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 Essay - 오디오 평론가 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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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Essay - 오디오 평론가 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151
  • 김기인
  • 승인 2019.08.09 11:18
  • 2019년 08월호 (56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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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er 800 Tube Receiver

피셔 진공관 리시버는 세계 모든 리시버의 기준이 될 만큼 유명한 모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500B, 500C 또는 800B나 800C의 B·C 시리즈를 대표적인 모델로 떠올린다. 그러나 그 이전 모델, 즉 모노 튜너를 내장한 600이나 800 모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모델들은 58년부터 61년 사이에 생산된 피셔 단품 FM 스테레오 리시버의 전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튜너는 비록 모노지만, 58년 피셔의 첫 스테레오 리시버 600이 샌프란시스코 & 로스앤젤레스 하이파이 쇼에 나왔는데, 당시 가격이 349달러로 고가의 제품이었지만 선풍적 히트를 쳤다. 이를 스타트로 피셔의 리시버 사업은 승승장구한다. 물론 그 이전에 500S를 거쳐 500B로 발전하는 500 모델이 있었지만 모노 리시버였다. 600은 6BQ5 PP의 20W/ch 리시버로, 전면 황동 패널 디자인에 EM-84 매직아이관을 튜닝 스코프로 사용한다.

이에 힘입어 후속 모델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800이다. 7591 PP로는 첫 모델이고 30W/ch의 당시로서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800은 초기 리시버로 B·C 시리즈의 구형 버전이지만 어찌 보면 한 단계 위 버전이라 말해도 틀림없다. 기계적인 내용을 보거나 회로 부품을 보아도 한 단계 더 정성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B·C 시리즈는 상급 모델로의 진화가 아니라 생산 원가 절약 측면에서 기획된 제품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800의 전면 패널은 두 가지가 있는데, 초기 스틸 브라스 플레이트에 테두리가 있는 타입과 후기 알루미늄 플레이트 헤어라인 와인 골드 패널형이다. 이로부터 B·C 시리즈의 알루미늄 헤어라인 와인 골드 패널이 태동되었다. 전체 무게로 보아도 800이 800B·C 시리즈보다 무겁다.

800의 내부는 정밀한 독일 부품으로 꽉 들어차 있는데, 모노 튜너라서 그렇지 튜너 감도나 음색이 후속 모델보다도 탁월하다. 800의 튜너는 FM부와 AM부로 양분되어 있고, 다이얼 노브도 분리되어 좌우에 위치시켰다. 7591의 드라이브관으로 7199를 사용하고 있어 약간 부드러운 질감이 가미되어 있는데, 후속 모델에서는 12AX7로 대치된다. 그 외에 포노단과 프리단에는 각각 12AX7 2개씩 총 4개가 사용된 점은 후속 모델과 동일하며, 중간 주파 증폭단에 6AU6 3개와 초단 증폭에 ECC85, ECC88이 각각 사용된 것은 후속 모델과 다른 점인데, 이로 인해 수신 감도가 좋고 선택도도 우수하다.

후면에 포노, 그리고 FM MPX 게인과 AM 게인이 마련되어 있어 각 입력 간의 게인 밸런스를 맞출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배려이고, 센터 채널 스피커를 위한 센터 출력과 게인 노브가 전면에 장착되어 중앙 스테이징을 위한 3 스피커 구성의 스테레오를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정말 극상의 3D 스테레오 사운드 스테이징을 맛볼 수 있다. 7591 간의 간격이 다소 좁아 열 방출에 불리한 단점을 빼고는 전체적 회로 구성이나 부품 배치 등이 흠잡을 데 없다. 전면 노브는 후기 골드 메탈 타입이 아닌 골드 라인 테두리의 일체형이어서 오히려 내구성이 뛰어나고 사용 시 촉감도 좋다. AM 섹션도 탁월하지만 사용상 비교 대상은 되지 않아 생략한다. 

음의 안정도나 보컬 질감이 B·C 시리즈에 비해 한 수 위라는 느낌을 비교 테스트 중에 여실히 느꼈다. 내구성 면에서도 오히려 후속 모델보다 우세하며 가치 면에서도 탁월하다는 점을 지적해 본다. 심지어 오리지널 우드 케이스도 무엇인가 한 단계 위 그레이드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탄탄하고 멋스러웠다. 피셔 7591 출력관 리시버에 관심이 있다면 단연 최고의 제품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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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08월호 - 5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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