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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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
  • 신우진
  • 승인 2019.05.01 00:00
  • 2019년 5월호 (56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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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말 재즈 열풍으로 당시 갑자기 재즈 라이브 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커피값 정도 추가 차지가 붙으면서 7시경부터 라이브가 시작된다. 그냥 돈가스를 시키면 따로 차지는 붙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연주자 수준도 그렇고, 재즈를 듣겠다고 앉아 있는 사람 수준도 그렇고, 돈가스 수준도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다. 어설픈 연주가 축축 늘어질 때쯤 당시 유행하던 발라드 가요를 연주하면 폭발적인 박수가 이어졌다. 재즈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는 시기의 일이다. 마치 당시를 연상시키는 곡들을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가 연주한다. 마크 반 룬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유러피안이란 말이 어색할 정도로 최근의 활동은 매우 코리안적인 행보이다. <일년, 그 후>란 말은 한국 대중가요로만 구성된 <서촌> 앨범 발매의 1년 후를 말한다. 서촌과 비하면 더더욱 한국적이고 선곡도 80년대쯤 몇 년으로 압축된 듯하다. 틀어 놓고는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아, 이 앨범도 무지 인기가 있고 조만간 LP로도 나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무 대중성이 짙지 않나 하는 서운함에도, 동시대에 청년기를 보내며 들으며 열병을 앓던 세대로서 이렇게 외국인 재즈 밴드가 수준 높은 연주를 다시 들려주는 것이 고맙기는 하다. 글 | 신우진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The Year After - 일년, 그 후>
마크 반 룬(피아노)
프란스 반 더 호벤(베이스)
로이 다쿠스(드럼)
AGCD0118
녹음 ★★★★★
연주 ★★★★☆

 

십수 년 전 용산 바닥은 온통 <Tutti!>의 열풍이었다. 아마 무슨 말인지 본지 독자라면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무조건 좋게 들리는 이 음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는, 왜 우리집에 오면 그때 그런 소리가 안 나는지 고민에 빠졌다. 내 오디오가 얼마나 좋은 소리가 나는지 자랑하기 위한 음반은 누구나 하나씩 비장의 카드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용도로 하나 추천하자면 바로 ‘한스 짐머’이다. 블록버스터 슈퍼 히어로물의 OST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엄청난 스케일과 자본력의 투자로 음질은 하이엔드 마이너 레이블 급이고, 스케일은 메이저 음반 급이다. 이 음반은 그동안 자주 선보이던 오케스트라 버전의 유럽 순회공연을 앞두고 동일한 구성으로 발매되었다고 한다. CD 1에는 큰 스케일 위주로 담겨 있는데, <다크 나이트>의 무시무시한 저음이 만들어 내는 웅장한 규모로 내 오디오에서 만들어 내지 못하던 소리가 터져 나오게 한다. CD 2에는 한스 짐머의 비교적 서정적인 곡들이 들어 있으면서도 투명한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그저 평범한 오케스트라로는 만들기 힘든 그런 규모가, 오케스트라의 클래시컬한 느낌을 간직하면서 들려주기에 오디오적인 쾌감은 극에 달한다. 영화의 감동을 OST 연주 음반으로 느끼게 하는 게 이 음반이 추구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본지의 독자들, 오디오 마니아에게는 다른 목적으로 매우 활용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다. 글 | 신우진

<The World of Hans Zimmer - A Symphonic Celebration>
개빈 그리너웨이(지휘)
ORF 비엔나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외
S80447C/19075899052
녹음 ★★★★★
연주 ★★★★★

 

김목경이란 이름은 어딘가 들어 본 것 같지만 잘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블루스 기타로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존재이지만, 블루스란 장르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듣는 사람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냥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원곡자 정도로 더 알려져 있다. 하지만 끈적하게 늘어지는 김목경의 기타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기에, 그의 LP는 레어 아이템으로 수집가 사이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번 3집 <Living with the Blues>를 들어 본다면, 김목경의 가장 대중적인 곡인 ‘여의도 우먼’보다, 다른 연주곡들에서 들려주는 걸쭉한 블루스 기타에 더 마음이 끌리게 될 것이다. 180g 중량 판의 껍데기에는 고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들였다는 금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뭐 상투적인 광고문이려니 생각했는데, A면을 다 듣기 전에 찾아보게 된다. 녹음과 커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블루스의 느낌을 살려 주는 끈끈하고 두툼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두께감을 살려 주는 사운드가 블루스라는 장르와 잘 어울린다. 리마스터링이나 요즘 나오는 신보 LP에서 가끔 받은 실망감은 이 LP에서는 느낄 수 없다. 신보로는 이례적으로 묵직하고 골이 깊은 진한 소리를 즐길 수 있는 LP이다. 글 | 신우진

김목경 <Living with the Blues>
김목경(기타, 코러스)
이민영(키보드, 피아노)
유병선(베이스)
은성태(드럼)
유종훈(드럼)
MRCD1905(180g LP)
녹음 ★★★★★
연주 ★★★★★

56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5월호 - 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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