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가곡 - 모던가곡 & 박성연 - Park Sung Yeon - With Strings & 일 볼로 - Mu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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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가곡 - 모던가곡 & 박성연 - Park Sung Yeon - With Strings & 일 볼로 - Musica
  • 신우진
  • 승인 2019.06.28 15:14
  • 2019년 6월호 (56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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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가곡 <모던가곡>
김유나(아쟁)
이나연(피리, 생황)
지민아(노래)
녹음 ★★★★★
연주 ★★★★☆

이 일대 가장 부자라는 최 부자는, 건넛마을 친구 집에 놀러가 유성기를 처음 보았다. 희한한 노래가 흘러나왔고 요즘 경성에서는 이런 노래를 듣는다며, 가곡이란 것을 틀어 놓고는 한바탕 서울 구경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내내 심기가 불편하다. 집에 오자마자, 행랑채에 지난 모친 환갑 때부터 은근 슬쩍 눌러앉은 노래패를 불러다 놓고, 친구 집에서 들은 ‘가곡’을 설명한다. 기억나는 노랫말을 시조를 읊던 소리꾼이 아쟁과 생황, 피리 가락에 가곡을 불렀다. 뭔가 많이 다른 가곡이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모던 가곡’이 탄생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이다. 전통 책 엮음 방법을 모방한 CD 케이스와 국악기와 창이 만들어 낸 이 묘한 음악은 그동안 독특한 음악, 특히 국악과 접목한 음악에 집착하는 나로서도 정말 특이하고 신선하다. 만약 백여 년 전에 퓨전 국악을 만들었다면 이런 음악이 나왔을 것 같다. 실험 정신이 충만한 이 음반은 오디오 마니아에겐 익숙한 국내 마이너 레이블인 오디오가이가 만들었고, 뛰어난 음질마저 가지고 있다. 국악인이라면 기겁을 할 이 음반, 나처럼 독특한 것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박성연 <Park Sung Yeon - With Strings>
AGCD0120 (SACD)
녹음 ★★★★★
연주 ★★★★★

태초에 박성연이 있었다. 이른바 대한민국 재즈 1세대라 불리는 분들 중 박성연은 최초의 재즈 여성 보컬이고, 재즈계의 대모라는 말이 붙는다. 워낙 재즈 시장이 작다 보니 많은 음반이 나오지도 않았고, 이 음반 역시 몇 년 전에 현악 반주에 녹음한 것을 SACD 버전으로 출반한 것이다. 그 당시 본지 리뷰도 내가 작성했는데(2013년 8월호), 벌써 5년이 넘게 흘렀다. 아쉽게도 새로운 음반을 낸 것은 아니지만, 당시 그냥 이렇게 좋은 녹음으로 전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이번에 SACD로 출반된 점은 나로서는 매우 기쁘다. 아마 미디어의 힘이 큰 듯하다. 얼마 전에 한 자동차 회사 광고에 박효신과 함께 ‘바람이 부네요’를 부른 것이 SACD로 재발매하게 된 동력이 아닐까 싶다. 예사롭지 않는 음성에 깨알 같은 자막의 박성연이란 이름을 보고도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광고 음악의 선정이었다. 깊이 있고 허스키한 매력의 보컬이 이 음반에 가득 있다. 새 음반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SACD로 국내 재즈 연주자의 음반이 나온 것이 있는지 돌이켜보면, 이것으로도 매우 소중한 음반이다. 박성연이 부르는 ‘물안개’는 정말 언제 들어도 좋다. 자주 들어 볼 수 없기에 더욱 좋은 것 같다.

 

일 볼로 <Musica>
피에로 바로네(테너)
이그나치오 보세토(테너)
지안루카 지노블레(바리톤)
S80444C/19075938242
녹음 ★★★★☆
연주 ★★★★☆

팝페라 3인조 그룹 일 볼로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음반 <Musica>를 출시했다. 쓰리 테너의 음반을 들으며 꿈을 키웠다는 세 명의 이탈리아 청년은 이번 기념 음반에서 마치 F/W 남성 패션 카탈로그 같은 CD 화보집을 만들었다. 토스카나 지역의 대리석 광산에서 한껏 멋을 내고 찍은 화보에, 의상처럼 조금은 느끼한 목소리로 팝페라의 전형을 들려준다. 재미난 것은 CD 뒷면에 음악 세션과 엔지니어 등이 적혀 있고, 패션 잡지처럼 스타일리스트와 협찬 남성복 업체 등의 이름도 나와 있다. 영어로 몇 곡을 부르고 이탈리아어로 대부분을 부르며, 일 볼로에게 영어보다 이탈리아어가 부르기 쉽듯, 우리도 이탈리아어 가사가 듣기 편할 것 같다. 이미 싱글로 큰 인기를 끈 ‘Musica che resta’가 첫 곡으로 팝페라 특유의 격앙된 분위기를 강하게 표현한다. ‘Be My Love’와 같은 팝페라의 주요 레퍼토리와 한두 곡 새로 작곡된 곡도 있지만, 거의 비슷한 분위기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통해 펼쳐지며, 딱 정확하게 남성 팝페라 그룹의 교과서적인 선곡과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연주와 창법으로 노래한다. 메이저 음반사의 주력 앨범답게 실패할 리스크가 없는 음반이다.

563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6월호 - 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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