구된 발포 구조 샌드위치 티타늄 콘은 공기처럼 가볍고, 그 반응의 장점인 속도감은 다른 스피커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젤라톤만의 것이 된 것이다. 초기 창업자이며, 연구원이었던 포츠스 박사는 1881년 1월 21일에 태어나 막스 플랑크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에 섞여 국가시험을 통과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발포 샌드위치 콘의 발명은 스피커 콘에 대해 연구하던 때에 무언가 가볍고 빠르며, 빠른 움직임에도 왜곡이 생기지 않는 구조를 찾던 중 그의 아내가 계란 흰자로 거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그 발포 구조를 콘지에 도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박사는 약 15년 동안 수천 번 테스트를 거쳐 1950년에는 도료를 팽창시키고, 미세한 기포로 만들 수 있으며 안정적이고, 습도에도 열에도 저항력이 있는 재료를 발견, 종이 백 스킨과 알루미늄 프런트 스킨로 이루어진 젤라톤 1을 개발해 내었다. 그리고 많은 젤라톤 1 풀레인지 유닛을 다른 각도에서 사용하며, 음을 분산시키는 플러럴 시스템(Plural System)을 발표, 당시 젤라톤 플러럴 시스템은 쿼드 ESL57S보다 음악성과 투명성이 우수하다는 높은 평가를 얻었다. 지금의 오디오 연주가들이 하는 것처럼 베토벤 음반을 재생하는 콘서트를 열었는데, 그 절대적인 성능에 모든 관객이 박수를 쳤고, 언론과 많은 비평가는 모두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없었다'는 평으로 젤라톤의 우수성을 말했다. 그의 제품은 기존의 다이어프램의 전형적인 자연 공명이 없었던 것이다. 또한 60년대 후반에는 클라인 & 험멜이 젤라톤 10인치 우퍼와 5인치 미드레인지를 사용한 3웨이 스튜디오 모니터를 발표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포츠스 박사에 이어 유르겐 괴리히(Juergen Goerlich)에 의해 제조가 이어지고, 전면 스킨과 백 스킨이 모두 알루미늄 포일로 이루어진 젤라톤 2가 80년대 후반에 발표된다. 이것은 앙상블로 대표되는 해리 포웰(Harry Pawel) 작품과 이탈리아 카프리치오 컨티누오(Capriccio Continuo)에 사용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3D 매트릭스 나노 그라파이트 섬유 구조(탄소 섬유보다 10배 가벼운)의 'Hypergraph Ti' 소재를 사용하여 진공 플라즈마 티타늄 표면 가공에 의해 강화된 최첨단 특수 스킨을 사용한 젤라톤 3을 발표하게 된다. 젤라톤 3의 코어 부분은 항공 우주 산업에서 사용되는 스펙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콘의 깊이에 따라 다른 밀도를 갖도록 형성되었고, 그 결과 한층 더 공기가 콘지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소재가 되도록 했다. 젤라톤의 유닛이 초기 매지코의 유닛으로 채택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드라이버의 우수성에 대해 다시금 설명할 이유가 없다. 현재는 젤라톤 5 시대에 돌입하고, 스피커 드라이버에서 최고의 진동판이란 진동판과 같은 것이 아니라, 공기 그 자체라는 이념 하에 진동판에 독자적인 경질 발포체를 사용, 티타늄, 붕소, 그라파이트 섬유를 조합해 3층 구조로 공진 주파수를 분산시켜, 고유의 착색을 없애버렸다. 진동판의 대부분은 실질적으로 공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경량이고, 댐퍼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것에 의해서 진동을 신속하게 감쇠시켜, 한층 더 하이 스피디한 재생음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진동판을 셀 구조로 분할하는 작업을 통해, 지극히 높은 강성도 획득하고 있다. 이 최첨단의 드라이버의 제작 작업은 모두 독일 국내에서 수주간 시간을 들이는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쉽게 말한다면 공기처럼 가벼운 콘지가 공기를 매우 스피디하고 정확하게 이동시키는, 궁극의 콘지를 개발한 것이다. 이 드라이버는 소재의 극한 영역을 취급하기 위해,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컨트롤할 수 있는 마에스터 엔지니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포츠스 박사의 손자에 해당하는 마누엘 포츠스(CEO·엔지니어)가 젤라톤 브랜드로 스피커 시스템을 설계·제조하고 있으며, 이번에 리뷰하는 제품은 젤라톤 그랜드, 75주년 기념작인 것이다. 젤라톤 그랜드에 들어가는 유닛은 미세 조정을 통한 페어링 과정을 거쳐 드라이버를 선별하고 서로의 특성을 맞추어 제작이 되고 3D 프로그램에 의해 설계, 시뮬레이팅된 인클로저 속에 담기게 된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풀 콘 트위터 드라이버를 들 수 있는데, 40kHz까지 거의 평탄하게 소리를 내주는 콘 트위터를 만들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래프를 보면 참으로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젤라톤의 역사와 기술적 배경은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젤라톤 그랜드를 살펴본다. 첫 인상은 콤팩트하고 심플한 디자인이다. 사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심플한 구조이다, 110cm의 톨보이로 약간 낮은 높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소파에 앉아서 살펴보니 위에 설명했던 사랑스러운 트위터의 높이가 귀 높이에 일치한다. 이런 유닛의 피팅은 장점으로 바람직하다. 깊이는 55cm로 좀 깊은 편인데, 안으로 줄어드는 형상으로 앞에서 보면 그렇게 깊이 있는 캐비닛으로 보이지 않는다. 컬러는 블랙이라고 브로슈어에 써 있지만, 실물은 메탈릭의 저먼 그레이로 독일의 자동차 컬러에서 보던 색상이다. 이 색상은 저먼 실버와 함께 독일 기계의 표준 색상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직한 색상을 보여주는데, 가까이 보면 아름다운 펄의 느낌이 묻어나고, 피아노 래커와는 다른, 도막이 두꺼운 투명 레탄(자동차 코팅 도료)으로 마감되는데, 도장의 두께감이 흡사 독일제 자동차 도장을 보는 듯하다. 


 전면 배플은 25cm 정도로 적당한 넓이를 가지고 있지만, 위상을 고려하여 약간 기울어져 있다. MDF와 알루미늄, 스테인리스로 구성된 캐비닛 내부는 브레이싱으로 보강되어,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의 뒤쪽 공간 각각에 분리되어 있다. 캐비닛의 뒤는 직선으로 예리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루멘 화이트와 이소폰 스피커처럼 곡선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독일스럽다. 후면은 8개의 개구부가 있다. 즉, 이 스피커는 루멘 화이트와 같은 후면 개방형이다. 덕트형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압박감이 없는, 마치 스피커가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은 재생음을 실현한다. 초경량인 드라이버와 함께, 설득력 있는 생생한 소리와 땅을 기는 맛이 일품인 저역 재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루멘 화이트와 다른 점은 후면 길쭉한 구멍에 마치 그릴과 같은 검은 천이 쳐져 있고, 댐핑재를 통해 개방하는 것이다. 후면 개방형은 후면 벽면에서 많이 떼어 놓아야 한다는 세팅의 초조함이 있지만, 실제로 세팅을 해보니 오히려 멀지 않은 것이 저역의 밸런스가 좋은 것 같다. 후면 아래쪽에는 로고와 일련번호가 각인되어 있다. 로고는 스피커 유닛의 원추형 콘 모양을 기하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인데 로고가 고급스럽다. 그 아래에 스피커 케이블 바인딩 포스트가 싱글 와이어링 전용으로, 아크릴 손잡이에 링이 달린 형태의 것인데, 케이블을 조이는 맛이 좋다. 그 아래에 3개의 스위치가 붙어 있다. 이 스위치의 온·오프의 조합으로 레벨 컨트롤 효과, 즉 여섯 가지 대역 밸런스가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인데, 약간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으며 소리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대역 밸런스 조정 기능은 후면 개방형 스피커 세팅에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좁은 방에서의 세팅에 매우 용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면에서 트위터는 미드레인지를 그대로 축소한 듯한 모습으로 되어 있는데, 미드레인지와 트위터를 번갈아보면 특유의 광택이 교차되며 특이한 느낌을 준다. 이 유닛들은 검고 확실한 알루미늄 절삭 프레임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것을 통해 배플에 3점 고정되어 있다. 고정 나사의 토크에 따라서도 소리가 변한다는 시대니, 이유가 분명 있을 꺼라 생각된다. 이 스피커의 내부 네트워크에 덴마크 듀런트 코히런트(Duelund Coherent)의 파트가 네트워크 부품으로 들어가고, 이것은 그리폰, 피크 컨설트, 타이달 등에도 들어가는 최고급 부품이다. 네트워크 배선재는 반델헐의 것이 사용되고 있다. 탄노이 등에서도 사용된 친숙하고 정평이 난 케이블이다. 이 스피커의 임피던스는 4Ω(정확히는 3.6Ω), 능률은 85dB이니 네트워크 부하가 꽤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는 구동력 있는 파워 앰프가 필요할 것이다. 에지의 NL12.2 업그레이드된 파워 앰프와 에지 프리, 헤리티지 DAC를 물려 청취에 들어갔다. 사실 리뷰를 위해 가기 전에도 몇 번 다른 세팅으로 들어보았는데, 소리의 결은 위화감 없는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이 자연스러움은 정말 빠른 유닛에서 나온 소리가 공진 없는 캐비닛에서 완전히 이탈되어진 그런 소리의 결인데, 소위 말하는 '스피커는 안 보이고 음상만 남는다'의 모습이다. 게다가 한국의 하이엔드 하이파이를 즐기는 대부분의 오디오파일이 찾아 헤매는 소리인 빈티지 같은 푸근한 느낌이면서도 정확한 포커싱과 광활한 무대, 벽을 뚫을 기세의 깊이를 표현해준다. 이런 것을 밸런스라 표현한다면 궁극의 밸런스를 지닌 느낌의 스피커가 젤라톤인 것이다. 이 스피커의 우는 방법에서 우선 기쁜 것은 풀레인지 성향의 부드러운 출음이다. 진정한 와이드 레인지인 단발 풀레인지 유닛 따위는, 지금도 없는 것이지만, 젤라톤은 그 이상에 접근하여 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 고역·중역·저역의 연결이 매우 부드러운 데다 질감의 차이가 거의 전무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소리를 면밀히 들어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 좋은 생각으로 들어온 일부 스피커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약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각 대역의 질감이나 스피드감이 완벽하게 갖추어지는 쾌감을 젤라톤은 가르쳐 준다. 젤라톤으로부터 계속 내보내지는 음은 상당히 농후하다. 그러나 농후하지만 어두운 느낌의 소리는 아니다. 피크 컨설트나 그리폰 등의 어두운 색채감, 약간은 무거운 그런 것이 아닌 농후하지만 어둡지는 않은 소리로 울어주고 있다. 이 스피커의 능률은 기술한 바와 같이 매우 낮다. 때문에 구동력이 좋은, 그러나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그런 스타일의 앰프보단 음악성을 겸비하고 구동력이 확보되어 사이좋게 음악을 만들어갈 앰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그런 앰프는 비싸다. 에지도 충분히 좋지만 다질이나 테너, 또는 헤리티지 모노블록에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젤라톤은 참 달인을 위한 달인의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오디오의 따듯함도, 달콤함도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이 젤라톤의 사운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모양과 구성은 정말 간단하고 미니멀하면서도 하이엔드 오디오로 완비된 시스템, 그런 것을 새롭게 구축한다면 나는 이 스피커를 선택한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가격 4,000만원(그릴 별도 50만원)구성 2.5웨이 사용유닛 우퍼 18cm, 미드레인지 18cm, 트위터 5.2cm 재생주파수대역 30Hz-50kHz크기(WHD) 25×110×55cm  무게 70kg
48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2년 9월호 -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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