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etsu Rosewood Platinum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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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etsu Rosewood Platinum Signature
  • 김기인
  • 승인 2018.10.01 00:00
  • 2018년 10월호 (55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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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지는 LP 판의 신호를 읽어 내는 최초 입구로 음이 흐르는 강의 발원지라 볼 수 있다. 이곳이 흐리면 음은 내내 흐리며 이곳이 투명하면 최종 출구인 스피커까지 투명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아날로그에서는 카트리지가 가장 영향력 있는 파트로 그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트랜스듀서(에너지 변환계)는 오디오 전반 라인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어서 세심한 분별력이 필요하다. 미크론 단위의 진동과 소수점 아래 mV의 미세한 전압을 다루는 발전계이므로 그만큼 각 기종에 따라 음색이나 음악성 등 음질 변화 폭이 크며, 덩치에 비해 대단한 고가 제품인데다 훼손도 심한 소모품이어서 카트리지를 생각하면 항상 긴장된다.
카트리지에 관한 취향은 곧바로 자신의 아날로그 음질 취향과 연결된다. 스피커의 음색과 동일하게 스펙보다는 선험적 경험치가 중요해 제품 제작 노하우가 축적된 스테디 셀링 브랜드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중에 유명한 일본 브랜드가 고에츠다. 부친 스가노 요시아키의 대를 이어 아들 스가노 후미코가 카트리지 제작에 임하고 있는데, 그도 이미 나이 들어 제3대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인 상태에서 최근 더 고급화된 레퍼런스 카트리지들이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호에는 전작 로즈우드 스탠더드와 플래티넘 시리즈에서 최상급인 로즈우드 플래티넘 시그너처에 대해 알아본다. 시그너처는 그의 평상 제품 중 테스트에 의해 각별히 특성이 우수한 제품을 선정해 내놓은 것으로 그의 사인이 첨가되어 있다. 특별히 채널 밸런스와 음악성, 임장감이 좋은 극상품을 취하는데 어떤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위 버전에만 있는데, 말하자면 플래티넘 모델의 극상품 선정쯤으로 해석된다. 필자가 본 것은 오닉스 플래티넘 시그너처뿐이었는데, 그러니까 이번 로즈우드 플래티넘 시그너처는 처음 접하는 제품이다.

우선 외형상 다른 것은 로즈우드 바디에 투명 옻칠을 했다는 것이고, 상부 나사 고정 지지대가 금속 빛깔의 비자성체 합금이라는 것이다. 투명 옻칠 마감은 대단히 정교하게 처리되어 일반 로즈우드 플래티넘에 비해 탄탄하게 보인다. 자기 회로에는 플래티넘이 첨가된 특수 자석을 사용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사마륨 코발트 자기 회로와 구분해 놓았다. 이 자석은 자석 값만 100만원에 육박하는 초고가품이라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뒤 단자는 은도금제로 은 파이프 내부에 동을 삽입한 크레드 발전 코일과 맥을 같이 한다. 내부 임피던스는 스탠더드 모델보다 약 2배 정도인 6Ω(DCR) 정도이므로 코일 양이 좀더 많다는 뜻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출력도 약간 상승해 0.24mV/ch·5cm/sec 정도 된다. 침압은 1.5-2.2g 내에서 튜닝하면 되는데, 예의 고에츠 정책으로 아무런 스펙이 없어 필자의 측정기로 측정한 내용이다.

첫 소리는 무엇인가 정밀하며 안정된 가운데 트랙을 트레이싱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스탠더드형에 비해 음의 이탈감이 좋고 시원해 재즈의 트럼펫이나 색소폰이 스피커를 탈출한 인상을 받았다. 고에츠의 고유 음색인 우아함은 그대로 있지만 가닥 추림이나 다이내믹 특성은 더 상승된 가운데 바이올린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혼 스피커로 들어도 강하다는 느낌이 없이 온도감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음악을 차분히 밟아 나간다.

현미경으로 보면 보론 캔틸레버에 보강재가 정밀하게 부착된 투명한 스타일러스를 볼 수 있는데, 최근 보론 캔틸레버에 보강재 없이 그냥 접착시켜 놓은 스타일러스에 비해 견고하게 느껴져 신뢰가 간다. 특히 스타일러스를 끼우기 위해 보론 캔틸레버 끝을 ㄷ자로 절삭한 부위는 가히 예술이다.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탄소 합금계 보론 캔틸레버를 이렇게 섬세하게 다룬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시그너처 시리즈는 이 시대 아날로그 카트리지의 최정상에 올라 있는 제품이지만 침만 꼴깍 삼키고 말았는데 그 가격이 500만원대를 훌쩍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리를 들어 본 후 시그너처 시리즈에 대한 갈증은 겨우 해소됐다. 그런데 스가노 후미코까지 나이 들어 언제까지 이 제품을 만들지 모른다고 하니 이제 아날로그 장인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고나 할까…. 회한이 앞을 가린다.

고에츠 로즈우드 플래티넘 시그너처와 오닉스 플래티넘 시그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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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10월호 - 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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