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Prestige GRF
상태바
Tannoy Prestige GRF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9.02.01 00:00
  • 2019년 2월호 (559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려한 날개를 달고 새롭게 비상한 탄노이의 비밀병기


 

최상의 스튜디오 기술이 동원된 녹음인데,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잘 분해해낸다. 이 부분에서 과거 탄노이와는 완벽한 차별이 된다. 디테일 묘사도 뛰어나고, 반응도 빠르며, 전체 밸런스도 양호하다. 묵직하게 터지는 저역에서 확실히 대형기다운 풍모도 놓치지 않는다.

단순히 오디오 애호가들뿐 아니라, 어쩌면 영국인 전체에게 가슴 뿌듯한 사건이 1981년에 벌어졌다. 그간 대영제국의 자랑거리로 여겨졌던 탄노이가 7년간의 미국 유배 생활(?)을 끝내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스타트를 끊은 모델이 바로 이 해에 발표한 GRF 메모리.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모델명이어서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여기서 GRF는 창업자 가이 파운틴(Guy R. Fountain)의 이름에서 따왔음은 기억해둘 만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GRF는 GR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전통적인 동축형 드라이버를 단 설계 기법은 변함이 없지만, 전체적으로 슬림해졌다고나 할까? 꽤 다이어트를 한 몸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프런트 배플의 면적을 상당히 줄인 가운데, 뒤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추구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이다. ‘아하, 다시 탄노이는 변혁을 시도하고 있구나’ 직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전면에서 봤을 때, 뭔가 압도해오는 듯한, 탄노이만이 갖는 존재감은 그대로다. 여기에 각종 음향 이론으로 수정한 인클로저의 형상은, 더 하이 스피드하고, 부대음이 적지만, 그 한편으로 적절한 통 울림을 기분 좋게 동반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 나는 이 변신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일단 음을 들어보면, 탄노이 특유의 카리스마와 밀도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현대 오디오의 장점도 적극 취하고 있다. 신선하고, 활력이 넘치며, 빠르고 또 다이내믹하다. 스펙을 보면 24Hz-27kHz. 정말 광대하다. 묵직한 저역과 개방감 넘치는 고역이 밀도감이 높은 중역과 어우러져, 어떤 소스든 맛깔나게 재생한다. 불과 20W의 출력으로 울릴 수 있는 95dB라는 높은 감도를 실현한 이면엔, 피크 파워가 560W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정말 무시무시한 머신이 탄생한 것이다.
아무튼 GR 시리즈가 나오면서 탄노이의 전체적인 라인업이 업데이트된 가운데, 이번에 만난 GRF는 여러모로 탄노이의 향후 행보를 점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고안이 망라되어 있다. 한마디로 온고지신의 미덕을 갖춘 셈이다.
드라이버로 말하면, 12인치 구경의 미드·우퍼가 중앙에 배치된 혼을 감싼 형국이다. 말 그대로 동축형 타입. 여기서 미드·우퍼는 전통적인 페이퍼 콘 재질이고, 혼 트위터의 돔은 알루미늄, 마그네슘을 적절하게 혼합했다. 혼의 재질이나 구경에 따라 음이 변화하는 만큼, 이 혼에서 재생되는 금빛 찬란한 음향은 전성기 대영제국의 위엄과 전통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ICW의 클래러티캡 캡을 쓰고, 라미네이티드 코어 인덕터라든가 두꺼운 필름 저항을 투입하는 등 크로스오버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또 WBT의 넥스트젠 스피커 단자도 삽입했는데, 여기서 다섯 개를 투입하며 더 정교한 RFI 신호의 억제를 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명료한 중역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수려한 월넛 마감으로 이뤄진 인클로저의 아름다움에 대해선 두말하면 잔소리. 소재 자체는 자작나무를 쓰고 있는데, 무척 단단하면서 공진 대책에 좋다.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는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한편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아우디아 플라이트의 FLS 10을 썼고, 소스기는 마이트너의 MA-1 V2를 조합했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과연 명불허전. 풀 사이즈의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펼쳐진다. 단순히 드라이버에서 나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 주변으로 넓고 깊게 악단을 포진시키고 있다. 약간 두툼한 듯한 느낌은 오히려 사실적으로 다가오고, 호소력도 강하다. 그러면서 스피드도 발군이다.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진화했음을 깨닫게 한다. 총주 시 몰아붙이는 힘은 그야말로 듣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이어서 조니 하트만의 ‘Charade’. 중앙에 보컬이 우뚝 선 가운데, 드럼이며 각종 악기들이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60년대 중반의 녹음이지만, 요즘 녹음처럼 생생하고 또 활기가 넘친다. 매력적인 바리톤 음성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중간에 나오는 테너 색소폰의 솔로는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다. 재즈에서도 이 정도의 개방감과 묵직함을 준다는 점에서 정말 특필할 만한 스피커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토니 브랙스톤의 ‘Un-Break My Heart’. 최상의 스튜디오 기술이 동원된 녹음인데,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잘 분해해낸다. 이 부분에서 과거 탄노이와는 완벽한 차별이 된다. 디테일 묘사도 뛰어나고, 반응도 빠르며, 전체 밸런스도 양호하다. 묵직하게 터지는 저역에서 확실히 대형기다운 풍모도 놓치지 않는다. 본 기의 출현이 새로운 탄노이의 진화를 암시하는 것 같아 계속 흥분하면서 들었음을 끝으로 밝힌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2,70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듀얼 콘센트릭 30cm·5.2cm   재생주파수대역 24Hz-27kHz(-6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5dB   권장 앰프 출력 20-280W   파워 핸들링 140W   크기(WHD) 55×124×46.5cm 

55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9년 2월호 - 559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