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오디오 애호가들이 겪는 고민에는 큰 변화가 없다. 모처럼 시스템을 들여놓았지만, 무엇인가 아쉽다는 느낌에 더 보완할 것이 없나 혹은 더 추가할 것이 없나, 이것저것 찾아보게 된다. 남들은 이 시스템에 어떤 것들을 추가적으로 갖추고 있나 찾아보기도 하고, 신묘한 아이템이 발견되면 이것저것 오랜 시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시스템을 아예 트레이드하기도 하고, 케이블을 바꾸기도 하고, 액세서리를 추가하기도 하는 것이 또 다른 재미이겠지만, 반대로 지독한 고행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시스템에서 업그레이드하는 데 실패 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진동을 잡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취재를 위해 오디오 애호가의 집들을 제법 찾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소리를 내는 곳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진동에 대해 철저히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 역시 이런 진동에 대해 완벽한 대안을 선사하는 스파이크 제품인데, 놀랍게도 덴마크 하이엔드 브랜드 그리폰(Gryphon)에서 출시했다. 그리폰의 아틀라스(Atlas)를 소개한다.
그리폰 로고가 큼지막하게 보이는 종이 패키지를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4개의 스파이크가 정갈하게 담겨 있는데, 역시 그리폰의 제품답게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한눈에도 진동을 모조리 잠재울 듯한 육중하고 단단한 모습인데, 실제 그리폰의 라스무센 역시 이 부분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아틀라스, 이름부터 웅장하고 신화적이다. 또한 스파이크는 크기, 모양, 재질에 따라 그 성능과 효과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인데, 아틀라스는 그야말로 긴 연구와 노력 끝에 탄생한 황금비의 스파이크라 볼 수 있다. 특히 디자인적으로도 고급스러운 풍미가 듬뿍 전해지는데, 단순히 액세서리 개념보다는 하나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폰 특유의 색깔이 잘 전해진다. 그리폰답게 블랙 톤을 잘 살리고 있는데, 하단 스파이크 부분은 스틸 소재로 조합, 멋진 디자인적 밸런스를 보여준다. 실제 아틀라스는 폴리옥시메틸렌(Polyoxymethylene, POM), 알루미늄, 그리고 템퍼드 스틸을 최적으로 조합하여 제작했는데, 수많은 리스닝 테스트와 정밀한 측정치의 사투 끝에 탄생한 것이다. 스파이크 끝을 보면, 한 번 더 정밀히 깎아놓았는데, 이 역시 효율적인 진동 제어를 위한 설계 포인트이다. 아틀라스 중간에는 톱니바퀴 모양의 조정용 장치가 있는데, 마치 윤활유를 뿌린 것처럼 돌리는 감각이 굉장히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이 덕분에 설치 제품에 따라 미세하고 정밀한 높이 조절을 할 수 있다. 부속품으로는 스파이크를 받칠 수 있는 슈와 연결용 나사, 그리고 육각 렌치 등을 제공한다.
설치는 사실 매뉴얼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간편하다. 스피커는 물론이고, 앰프, 턴테이블, CDP 등 다양한 시스템 바닥에 이 아틀라스를 장착하면 된다. 높이 조절만 꼼꼼히 맞춰주면, 특별히 세팅하거나 신경 쓸 것이 전혀 없다. 세팅을 마치고 나면, 제품 자체가 제법 크기 때문에, 아래 부분에 무엇인가 교체했다는 느낌도 확실히 전해져온다. 실제 액세서리를 교체했는데, 잘 보이지 않으면, 무엇인가 기분이 씁쓸해지기도 한다.
사운드 변화는 극명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진동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저음은 확실히 단단해지고, 음은 더욱 선명해지고, 몇 단계 더 오디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깨끗함이 전해진다. 텁텁함이 사라진 상쾌함과 초점이 제대로 잡힌 선명함의 진가는 꽤 경쟁력 있게 다가온다. 자신의 시스템에서 더 이상 무엇을 교체해야 할지 막연히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가장 기본적인 진동부터 하나 둘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그리폰 아틀라스는 사운드 업그레이드를 위한 아주 명쾌하고 확실한 정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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