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Audio HA5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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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tail Audio HA500H
  • 월간오디오
  • 승인 2019.04.01 00:00
  • 2019년 4월호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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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파이 시장에 괴물 같은 헤드폰 앰프가 등장했다

HA500H는 12AU7 진공관 버퍼가 각 채널별로 장착되어 있고 청취하는 음악 장르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끄고 켤 수 있어 진공관 헤드폰 앰프와 솔리드스테이트 헤드폰 앰프 두 대를 가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당구를 처음 배운 30여 년 전, 누워서 바라보던 천장은 녹색의 당구대였고, 필자의 눈에만 보이던 공을 어떻게 쳐야 할지 생각하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었다.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도 오디오 입문자들은 각종 매체에서 개봉기와 감상평을 읽으면서 ‘이 앰프는 어떤 소리가 날까?’, ‘저 스피커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하면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스피커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듣고 있을 것이다. 물론 상상 속에서.
하지만 아내에게 거짓말까지 해 가며 숨겨 뒀던 비상금으로 처음 구입한 오디오에서 만족할 만한 소리를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기기 간의 매칭, 음악과 기기 간의 매칭, 그리고 무엇보다 기기와 공간과의 매칭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큰돈을 쓰면 쓸수록, 즉 하이엔드 기기로 갈수록 실망감은 커진다. 강당이나 소규모 극장에서 쓸 만한 스피커를 기껏해야 60평 아파트 공간으로 욱여넣는데 소리가 잘 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어찌 용이 못 속의 물건이랴?

이럴 때 헤드폰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환경에서 듣는다고 가정하고 소리의 퀄러티만 놓고 봤을 때, 거실에 자리 잡고 있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인터커넥트 케이블 한 조의 가격보다도 싼 헤드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전체 오디오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못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심지어 헤드폰은 넓은 공간도, 복잡한 오디오 기기도 필요 없고, 아랫집이나 옆집에 수험생이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집에 어린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퍼가 눌릴 걱정이나 아이가 뜨거운 진공관을 만질 걱정도 없다.
수요는 공급을 만든다. 그것이 자본주의이다. 이런 헤드폰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로 각 스피커 제조업체는 앞다투어 하이엔드 헤드폰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시작된 고 임피던스 헤드폰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고 임피던스 헤드폰을 구동할 수 있는 헤드폰 앰프의 시대를 열었다. 그 흔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만들지 않는 콧대 높은 스위스의 초고가 하이엔드 브랜드마저 헤드폰 앰프를 출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헤드폰 앰프에는 딜레마가 있다. D/A 컨버터를 주로 만들던 업체에서 출시한 DAC·헤드폰 앰프 겸용 제품은 300Ω급의 고 임피던스 헤드폰을 구동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으며, 반대로 전통적인 오디오 제조업체에서 출시한 헤드폰 앰프는 너무 비싸며 심지어 DAC 기능이 없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즉, 입문기와 하이엔드 제품 사이의 중간 단계 제품을 찾기 어려운 품목이 헤드폰 앰프이다.
이렇듯 비싸지는 않지만 임피던스가 300Ω급인 헤드폰을 시원하게 구동할 수 있는 헤드폰 앰프에 대한 니즈가 커져가고 있을 때, 프로 시리즈로 네트워크 플레이어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칵테일 오디오에서 야심작 HA500H라는 DAC 겸용 헤드폰 앰프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ESS 사의 9018K2M DAC를 채널 당 하나씩 장착해 헤드폰 앰프뿐만이 아니라 D/A 컨버터 전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그리고 자체 개발한 전원부 덕분에 저가의 어댑터 대신 리니어 전원 장치를 따로 구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며, 그 전원부의 뛰어난 성능을 통해 음의 선명도를 높였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주변으로 격벽을 설치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전원부 노이즈를 완벽하게 차단함으로써 저역의 드라이빙 능력 향상은 물론 고음역대의 배음이 맑고 투명하게 들리는 효과를 꾀했다. 여기에 요즘 하이엔드 제품에 사용되는 클록의 대세인 크리스텍 사의 CCHD-575를 장착해 극한의 정밀도를 추구했다. 이는 HA500H보다 몸값이 서너 배는 비싼 제품에도 없는 구성으로 판매 마진보다는 제대로 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제작자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동일한 가격대에는 적수가 없을 듯한데, HA500H는 12AU7 진공관 버퍼가 각 채널별로 장착되어 있고 청취하는 음악 장르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끄고 켤 수 있어 진공관 헤드폰 앰프와 솔리드스테이트 헤드폰 앰프 두 대를 가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To Want You’ 같은 애절한 여성 보컬을 들을 때에는 ‘Tube On’ 상태로, 마커스 밀러의 ‘Power’를 들을 때에는 ‘Tube Off’ 상태로 감상한다면 각각 빌리 홀리데이 특유의 끊어질 듯한 울림과 마커스 밀러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슬랩의 타격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출시 버전에는 일렉트로하모닉스 사의 진공관이 장착되어 있지만 진공관 변경을 통해 나만의 소리를 찾는 것 역시 HA500H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재미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사용자가 불편하면 그 제품은 결코 좋은 제품이 될 수 없다. HA500H는 RCA와 XLR 단자를 통해 아날로그 입력을 받고, 광(Optical)과 동축(Coaxial), AES/EBU, USB, 심지어는 HDMI 단자를 통해 디지털 입력을 받을 수 있으며,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으로도 구동이 가능하다. 즉, 현존하는 모든 오디오 입력이 가능하다.
출력 역시 밸런스드(XLR)·언밸런스드(RCA)는 물론이며, 본격 헤드폰 앰프답게 언밸런스드 출력을 위한 6.3mm 단자와 밸런스드 출력을 위한 4핀 XLR 단자가 구비되어 있다. 음원 포맷 역시 PCM 음원은 물론 DSD, DXD, MQA 등 현존하는 모든 음원 포맷을 지원하며, PCM의 경우 32비트/384kHz까지 업샘플링이 가능하다. 즉, 사용자가 어떤 소스 기기를 사용하든, 심지어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안에 있는 음원마저도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이 가능하며, 출력 역시 사용자가 연결할 수 있는 모든 장치에 연결이 가능하다.

이제 음원을 통해 느낌을 알아보자. 테스트에 사용된 음원은 타이달 HiFi, 그리고 헤드폰은 포칼 유토피아와 젠하이저 HD 800이다. 다이애나 크롤 ‘L-O-V-E(from Turn Up The Quiet)’ - 헤드폰 앰프를 예열한 후(진공관 버퍼가 있을 때에는 예열을 했을 때 소리가 좋아진다), Tube On. 타이달 마스터 음원의 플레이를 누르는 순간 내가 있는 곳은 서재가 아닌 코튼 클럽이 되었다. 내 앞에 있는 듯한 피아노 인트로와 현의 여음이 그대로 살아 있는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브러싱 스네어가 귀를 자극한다. 이어지는 다이애나 크롤의 맑으면서도 경륜이 느껴지는 원숙한 소리. 코튼 클럽에서 커피를 마실 순 없지 않은가? 참을 수 없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왔다.
세르주 첼리비다케 ‘브루크너 교향곡 8번’ - HA500H의 해상도가 빛을 발하는 곡으로 특히 2악장에서의 호른 팡파르가 귓전을 때린다. 브루크너의 화려하면서도 강한 음악은 해상도와 저역 드라이빙 능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듣기 괴로운 소리로 변한다. 하지만 HA500H와 HD 800의 조합은 어느새 내 앞에 뮌헨 필하모닉을 소환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현장의 감동’이라는 표현이 있다. 스피커가 아닌 헤드폰을 통해, 그것도 브루크너의 음악을 들으면서 현장의 감동을 느끼다니….
척 맨지오니 ‘Pilgrimage, Part I·Ⅱ(from Children of Sanchez)’ - 타악기가 중심이 된 곡으로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타악기 녹음의 정석이자 오디오파일 입장에서는 저역의 타격감과 질감을 테스트하는 데 이보다 좋은 음원은 흔치 않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타격감에 비슷한 대역이지만 각기 다른 주파수를 완벽하게 분리해 재생하는 DAC 능력.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스튜디오의 모니터링 룸에서 듣는 소리가 이런 소리였구나…’
지금은 LA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는 2006년에 데뷔해 그 해에 201이닝을 소화하고 204개의 삼진, 18승을 거두며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고, 시즌 MVP 역시 22년 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이대호를 제치고 수상했다. 그때 그의 별명은 괴물이었다. 칵테일 오디오의 HA500H를 청음한 후에 2006년 류현진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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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4월호 -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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