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만에 재발매된 LP로 한국의 조니 미첼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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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만에 재발매된 LP로 한국의 조니 미첼과 만나다
  • 신우진
  • 승인 2019.06.10 06:12
  • 2019년 6월호 (56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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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십여 년 만에 LP로 재발매된 포크 음반 2장을 소개한다. 손지연이란 이름이 낯선 분도 꽤 있을 것이다. 한국의 조니 미첼이란 수식어가 붙는, 경력이 10년 넘은 싱어송라이터이지만, 워낙에 국내 시장이 좁다 보니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들 이상한 일도 아니다. 내 기억에 가장 화제성이 된 것은 2008년 3집 <메아리 우체부삼아 내게 편지 한통을>의 앨범 재킷을 마광수 교수가 그리면서였을 것이다. 워낙에 독특한 횡보를 보인 분이다 보니, 또 당시만 해도 대중적 주목이 시들한 상황이어서 손지연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나는 별생각 없이 화제가 되었던 3집을 먼저 꺼낸다. 그러다 화들짝 놀란다. 레코드판 색이 핫 핑크 색상이다. 천여 장 넘게 가지고 있는 LP 중 이렇게 컬러가 들어가거나 그림이 그려진 것은 열 장이 채 안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라이선스 중에는 당연히 없고, 수입 음반이라도 많지가 않았는데, 요즘 재발매 판에는 이 같은 컬러 판이 많이 있다. 당시 들은 풍월로는 색을 넣으면 비용도 많이 들고 음질도 검은 래커에 비해 별로라고 했던 것 같다. 비용은 모르겠고 음질도 비교 대상이 없지만 확실히 검은 비닐보다 소릿골이 보이지 않아 바늘 올리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 내 ZYX 바늘이 붉은색 계통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걸쭉한 목소리로 부르는 재즈 블루스풍의 ‘조각배’를 시작으로 수준급의 연주에 맞추어 노래한다. 세션 쪽도 꽤 낯익은 이름들이 보인다. 시적인 가사와 함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포크송의 리듬으로 녹아 있다. 주된 흐름은 블루스와 재즈를 입힌 포크 음악이다. 

1집 역시 평범한 구성은 아니다. 12인치 정 규격의 LP에 다 실리지 못한 곡을 7인치 판에 담은 더블 앨범이다. 확실히 데뷔 음반이다 보니 다양한 장르의 시도와 3집과는 많이 다른 파릇한 목소리의 손지연을 들을 수 있다. 조니 미첼이란 비유가 매우 적절한 듯하다. 시적인 가사도 그렇고 음악풍도 비슷하지만, 데뷔 초 소녀 같은 목소리가 걸쭉하게 변화하면서 깊이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유사하다. 그래서 1집은 나름 상큼하고 밝은 분위기라면 3집에서는 묵직하고 진지하게 바뀌는 분위기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LP의 음질은 예상외로 훌륭하다. 약간의 디스토션이 있지만, 그리고 십여 년 전의 녹음 자체가 매우 뛰어난 하이엔드풍은 아니지만, LP라는 소스 자체가 포크송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만들어 내기 적합해서 인지, 아니면 리마스터링이 뛰어나서 인지 음질은 매우 만족스럽다. 독특한 구성의 한정판 LP이고, 손지연의 노래 역시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가볍지 않은 품격이 있기에 소장 가치도 충분하다.

손지연
<3집 - 메아리 우체부삼아 내게 편지 한통을>
MRCD1907 (180g LP)
녹음 ★★★★☆
연주 ★★★★☆

손지연
<1집 - 실화·My Life's Story>
MRCD1906 (150g 2LP)
녹음 ★★★★☆
연주 ★★★★☆

563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6월호 - 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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