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H-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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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H-1202
  • 김편
  • 승인 2019.02.01 00:00
  • 2019년 2월호 (55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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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올닉의 엔트리 포노 앰프

험과 노이즈가 전혀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음이 두드러진다. H-1201과 차이를 벌리는 대목은 저역의 해상력과 다이내믹스. 진공관 앰프라고 해서 그저 순하고 부드러우며 포근한 소릿결만 기대한 애호가라면 아마 정신이 번쩍 나실 것이다. 그만큼 베이스 현의 움직임과 디테일, 그리고 두께감이 상당하다.

2-3년 전부터 케이블 인기가 높아진 대한민국 올닉(Allnic)이지만 그 본령은 진공관 앰프, 그중에서도 포노 스테이지다. 증폭 전단을 모두 직열 3극관(DHT)에 맡긴 H-8000DHT, MC 신호 증폭용 진공관 헤드 앰프 HA-5000, 헤드 앰프와 승압트랜스 선택 입력이 가능한 H-7000V, 올닉의 기술력을 착한 가격대에서 만날 수 있는 엔트리 모델 H-1201 등이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위 기종들은 표준 RIAA 커브는 물론 그 이전 레코드까지 정확히 이퀼라이징할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올닉에서 새 진공관 포노 앰프 H-1202가 나왔다.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기존 H-1201의 후계기다. 자택에서 2년여째 H-1201을 쓰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그 외관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원 트랜스가 사각 케이스에 담겨 상판에 노출됐고 양 사이드에 있던 작은 손잡이가 사라졌다. 무엇보다 4개 증폭관 외에 정전압을 책임지는 2개의 새 진공관이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 장착된 게 가장 큰 변화다. 때문에 전작에 비해 가로 폭이 좀더 늘어났다. 소리는? H-1201에는 안된 말이지만, 후계기가 아니라 그냥 형이었다.

H-1202는 기본적으로 MM, MC 입력에 모두 대응하는 진공관 포노 스테이지다. 뒤쪽에 있는 2개의 원통형 섀시 안에는 올닉의 자랑거리이자 사명과도 관련이 있는 니켈 퍼멀로이를 코어로 한 승압트랜스가 들어 있다. 위에 달린 노브로 MC 입력 신호의 게인(22dB, 26dB, 28dB, 32dB)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비해 MM 입력 신호는 38dB로 고정된다. 뒷단인 진공관(E180CC) 2단 증폭을 통한 게인이 40dB이므로, MC 신호는 총 62dB, 66dB, 68dB, 72dB, MM 신호는 78dB 게인값을 확보하게 된다.
한편 MC 게인값을 승압트랜스 노브로 조절할 경우 자동으로 ×13, ×20, ×26, ×40을 가리키는데, 이는 게인에 따라 입력 임피던스 값이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을 뜻한다. 즉, 22dB일 때는 29Ω(×13), 26dB일 때는 69Ω(×20), 28dB일 때는 117Ω(×26), 32dB일 때는 278Ω(×40)이다. 이에 비해 MM 신호에 대한 입력 임피던스는 47㏀으로 고정됐다. RIAA 커브(턴오버 주파수 500Hz, 롤오프 감쇄량 -13.7dB) 보정은 커패시터(C)와 저항(R) 조합을 통한 CR 필터를 통해 이뤄진다. 메인 증폭이 이뤄지는 쌍3극관 E180CC는 전압 증폭률(뮤) 46, 전류 증폭률(gm) 6.5mA/V를 보인다.

하지만 H-1201의 후계기로서 H-1202의 가장 큰 특징은 정전압 회로에 진공관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트랜지스터 대신 진공관을 정전압 회로에 쓰면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지고, S/N비가 좋아지는데, 올닉 중상위 모델에만 적용됐던 진공관 정전압 회로가 이번 H-1202에도 이식된 것이다. 앞쪽에 보이는 큰 진공관이 전압 레귤레이터 역할을 하는 3극관 7233, 뒤의 작은 진공관이 전압 에러 디텍터 역할을 하는 5극관 5654다. H-7000V와 똑같은 구성이다.
정전압 회로는 입력 전압이나 부하 저항에 상관 없이 출력 전압이 늘 일정하게 나오는 전원부 회로로, 그 원리는 수도꼭지를 생각하면 알기 쉽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일정하게 나오는 게 정전압, 나오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밸브가 전압 레귤레이터, 밸브를 돌리는 사람 손이 전압 에러 디텍터다. 올닉에서는 각각의 역할을 내부 저항이 낮은 7233과 전압 증폭률이 높은 5654에 맡겼다. 전압 레귤레이터는 내부 저항이 낮아야 진공관 플레이트에 전류를 많이 흘려줄 수 있어 순간적인 정전압 대처가 가능하고, 전압 에러 디텍터는 전압 증폭률이 높아야 고속 스위칭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압 변화에 재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시청에는 3012-R 톤암이 장착된 토렌스 TD 520 턴테이블을 동원했다. MC 카트리지는 출력 전압 0.4mV, 임피던스 4Ω짜리 트랜스피규레이션 피닉스. H-1202 승압트랜스 게인은 28dB(입력 임피던스는 117Ω)로 맞췄다.

제니퍼 원스의 ‘Famous Blue Raincoat’를 들어보니 험과 노이즈가 전혀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음이 두드러진다. H-1201과 차이를 벌리는 대목은 저역의 해상력과 다이내믹스. 진공관 앰프라고 해서 그저 순하고 부드러우며 포근한 소릿결만 기대한 애호가라면 아마 정신이 번쩍 나실 것이다. 그만큼 베이스 현의 움직임과 디테일, 그리고 두께감이 상당하다.
야노스 슈타커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에서는 쇳소리 느낌의 첼로 저역이 시청실 바닥에서 뿜어져 나온다. 디지털 음원으로 이렇게 에너지감 가득한 소리를 들으려면 무척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듀크 엘링턴의 ‘Blues in Blueprint’는 넓게 펼쳐진 무대와 풍성한 음수가 인상적. 윤곽선은 진하고 선명하다. 스케일이 크고 강력하며 노이즈가 사라진 음이다. 역시 진공관 정전압과 증폭, 퍼멀로이 승압트랜스의 힘일 것이다. 올닉의 막내 포노 앰프가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총판 문의   사용 진공관 E180CC×4, 7233×1, 5654×1   아날로그 입력 MM×1,  MC×1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20Hz-20kHz(±0.3dB)   전압 게인 +38dB(MM), +22/+26/+28/+32dB(MC)   입력 임피던스 47㏀(MM) 280Ω(MC)   출력 임피던스 1.2㏀   THD 0.3% 이하   S/N비 -68dB   크기(WHD) 31×14×23cm   무게 4.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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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2월호 -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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