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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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3
  • 이현준
  • 승인 2012.09.01 00:00
  • 2012년 9월호 (48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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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고품질 B&W 사운드를 즐겨라
 요즘 CES, IFA와 같은 해외 유명 전시회에서는 한국의 대기업 직원들이 오디오 메이커 부스를 샅샅이 탐방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이는 CJ E&M이 수입하는 닥터 드레가 국내에서 큰 히트를 기록한 탓으로 헤드폰으로서는 전례 없는 160억 매출을 기록하는 바람에, 경쟁사들의 직원은 전시회를 다니며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히트 예감 제품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 올 초 CES에서 선보인 페라리 헤드폰이 단적인 예다. 당대 최고의 스포츠카 메이커인 페라리가 라이선스하고, 영국의 로직3이 제조하는 이 헤드폰은 마치 페라리 스포츠카를 보는 듯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물론 탁월한 음질을 선사해, 이를 수입하고자 하는 국내 메이커들의 러브콜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쇼가 끝난 이후에도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 언론에서도 이 소동을 보도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헤드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뤄 가히 춘추전국 시대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일례로 이 인기의 주역이었던 닥터 드레는 결국 파트너사인 몬스터 케이블과 결별해 버렸다. 처음 시장 진입 당시만 해도 오디오 제작 노하우가 전혀 없던 닥터 드레였던지라 몬스터 케이블에게 제조를 일임했지만, 지금은 제조해 주겠다고 하는 곳이 줄을 서 있다 보니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몬스터 케이블과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이후 닥터 드레는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에 3억 달러에 회사를 매각해 버렸고, 몬스터 케이블은 자구책으로 새로운 독자 브랜드를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대표작이 바로 박진영 헤드폰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티어스 에지로, 참고로 이 몬스터 케이블의 국내 독점 유통권은 역시 대기업인 한화 갤러리아로 결정되었다. 사실 이 제품의 유통을 위해 몬스터 케이블과 오랜 관계가 있던 모 오디오 수입 업체가 오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대기업의 강력한 물량 공세에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에게 PC 파이니, 헤드폰이니 하는 최근의 트렌드가 달갑지 않을지 모른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 수십년 간 켜켜이 쌓아 올린 웅혼한 가치의 오디오라는 취미가 너무 가볍고 쉽게 평가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릴 적 앨범이 나오는 날을 기다려 레코드숍을 찾고 오디오숍 윈도우 너머의 당대 명기들을 그윽하게 바라보던 추억이나, 지금의 친구들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아 아이폰으로 라이트하게 음악을 즐기는 일이나, 결국 음악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같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헤드폰 유저 그룹을 방문해 보면 헤드폰 하나를 울리기 위해 수천만원의 소스 기기를 투자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유저들도 적지 않다. 시작은 달라도, 결국 다다르게 되는 종착역은 같다. 중요한 것은 헤드폰으로 오디오를 입문한 이들을 진정한 오디오의 세계로 인도하는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얼마 전 작은 오디오 커뮤니티를 시작했다. 헤드폰, PC 파이로 오디오를 입문한 이들에게 오디오의 길을 알려 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이런 즐거움을 영국의 B&W도 똑같이 느끼는 모양이다. 보스가 헤드폰, 스피커를 내놓아 잠시 마켓 쉐어 1위를 가져갔지만, 여전히 하이엔드 스피커 부동의 1위는 B&W다. 왜 이 큰 시장을 진작 참여하지 않았나 싶더니, 2년 전에야 최초의 헤드폰 P5를 선보여서 화제를 모았다. 보통 오디오 메이커들이 헤드폰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은 중국 등에서 제조하는 샘플을 가져다 아주 약간의 튜닝을 더해(라고 강조하지만 안하는 경우가 더 많다), 2-30만원 대에 내놓는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그 오디오 메이커의 팬들이 제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구입해 주기 때문이다. 팬심에 매출을 호소하는 졸렬한 행위다. 그런데 P5는 무려 50만원대였고, 마치 6, 70년대 헤드폰을 보는 듯 앤틱한 하우징, 그리고 양가죽으로 전체를 감싼 호사스러운 디자인을 채용했다. 게다가 이를 디자인한 주인공이 바로 노틸러스의 아버지 모튼 워렌이다. 20년간 B&W에서 근무하면서 노틸러스 시리즈를 비롯한 모든 스피커의 디자인을 책임졌던 그는, 몇 년 전 독립하여 네이티브 디자인(Native Design)이라는 회사를 설립, 여러분이 잘 아는 벤틀리 뮬산의 인터페이스, 아우디 A8 MMI 시스템을 설계하는 세계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발돋움했다. B&W P5는 헤드폰 시장을 B&W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시각을 이야기하는 제품이었다. 팬이니까 묻지 말고 질러라 — 가 아니라, 우리의 팬이면 이 정도의 제품은 돼야 어울릴 것이다 —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 P5의 사운드는 조금 아쉬웠다. 왜냐면 외모는 너무 훌륭했지만, 사운드에선 B&W의 혈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헤드폰을 위해 조금은 자신의 경향과 다른 소리로 튜닝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에 마주한 P3은 다르다. B&W의 팬이라면 이 사운드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투명하게 펼쳐지는 스테이지, 탁월한 해상력을 자랑하는 중고역이 P3에 그대로 담겨 있다. 유닛 사이즈가 4cm에서 3cm로 작아지면서 저역이 많은 소스의 경우에는 인클로저 자체에 진동이 발생한다는 점 외에는 아쉬움을 찾기 힘들다. 임피던스는 34Ω으로 아이폰·아이패드의 32Ω에 비해 살짝 높지만, 실제 구동 시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단언컨대, B&W P3은 동급 헤드폰 시장을 석권할 강력한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할 것이다. 패션 아이템 효과까지 가득한 블랙·화이트 컬러의 매력, 휴대가 편안한 폴딩 디자인 구조, 또 마치 명품 선글라스 케이스를 연상케 하는 전용 케링 케이스는 그저 덤이다. B&W의 팬이라면 P3로 고스란히 옮겨온 바로 그 B&W의 사운드에 강하게 매혹될 것이다.  

 수입원 로이코 (02)335-0006가격 32만9천원  재생주파수 대역 10Hz-20kHz임피던스 34Ω 감도 111dB  무게 13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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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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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9월호 -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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