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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tail Audio X45 Pro
오디오의 성능은 물론 잘 구성된 PC의 편리함을 넘어선 X45 Pro
글 최성균 2019-03-01 |   지면 발행 ( 2019년 3월호 - 전체 보기 )



 

몇 세대의 제품이 생산된 후 칵테일 오디오에서 ‘작심’을 하고 만든 프로 시리즈, 특히 X45 Pro를 보면서 내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칵테일 오디오의 제품이 잘 구성된 범용 PC의 성능을 넘어섰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십 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이지만 동네에 자주 들르던 LP바가 있었다. LP바 주인이 오디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드나들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DJ가 틀어 주는 음악에 홀딱 반해 버리게 되었다. 그는 내 또래였고 삶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치른 후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저녁에는 음악을 트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올드 팝에 아주 박식했는데, 우리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유행했던 팝송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곡들을 골라내어 나를 낭만적인 시간여행자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올드 팝 이야기를 하면서 급속히 친해졌고, 나는 이후부터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그곳에서 맥주를 한두 병씩 마시면서 음악을 듣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다른 좋은 일을 하게 되면서 LP바를 그만두게 되었다. 다급해진 바 주인이 후임을 알아보았지만, 보수도 후하지 않고 게다가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새로운 DJ가 올 때까지 며칠 공백이 생겼고, 주인은 나에게 잠깐 동안만 맡아 달라고 애원하게 되었다. 나는 재미 삼아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보수는 따로 받지 않는 대신, 공짜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틀었는데, 나로서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LP바에 오는 사람들이란 대개가 뻔하다. 그 사람의 나이를 추측해 보면, 어떤 곡을 틀어 줘야 할지 금세 감이 온다. 신청곡을 메모지에 적어 주는 사람은 더 편하다.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몇 곡 틀어 주면 거의 모두가 나에게 술을 사고 싶다며 말을 걸게 되니까.


그런데 카페나 바에서 음악을 트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항상 다음 곡을 뭘 틀까 생각해야 되고, 분위기나 음량이 갑자기 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턴테이블 두 대를 나란히 놓고, 하나로는 음악을 재생하면서 다른 하나에는 다음번에 들려줄 LP를 올려놓아야 하며, 노래의 시작 부분에 정확하게 바늘을 올려두어야 한다. 믹싱 콘솔이 있는 경우에는 손으로 턴테이블을 돌리면서 헤드폰을 이용해서 바늘 위치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지만, 믹싱 콘솔이 없는 경우라면 조명을 비스듬히 LP에 비춰 소릿골을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 며칠 동안 나는 완전히 지쳐 버렸다. 남을 위해 음악을 튼다는 것은 정말로 귀찮고도 힘든 일이었다. 그 후 혹시라도 나중에 LP바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완전히 접었고, 집에서 음악을 듣는 것마저 귀찮게 여겨졌다. 이 CD에서 한 곡 듣고, 다른 LP에서 또 한 곡을 듣고…. 이런 식으로 잠시 음악을 듣다 보면 내 방안은 온통 난장판이 되니 치우는 것도 곤욕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 주는 LP바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분위기에 맞게 7080의 아련한 노래들을 꽤 잘 틀어 주는 DJ들은 제법 있었지만 손님이 나 혼자가 아닌 이상, 내가 듣고 싶은 곡들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다가 바에 젊은 친구들이 많은 날에는 정말로 듣고 싶지 않은 곡들을 들어야 할 때도 많아서 맥주 값만 날렸다는 생각을 하는 날도 허다했다. 결국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은 내가 골라서 틀어야 한다는 결론인데, 좀더 편리한 방법은 없을까?
요즘에야 비로소 답을 찾은 기분이다. 칵테일 오디오의 X45 Pro를 리뷰하면서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칵테일 오디오에서 처음 오디오 업계에 진출할 때 나 역시 오디오 업계에 종사하고 있었고, 칵테일 오디오의 대표가 제품에 대해 나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이후 칵테일 오디오는 열정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면서 나와 같은 업계 종사자나 소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훌륭한 제품들을 열심히 만들어 왔다.


그 후 몇 차례 제품을 리뷰하면서 칵테일 오디오의 제품에 친숙해졌지만, 그래도 내가 쓰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오디오적인 성능은 논외로 하고, 칵테일 오디오가 - PC를 소스기기로 잘 활용하고 있는 - 나를 매료시키기 위해서는 PC를 월등하게 뛰어넘는 장점들이 있어야 하건만, 기존 칵테일 오디오의 제품에서는 어딘가 잘 구성된 PC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세대의 제품이 생산된 후 칵테일 오디오에서 ‘작심’을 하고 만든 프로 시리즈, 특히 X45 Pro를 보면서 내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칵테일 오디오의 제품이 잘 구성된 범용 PC의 성능을 넘어섰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선, 이전 제품들이 하이엔드 제품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 시리즈의 외관은 - 가격은 하이엔드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 하이엔드 기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두꺼운 알루미늄 패널을 모든 면에 사용한 몸체는 정밀하고 견고할 뿐 아니라,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중앙에 배치한 대범한 디자인도 칵테일 오디오가 그동안 얼마나 제품 만들기에 원숙해졌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내가 2011년에 개발된 구 버전의 아이튠즈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편리하며, 이후에 발표된 버전들보다 많은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칵테일 오디오의 인터페이스는 그동안 꾸준히 개선되어, 이젠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예컨대 여러 장으로 이루어진 음반은 예전 인터페이스에서 한 음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디스크별로 각각의 앨범으로 분리시켜야 했지만, 이젠 하나의 음반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런 예는 실로 많아서 까다로운 애호가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한편 아이튠즈는 DSD가 지원되지 않고 FLAC이나 APE도 지원되지 않아서 파일 변환에 무척이나 많은 시간을 써야만 했다. 한때 룬(Roon)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룬에서 내가 애써 작성한 태그 정보가 룬을 쓰지 않을 경우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 게다가 그들이 제공하는 음반이나 아티스트 정보가 ‘allmusic.com’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룬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이후 다시 돌아갈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칵테일 오디오는 PCM 포맷을 32비트/768kHz까지 지원하며, DSD는 256을 넘어 512까지 지원한다. 그리고 최근 각광받는 MQA를 포함해 지원하지 않는 포맷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놀라운 호환성과 네트워크 플레이어, 삼바 서버, FTP 서버와 같은 복잡·다양한 기능들, 그리고 범용 PC에서는 참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뛰어난 정숙성은 컴퓨터에 내공이 상당히 높은 애호가가 오랜 기간 공들여 구축한 PC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초기 제품에 사용된 싱글 코어 CPU도 조금 약하다고 느꼈는데, 2세대 제품군의 듀얼 코어를 거치며 현 제품에는 클록이 빠른 쿼드 코어 CPU가 사용되어 동작이 쾌적해졌다. 또한 전원부나 회로에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내부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올 정도다. 특히 프로 시리즈는 전원부의 용량을 키움과 동시에 알루미늄 서브 섀시를 사용해 전원부를 확실하게 차폐시켰으며 사용된 부품도 모두 최고급이다. 칵테일 오디오의 초기 제품에는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아무래도 느껴졌는데, 최소한 프로 시리즈에서는 그런 노력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X45 Pro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DAC 칩은 ESS 테크놀로지의 최고의 부품인 ES9038PRO로서 하나의 칩에 8채널 분의 DAC가 들어 있는 점은 ES9038과 같지만, 하나의 DAC가 다시 네 개의 DAC로 이루어져 있기에 총 DAC의 개수는 무려 32개가 되며 스테레오 구동 시 채널당 16개가 질서정연하게 동작한다. 와디아와 같은 예전 디지털 명가에서 채널당 두 개 또는 네 개의 DAC를 사용해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인 하이엔드 제품들을 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채널당 16개의 DAC는 과연 디지털 시대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디오 업계를 떠나 기계 공학 분야의 일을 하면서 오디오는 음악을 들려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기기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동안 귀가 조금 무뎌졌는지 모르겠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잃지 않았다. 올봄에 이사를 가게 되는데, 이번 기회에 X45 Pro를 포함한 단출한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오디오에서 PC를 배제할 생각은 하지 않으며, X45 Pro는 USB를 통해 PC와 직결할 것이다. 그리고 X45 Pro의 내장 하드디스크에는 - 8TB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 그간 모아 온 DSD 파일만을 담고, X45 Pro는 DAC 겸 프리앰프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X45 Pro와 짝을 이룰 잘 만든 파워 앰프 한 대와 적당한 스피커를 고르고 있는 중이다. 참, X45 Pro에는 쓸 만한 포노 앰프가 들어 있으니 턴테이블도 하나 있어야겠다. PC와 X45 Pro에 재생 목록을 만들고 음악을 골라두면 ‘나를 위해 내가 음악을 틀어 주는’ 편리한 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560만원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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