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dis I-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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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is I-88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6.01 00:00
  • 2018년 6월호 (55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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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음악성, 그리고 탐미주의의 합창

 

첼로를 본 기가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 과연 명불허전. 그윽하면서 매혹적으로 첼로의 음이 공간을 감싼다. 배후에 있는 피아노의 영롱한 울림도 감칠맛이 있다. 오래전 아날로그 녹음인데, 그 매력이 풍부하게 재생된다. 음반과 오디오의 완벽한 조화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탄노이의 레거시 시리즈에 관심이 많다. 마침 이번 호 리뷰에 체비엇이 있어서 여러 앰프를 걸어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순수한 진공관 타입부터 TR, 하이브리드 등 여러 제품이 거쳐 갔는데, 제일 마지막으로 본 기 I-88을 맞이하게 되었다. 걸자마자 뒤통수를 강력하게 얻어맞았다. 아하, 이런 것이구나. 결국 음은 파워인가? 파워가 최우선인가?
사실 퀄러티를 추구하다보면 소출력 쪽으로 가고, 그렇다면 드라이빙 능력이 문제가 된다. 반면 스피커의 구동력에 중점을 두게 되면, 아무래도 대출력이 유리하다. 이것은 하나의 패러독스와 같아서, 결코 타협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본 기는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같아 흥미를 끈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하게 체비엇을 뒤흔드는 모습에서 어떤 쾌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 음은 파워인가, 다시 묻게 되는 것이다.
자디스라는 브랜드는 결코 낯설지 않다. 그간 여러 제품을 들어본 경험이 있고, 독특한 탐미주의 같은 부분도 있어서, 들을 때마다 호감을 갖게 한다. 특히, 인티앰프에서도 빼어난 성과를 올린 바 있어서, 이미 많은 애호가들을 확보하고 있다. 한데 이번에 만난 제품을 과연 인티앰프라고 할 수 있을까? 무려 8발에 달하는 KT150! 이것은 KT88보다 더 많은 출력을 끌어낼 수 있는 신관이다. 당연히 열도 많고, 무게도 많이 나간다. 어지간한 분리형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물량투입이 이뤄진 제품이다. 인티앰프계의 항공모함으로 불러도 좋다.

여기서 잠깐 KT150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5극관의 개발은, 출력에 관련되어 있다. 3극관으로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출력을 5극관은 낸다. 따라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무척 용이했으리라. 앰프에서도 5극관이 강세를 이루게 된 것은, 스피커 환경의 변화가 크다. 예전의 거대한 혼 타입 스피커들은 감도가 100dB 이상이 되어 소출력 앰프로도 얼마든지 구동이 가능했지만, 현대로 오면 올수록 감도가 낮아지게 되었다. 심지어 83dB, 82dB짜리도 나오는 형국이다. 덕분에 진공관 앰프 쪽에도 강력한 출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KT88 개발 이후, 90, 100, 120을 거쳐 드디어 150까지 나오게 되었다. 150의 경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거의 KT88의 두 배에 달하는 용량을 자랑한다. 따라서 푸시풀로 꾸미면 8Ω에 300W도 낼 수 있다. 어마어마한 물건인 것이다. 신관인 만큼,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트러블이 있을 경우 교체도 용이하며, 무엇보다 KT88을 베이스로 한 설계를 조금만 바꾸면 쓸 수 있다. 이미 개발에 개발을 거듭한 KT88의 유산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그러나 오디오는 출력이 전부는 아니다. 퀄러티도 일정하게 따라줘야 한다. 자디스는 이 부분에서 멋진 아이디어를 첨가했다. 바로 클래스A 방식. 덕분에 출력은 90W로 낮아졌지만, 실제로 600W 정도 낼 수 있는 사양을 포기한 대신, 최상의 음질 추구형으로 꾸민 것이다. 단, 클래스A의 출력은 클래스AB와 또 다르다. 동일한 출력으로 치면, 두세 배 정도의 스피커 구동력이 더 있다. 그러므로 본 기가 체비엇을 낭랑하게, 시원시원하게 울린 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디 체비엇뿐인가? 이보다 더 말썽꾼 스피커도 얼마든지 옴짝달싹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런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가진 제품인 것이다. 따라서 언제 기회가 되면 다른 스피커도 여럿 걸어보고 싶다.
참고로 본 기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앰프인 만큼, 4개의 아날로그 입력은 기본. 그런데 USB 단자가 하나 보인다. 바로 PC를 통해 다양한 음악 파일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DAC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이전에 자디스는 단품 DAC도 엄청난 규모로 제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다. 아무튼 KT150의 위용과 자디스의 실력을 새삼 체험한 시청이었다고 해도 좋다. 참고로 소스기는 플리니우스의 마우리 CD 플레이어를 이용했다.

첫 곡은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과연 묵직하게 몰아치는 부분이 거듭 탄성을 자아낸다. 갑자기 체비엇이 대형기로 변화한 듯하다. 12인치 구경의 드라이버를 제대로 구동하면 이런 음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저역이 잘 조여지고, 컨트롤이 정확하게 이뤄져, 저역의 과잉이나 흐트러짐이 없다. 다양한 악기들의 음색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첼로와 바이올린의 음색은 계속 마음을 끈다.
이어서 로스트로포비치 연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 전통적으로 탄노이가 강점을 보이는 첼로를 본 기가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 과연 명불허전. 그윽하면서 매혹적으로 첼로의 음이 공간을 감싼다. 배후에 있는 피아노의 영롱한 울림도 감칠맛이 있다. 오래전 아날로그 녹음인데, 그 매력이 풍부하게 재생된다. 음반과 오디오의 완벽한 조화라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I Remember You’. 베이스 라인이 깊게 떨어지고,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되며, 정겨운 보사노바 리듬을 타고 꿈을 꾸듯 크롤이 노래한다. 스피커의 잠재력을 일거에 드러내서, 대역폭이 넓으면서, 시원시원하게 음이 나온다. 특히, 저역의 펀치력이 대단해 바닥이 쿵쿵 울릴 정도다. 중간에 나오는 피아노 솔로의 청량감은 이루 말할 나위가 없다. 어떤 음악을 걸어도 즐겁게 울릴 것만 같다. 어지간한 스피커는 간단히 제압할 만한 내용이면서, 자디스만의 탐미적인 맛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주목해볼 만한 모델이라 하겠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2,000만원
사용 진공관 KT150×8, ECC83/12AX7×2, ECC82/12AU7×3
실효 출력 90W, 클래스A
주파수 대역 10Hz-19kHz
크기(WHD) 50×22×40cm
무게 4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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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6월호 -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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