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onvega Radiofonografo RR22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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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onvega Radiofonografo RR226-O
  • 김남
  • 승인 2018.06.01 00:00
  • 2018년 6월호 (55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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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살아 있는 역사

 

설치하면 주변은 마술처럼 연극 무대가 될 것만 같다. 화려한 조명 속에 낡은 의자에 앉아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귀족의 고성에 자리 잡고 있는 우아한 풍모도 연상이 된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이런 제품이 있었단 말인가. 시야는 삽시간에 밝아지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리운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연극 무대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이다. 보통의 제품이 아니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거장 피에르 지아코모 &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가 발표했던 1965년의 라디오포노그라포 RR126을 그대로 리바이벌한 것이며,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추모작이기도 하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는 3형제 중 막내인데, 3형제가 모두 건축과 산업 디자인 분야를 전공했다. 그리고 그 막내마저 10여 년 전 별세했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로 그의 이름은 굳건하다. 밀라노에 그의 박물관이 있으며, 현재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 그가 디자인했던 많은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최고의 제품으로 인기를 모아 세계 곳곳에서 팔리고 있다. 국내에도 고급 가구나 비품들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플라스틱과 금속을 이용한 조명 기구, 의자 등 일상적인 소품들도 많다.
그는 일찍이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라디오 등 전자 제품도 여러 기종 디자인했는데, 그중 1965년에 선을 보인 특이한 모습의 오디오 제품이 별미이다. RR126이라는 기종으로, 라디오포노그라포라는 별칭이 붙어 있고, 생김새는 흡사 우리나라 60, 70년대의 장전축과 닮은 것이다. 중앙에 라디오가 있고 양옆으로 스피커, 상단에는 턴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장전축을 지금 젊은 세대는 구경도 못해 봤을 것이다. 동네방네 내로라하는 전파상 주인들이 핸드메이드로 자개장롱을 만들 듯 갖가지 솜씨를 발휘, 중앙에 라디오와 턴테이블을 수납하고 문갑처럼 문짝도 달아 놨다. 인켈이나 내셔널, 태광 등의 컴포넌트는 그 뒤로 등장한 모델들이다. 그 장전축은 60, 70년대 우리나라 부의 상징이었다.
아킬레가 50년 전 선보였던 첫 제품은 빈티지 명품으로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 자취를 찾기 어려운데, 그 제품을 찾는 수집가들이 늘어나면서 그 후속 모델이 50년도 넘어 다시 만들어졌다. 아킬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 모델이 선정된 것이다. 사진만으로 대조해 보면 첫 제품과 달라진 것이 없다. 제품 번호만 바뀌었을 뿐 외양은 대동소이하다. 사실 거장의 추모작인데 그가 손수 만들었던 디자인을 바꾼다는 것은 비상식적일 것이다. 다만 앰프나 턴테이블 등의 내용을 현재의 좋은 부품으로 바꾼 것이 중점이다. 디자인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 시청기를 갖게 된다면 1965년의 그 첫 제품을 손에 넣은 감정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
설치하면 주변은 마술처럼 연극 무대가 될 것만 같다. 화려한 조명 속에 낡은 의자에 앉아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귀족의 고성에 자리 잡고 있는 우아한 풍모도 연상이 된다.
첫 제품을 만들었던 50년 전에는 어떤 턴테이블을 탑재했는지 모르겠지만, 시청기에 들어 있는 것은 프로젝트 오디오의 신형이고, 카트리지는 오토폰으로 장착되어 있다. 작동시켜 보니 상당한 수준의 성능이다. 구색만 맞추기 위해 염가판 턴테이블을 올려놓은 것은 아닌 것이다.

튜너(라디오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는 AM/FM 겸용이고 CD 플레이어는 없다. RCA 입력에 별도로 CD 플레이어를 연결해 CD를 구동해야 한다. 그 시절의 체취를 유지하기 위해 좌우 밸런스 및 중·저·고역을 조절하는 이퀄라이저 노브가 있으며, 라우드니스 스위치도 있다. 그리고 헤드폰 잭이 있고, 서브우퍼도 연결이 되며 프리 아웃 단자도 있다. 그리고 옵션으로 블루투스 재생을 위한 동글이 준비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오리지널보다는 사용상의 편의성이 조금 늘어나 있는 셈이다. 고급 빈티지 애호가이거나 우아한 거실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앤틱을 선호하는 특수층이라면 틀림없이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피커를 자유자재로 이동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디자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데, 레고처럼 포갤 수도 있고, 직렬로 배치할 수도 양옆으로 더 떼어놓을 수도 있다. 턴테이블의 플래터도 당시의 추세처럼 레코드보다도 다소 작아 귀여움을 자아낸다. 작은 플래터는 댄스파티나 교습 장소로 이동할 때 턴테이블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판단 때문에 만들어졌다.
라디오의 상태는 최고이며, 시청은 CD 플레이어와 턴테이블로 이루어졌다. 보는 분위기가 소리보다도 훨씬 윗길에 있는 제품이지만 소리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싱싱하며 탄력이 있고 중간 수준 이상이다.
이런 제품이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거치하는 즐거움, 분위기를 일신시키는 기묘한 마력의 제품이 50년만에 부활해서 미소 짓게 만들어 준다. 마치 무대 위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환각이 일기도 한다.

 

수입원 (주)D&O (02)514-0221
가격 1,090만원(화이트), 1,190만원(레드, 오렌지)

55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8년 6월호 -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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