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5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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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AMP-5570
  • 이정재
  • 승인 2019.01.01 00:00
  • 2019년 1월호 (55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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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쿤 프로덕츠가 펼치는 새로운 항해

앰프는 무릇 왜곡 없이 증폭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구현하기 위하여 쉼 없이 탐구하는 구도자의 수련으로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구마모토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나가이 씨의 놀라운 신 회로들은 오직 ‘Handmade In Japan’, 바쿤 오리지널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한 번 가져가서 들어보고 결정해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니쇼지 씨와 첫 만남에서 생전 처음 보는 필자에게 니쇼지 씨가 한 말이었다. 2007년쯤으로 기억하는데 필자는 한동안 앰프를 찾아 헤매던 때였다. 그때는 PC 파이의 태동기였다. 디지털 소스를 컴퓨터로 세팅해놓고 파이어와이어 DAC를 붙여놓고는 그 디지털의 느낌을 없애 줄 무언가 자연스럽고 진득한 앰프를 찾아 헤매던 때였다. 그때 필자의 오디오 도반과도 같았던 오랜 경험의 선배들이 겹쳐 말씀하시던 앰프가 바로 바쿤의 AMP-5513이었다. 처음엔 한 귀로 듣고 흘렸던 앰프였는데, 극찬을 하면서 찾고 있는 소리가 분명하다고 여러 사람들이 중복해서 이야기하셨다. 나중에는 무언가 있으니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겠지 하는 마음에 일단 한 번 들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취급점을 알아보았다.

처음 연락이 닿은 곳이 환뮤직. 그런데 지금은 취급을 안 한다고 하면서 니쇼지 씨의 연락처를 주었다. 전화로 위치를 설명 듣고 성북동 자택에 찾아갔던 그날은 mbl 스피커에 바쿤 AMP-5513이 걸려 있었다. 소니 CD 플레이어로 들려준 음악에 ‘아니! mbl에서 이토록 질감 있는 소리가?’하고 놀랐다. 질감이 있는데도 스피드가 느리지 않고 구동력 또한 여유로워서 출력을 물어봤더니 35W라고 했다.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겨우 35W로 mbl 럭비공 유닛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구동하면서 뚝 떨어지는 베이스가 나오다니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10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하다. 니쇼지 씨는 앰프는 자기 시스템에 걸어봐야 한다면서 흔쾌히 본인 시스템에 걸려 있던 AMP-5513 앰프를 빼주었다. 만약 맘에 들면 자기가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일본에 다녀오는데, 그때 구해다준다고 했다. 보따리상 스타일의 디스트리뷰터라고 해야 하나? 그날 AMP-5513을 집에 가져와서 소리를 들어 본 나는 절대로 그 앰프를 니쇼지 씨에게 되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두 달 뒤에 받아야 하는 기다림도 끔찍했거니와 AMP-5513을 뺀 후의 소리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바쿤 프로덕츠와 니쇼지 씨와의 끈끈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나이가 70세쯤 되어 보이고, 한국말을 잘 하시지만 일본 특유의 억양이 남아 있었던 니쇼지 씨. 바쿤의 제작자인 나가이 씨와는 친구 같은 사이였는데, 산요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니쇼지 씨가 산요의 OS 콘덴서를 권한 것이 계기였다. 그때부터 바쿤 프로덕츠는 오디오 업계 최초로 임피던스 특성이 이상적인 산요 OS 콘덴서를 사용하였고,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바쿤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일종의 인연과 같은 느낌을 느낀다. 무생물인 앰프에 인연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음악, 소리가 아닌 음악을 들려주는 바쿤 앰프는 분명 무언가 다른 힘이 전해진다. 바쿤 앰프의 회로는 마치 성장하는 생명체처럼 나날이 발전된 회로들이 나왔다. SATRI 회로의 심장이 되는 SATRI-IC 또한 현재 대여섯 단계를 거쳐서 SATRI-IC-UL을 지나 HIBIKI-IC까지 발전을 했다.
그에 힘입어 앰프들도 MK2, MK3으로 발전을 거듭하였다. 개발자 나가이 씨의 나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온 행보이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행보 끝에 탄생한 걸출한 플래그십 앰프가 이 장황한 사연을 풀어놓게 한 AMP-5570이다. 적어도 필자는 이 바쿤 프로덕츠의 플래그십 앰프가 한순간에 짠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쉼 없는 고뇌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AMP-5570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방식의 회로가 적용되어, 기존 바쿤 프로덕츠와 비교가 무의미한 앰프다. 기술적인 배경을 엔지니어인 나가이 씨가 여러 각도로 설명해 주고 있다. 회로의 방식이 어떻고, 전압과 전류, 네거티브 피드백 등…. 이것이 과연 우리에게 중요한가. 모든 것은 소리로 말해주고 있는데…. 그래도 우선 외모부터 살펴본다면 지금까지 바쿤에선 볼 수 없었던 크기이다. 타사의 플래그십 앰프들과 견줄 만하다. 이제 도시락통 앰프라는 오명을 벗어던져도 좋을 사이즈다. 랙에 올려놓으니 듬직한 모습이 맘에 든다. 첫인상의 시각적 각인이 얼마나 중요한가. 외모적인 부분에서 충분히 합격점이다. AMP-5570의 디자인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부분이 있다. 앰프에서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는 방열핀의 위와 아래 날카로운 부분에 사용자 보호를 위해서 기역자로 꺾은 보호판을 붙였다. 참신하고 안정감을 주는 아이디어이다. 카리스마 풍기는 펄 느낌의 블랙 전면 패널에 바쿤의 아이덴티티인 오렌지색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노브는 단순하지만 힘 있는 감성으로 다가온다.
뒷면을 보자. 이번 제품에서는 전류 전송(SATRI-LINK) 대신에 XLR을 채택했다. 유니크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는 선택일 것이다. 덕분에 하이엔드 사용자들이 더 쉽게 케이블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선택의 폭이 좁았던 BNC 케이블 대신에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RCA나 XLR 케이블을 연결하면 된다. 이 앰프는 스테레오와 모노를 손쉽게 변경 사용이 가능하다. 앞면의 입력 실렉터를 ‘BALANCED XLR BTL(MONO)’로 선택한 다음에 XLR 인터케이블을 뒷면 ‘BTL MONOULAL SIGNAL INPUT’에 꽂으면 된다.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할 때는 뒷면에 표시된 대로 연결하면 되는데, + 측은 오른쪽 스피커 단자 + 측에 연결하고, - 측은 왼쪽 스피커 단자의 + 측에 연결하면 된다.

15W, 21W, 35W, 97W 등으로 표시되었던 바쿤의 정격 출력이 이제 세 자리 숫자가 되었다. 채널당 100W. 모르는 사람들은 이 숫자가 무의미할지 모르지만 21W의 7511 BTL 모노 앰프가 대형 스피커를 가지고 놀면서 타사 앰프의 출력을 우롱했던 바쿤이 아닌가. 바쿤의 100W라면 타사의 앰프 600-700W 급은 된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AMP-5570 한 대를 추가하여 XLR 케이블을 꽂고, 실렉터를 BTL 모노 모드로 돌리면 간단하게 채널당 300W의 몬스터급 앰프가 되는 것이다. 초사이언 바쿤이라 해야 할까.
앰프의 몸체를 통해서 느껴지는 은은한 열기. 나 지금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생명체가 말하는 듯한 따뜻함. 필자는 이 따뜻함이 소리의 질로 이어지는 것 같아 너무나 맘에 드는 구석이다. 소릿결은 어떠한가. 근래에 출시했던 바쿤의 몇몇 모델은 정확성과 스피드, 구동력은 잡았으나 얇은 소리의 ‘쿨 앤 클리어’의 느낌이 있었다. 하이엔드 파워 앰프는 힘과 스피드와 질감을 겸비해야 하는데, 질감과 열기감이 중간 정도 되는 경계선상의 소리였다. 물론 이 부분은 약간의 트윅으로 극복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데 신형 AMP-5570은 그런 기우를 말끔히 없앴다. 기본적으로 초창기 AMP-5513이 갖고 있던 진득한 유화적 색채에 힘과 스피드와 구동력을 더한 느낌이다. 기본적인 음의 촉감이 진공관의 그것을 닮아 있으며, 느린 구석 없이 빠른 스피드로 소리를 스피커에서 이탈시키는 능력이 출중하다. 강력한 구동력으로 스피커 유닛을 정확한 위치에 보내고 세운다. 그로 인해 대역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부분이 없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조절 또한 세밀해서 연주자의 뉘앙스 표현이 발군이다. 또한 적막한 배경은 진정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배경이 까맣다 못해 마치 블랙홀과 같다. 음악이 튀어나오기 직전 그 칠흑 같은 적막 속에서 여린 악기음이 시작될 때는 짙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의 빛을 보는 듯하다.

조심스럽게 평가한다면 아무래도 AMP-5570은 동사의 다른 앰프 판매에 마이너스 영향을 줄 것 같다. 왜냐하면 매우 현실적인 가격표를 달고 나왔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구동력 때문에 아랫급 앰프 모노를 욕심 낼 필요가 없다. 스테이지의 넓이와 깊이 때문에 아랫급 앰프 모노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바로 아랫급 앰프 모노보다 가격이 더 싸다. 악기의 질감 표현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더 비싼 아랫급 모노보다 AMP-5570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소스가 두 개 이하일 때 앰프 한 대로 최적의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한다면 AMP-5570 말고는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소스에 직결하여 인티앰프처럼 사용해도 충분하다. 물론 인티앰프가 아닌 파워 앰프지만 바쿤 특유의 게인 조절 기능을 볼륨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이야기다. 낮은 게인에서도 고·중·저역의 밸런스가 유지되면서 스피커의 구동에 아무 제약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쿤 프로덕츠를 오래 사용하고 지켜봐 왔는데, 그동안의 행보에 놀라움을 거듭하게 된다. 꽤 많은 메이커들이 이미 개발된 회로나 메커니즘을 가지고 섀시만 다듬어 새로운 것인 양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미 갖고 있는 것을 개선하는 것도 발전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기술의 진보라기보다 튜닝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섀시를 유행에 맞게 다듬고 부품과 재료를 바꾸어 넣는 일은 기존에 개발된 것을 취향에 맞게 튜닝하는 것이지 기술의 진보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바쿤의 행보를 보면 끊임없는 회로의 개발과 탐구가 기본이 되어 있다. 새로운 회로들과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개발자인 나가이 씨의 66세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오히려 최근에 더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고, 더 기발한 신제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개발자는 자신의 회로 개발 능력이 현재가 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앰프는 무릇 왜곡 없이 증폭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구현하기 위하여 쉼 없이 탐구하는 구도자의 수련으로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구마모토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나가이 씨의 놀라운 신 회로들은 오직 ‘Handmade In Japan’, 바쿤 오리지널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이제 바쿤 프로덕츠는 또다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것 같다. AMP-5570은 그 항해 선단의 기함이 되는 앰프이다. 하이엔드 제품군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제품이다. 오디오 파일들은 자기가 경험해본 것보다는 남이 쓴 글이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유추해 소리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편견의 벽에 갇히지 말고 반드시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앰프가 바로 신형 AMP-5570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070)4065-7500   가격 980만원    실효 출력 100W, 300W(Mono)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크기(WHD) 44×23×36cm    무게 1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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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9년 1월호 - 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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