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9770 FM 풀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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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9770 FM 풀레인지
  • 김기인
  • 승인 2018.07.01 00:00
  • 2018년 7월호 (55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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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극단적인 풀레인지 인클로저로 필립스의 9770 3발 풀레인지 스타일을 소개한다. 이 스피커 세트를 처음 보았을 때 양쪽 손에 집어 들고 로키 산맥 숲속으로 떠나 등산객들을 상대로 버스킹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천연 가죽을 덧댄 손잡이가 달린 박스는 여행용 슈트케이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낭만스럽고, 우아한 색조는 귀족스럽고도 고풍스러워 그대로 어디 카페에 올려놓으면 외형만으로도 한몫할 것 같은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스피커는 유럽 방송용 야외 이동용 모니터 스피커로 설계된 하이 임피던스 타입 풀레인지 스피커다. 필립스 풀레인지 스피커 중에는 보이스 코일 임피던스가 아예 하이 임피던스(200Ω, 600Ω, 1㏀ 등)로 설계되어 매칭 트랜스 없이 하이 임피던스 앰프 출력단에 연결되는 타입도 있지만, 그와는 달리 여기에서는 유명한 알니코 듀얼 콘 로우 임피던스 풀레인지 9770이 각 통 속에 3개씩 들어가 있다. 9770의 사각거림과 자연스러움 속에 전체 음량과 스케일만 늘려 사용하려는 의도이다. 매칭 트랜스 역시 필립스제 VE1957로, 1차 임피던스 1.6㏀, 3.2㏀, 6.4㏀의 3탭이 나와 있고, 2차 임피던스는 5Ω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하이 임피던스 파워 앰프(아마 진공관이었을 것이다)의 출력 탭에 맞춰 원하는 임피던스를 사용 가능하다. 결국 앰프는 멀리 주조실에 두고 방송 현장 여러 곳에 이 스피커 세트를 설치해 모니터나 방송 현장의 확성 보조 시스템으로 사용한 것이다.

9770은 대단히 얇은 콘지에 듀얼 콘을 설치한 픽스드 에지 타입 8인치 풀레인지 스피커다. 내부 임피던스는 5Ω이고, 원형 외부 요크 내부에 내자형으로 알니코 자기 회로가 수납되어 있어 자기 능률이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 개만으로 들어 보면 질감이 우수하고 투명해 음악성이 좋은 데다 자연스러운 음장감에 장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스피커는 9770 3개를 삼각으로 배치해 병렬 연결한 후 트랜스 2차에 연결된다. 물론 트랜스를 제거하면 일반 로우 임피던스(5Ω) 스피커가 되니까 3개를 직렬로 연결하면 15Ω, 병렬로 하면 약 2Ω 이내의 임피던스를 얻는다. 병렬로 연결하면 내입력은 커지지만 앰프 전체 댐핑은 약해지고 또한 직렬로 연결하면 앰프의 댐핑력은 높아져(병렬 시의 약 7배) 앰프의 핸들링 능력이 좋아지고 결국 에지 있는 저역의 정결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두 실험을 다 해 본 결과 역시 15Ω 직렬 핸들링이 질감과 명료도 면에서 앞서서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매칭 트랜스는 제거해 싱글 앰프의 출력 트랜스로 사용할 수도 있어 매우 매력적이었다.

인클로저는 밝은 청색(녹색이 가미된)인데, 전면은 금속 그물망과 천으로 2중으로 되어 있다. 매우 가볍고 튼튼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한 곳도 손상된 데 없이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손잡이와 코너는 모두 천연 가죽으로 보호되어 있는데, 튼튼할 뿐 아니라 모양도 클래식해 매우 호감이 갔다. 스피커를 연결하는 선재도 도금이 안 된 일반 동선인데, 아직 녹도 슬지 않고 순도도 높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뒷면에도 보호 케이스가 있어 잠그면 완전 밀폐형이 되며 열면 무한 배플 타입의 개방형이 된다. 비교 청취해 보면 두 인클로저의 특징적 음색이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필자의 귀에는 개방형이 호감이 간다. 질감 좋고 저역이 경쾌하기 때문이다.

6BQ5 싱글과 AD1 싱글의 저출력 앰프로 구동해도 모자람이 없었고, 피셔 500B와 연결하면 풍성하고 스케일이 살아난다. 더구나 500B와 외형적 어울림도 좋아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500B의 매직 아이 튜닝 튜브의 밝은 청색과 필립스의 인클로저 색은 거의 동일해 마치 두 제품이 맞춤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어떤 앰프를 연결해도 그 앰프의 특성과 질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모니터적 성격이 이 스피커의 성능과 음질적 솔직함을 대변해 주고 있다. 큰 음량으로 들을 필요가 없다면 어느 곳에서나 제 능력을 백분 발휘해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스피커다. 9770 풀레인지 1발 연결 시 맑고 깨끗하며 질감이 우수한 중·고역에 비해 저역의 양감이 부족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3발 연결 시에는 저역이 약 6dB 정도 증가해 더 풍성한 저역에 대역 밸런스가 잘 맞는 중·고역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글·사진 | 김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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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7월호 -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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