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Music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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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상
  • 승인 2018.09.01 00:00
  • 2018년 9월호 (55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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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벨의 손길로 브루흐의 명곡들이 살아 숨 쉬다

지난 6월,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과 그가 이끄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이하 ASMF)가 새 음반을 발표했다. 레퍼토리는 막스 브루흐를 대표하는 3대 레퍼토리 중 스코틀랜드 환상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마침 음반 발매 직전인 5월 31일, 조슈아 벨은 ASMF의 음악 감독이 된 후(1958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네빌 마리너 경 이후 첫 음악 감독) 처음으로 ASMF와 함께 내한해 바흐, 차이코프스키, 바버, 그리고 피아졸라를 들려준 바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신규 앨범을 들고 나타난 이들이 새삼 반갑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연주는 한마디로 시원시원하다. 마치 빨랫줄 같은 탄성과 활 끝까지 전해지는 파워가 일품이며, 화려하진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섬세하고 성숙한 음악을 들려준다. 미국 인디애나 주 블루밍턴에서 태어난 조슈아 벨은 4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 12살에는 인디애나 대학에서 전설적인 조세프 깅골드 교수를 사사했으며, 현재는 모교 제이콥스 음악원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년부터는 ASMF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자기만의 음악과 ASMF의 전통을 조화시키는 데도 성공한 듯 보인다.
음반의 첫 곡은 스코틀랜드 환상곡. 1880년 겨울에 완성된 이 곡은 같은 해 함부르크에서 열린 ‘바흐 음악제’에서 스페인의 파블로 데 사라사테에 의해 초연되었으며 역시 사라사테에게 헌정되었다. 정식 제목은 ‘스코틀랜드 민요의 선율을 자유롭게 사용한 관현악과 하프와 함께 한 바이올린을 위한 환상곡’이다. 이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브루흐는 이 곡에 다양한 스코틀랜드 민요를 주제로 사용했다. 사실 민요는 브루흐 음악의 뿌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젊은 시절부터 큰 관심을 갖고 지대한 연구를 했던 분야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사전에 미리 알고 듣는다면 훨씬 곡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1악장과 2악장에서는 늙은 롭 모리스(Auld Rob Morris)와 먼지투성이 방앗간 주인(Hey, the Dusty Miller)을 들을 수 있고, 3악장과 4악장에는 조니가 없어 나는 적적하다네(I'm A' Doun for Lack O' Johnnie), 우리 스코트 사람들은 월리스의 피를 흘렸다(Scots, wha hae wi' Wallace bled)가 사용되었다. 특히 마지막 두 곡은 우리 귀에도 낯설지 않은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다. 브루흐는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친숙한 멜로디를 차용함으로써 협주곡 전반에 자유로움과 독창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서주를 포함해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서주와 1악장, 2악장과 3악장이 끊김 없이 이어서 연주된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는 아마도 현재 알려진 모든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브루흐는 이 작품을 협주곡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형식의 환상곡처럼 생각하기도 했는데, 작품의 1악장을 ‘프렐류드’라는 의미의 ‘Vorspiel’로 표기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약한 팀파니 연타에 이은 목관 앙상블을 배경으로 아련한 바이올린 솔로가 시작되고, 이어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휘몰아치는 듯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이는 대목에서는 감상자의 심박도 급상승하게 된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2악장에서 이 협주곡의 핵심 메시지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꿈꾸는 듯 서정성 짙은 선율에 잠시 몸과 마음을 맡기고 나면 어느새 다시 한 번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강렬한 오케스트라 총주가 경합하는 3악장이 기다리고 있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화려하고 웅장한 총주는 이 협주곡의 가장 큰 매력이자 많은 사람들이 주저함 없이 이 곡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손꼽게 만드는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조슈아 벨은 현재 1713년산 깁슨 엑스 후버만 스트라디바리를 사용하고 있다. 글 | 이익상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조슈아 벨(바이올린, 지휘)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S80391C/19075842002
녹음 ★★★★★
연주 ★★★★★

554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8년 9월호 - 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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