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Audio Technology VK-3000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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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Audio Technology VK-3000S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6.01 00:00
  • 2018년 6월호 (55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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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 중립한 재생을 위한 최상의 선택


 

초반에 첼로군의 어택감이 두드러지고, 긴박한 바이올린군의 울림도 좋다. 점차 악단이 기지개를 켜고 정점으로 향하는 과정이 일목요연하다. 음을 들어보면 일체 가식이 없다. 아주 중립적이고, 명료하다. 일체 오심이 없고, 특정 편을 들지 않는 소신이 뚜렷한 심판을 보는 듯하다.

오디오 역사를 보면 주로 서구 제국에 의해서만 전개된 것 같다. 하지만 러시아를 위시한 동구권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러시아를 보자. 1970년대 냉전 시대에 일본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별 이유도 없이 소련제 미그기가 사고로 그만 추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베일에 가려 있던 소련의 군수 산업의 실체, 특히 미그기가 갖고 있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파견되어 낱낱이 미그기를 분석한 결과, 우리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 나왔다. 바로 6C33C-B로, 소브텍 사가 만든 진공관이었다.
이 진공관은 군수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아주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일단 내부 저항이 낮고, 비교적 많은 양의 전류를 흘릴 수 있다. 이미 일본의 오디오계에선 알게 모르게 이 출력관을 소련에서 밀수(?)해서 쓰고 있었다. 이른바 OTL 앰프의 제작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6C33C-B가 발견됨에 따라, 진공관 앰프의 역사는 극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소련이 해체된 이후, 양질의 관들이 서방 세계에 유입됨에 따라, 진공관 앰프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큰 환영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90년대에 들어와 아예 소련에서 전자공학을 연구하던 빅토르 코멘코(Victor Khomenko)라는 분이 미국으로 건너와 BAT(Balanced Audio Technology)를 창업함에 따라 이 관의 역할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드디어 BAT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사는 솔리드스테이트 제품도 병행해서 만들고 있다. 그 역사도 꽤 깊고, 요즘엔 이쪽에도 좋은 제품이 다수 런칭되고 있다. 사실 진공관과 TR은 전혀 다른 소자. 그런데 어떻게 BAT는 두 마리의 토끼를 포획하고 있을까? 바로 MOSFET 때문이다. 이 녀석의 특성이 실은 진공관과 닮아 있다. 말이 TR이지, 진공관으로 분류해도 좋다. 아하, 그렇다면 이제 VK-3000SE라 명명된 본 기의 콘셉트가 이해될 것이다.

사실 본 기는 좀 특별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간 BAT는 진공관과 TR을 별도로 운영해서 둘이 섞이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본 기는 프리부에 6H30이라는 슈퍼 튜브를 2개 장착해서, REX Ⅱ로 정점에 달한 진공관 프리앰프의 에센스를 담고 있는 반면, 출력단은 MOSFET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하이브리드로, 드디어 동사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된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 기를 BAT의 <베스트 앨범>으로 분류해도 좋다.
외관을 보면 약간 투박한 면이 돋보인다. 대신 단단한 내구성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중앙에 난 커다란 디스플레이 창은 시인성이 좋아, 지금 내가 어떤 소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이 된다. 또 리모컨을 활용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내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소스의 선택이나 극성 변화, 음악의 페이드아웃 등 여러 기능을 원 터치로 해결할 수 있다.
홈시어터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또 MM/MC 기능이 함께 있는 포노단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이다. 요즘 LP 시장이 심상치 않고, 과거의 명반뿐 아니라 신보도 당당히 LP로 나오는 형국이다. 스트리밍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다운로드와 CD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LP의 재등장은 반갑기만 하다. 따라서 다시 턴테이블을 장착할 유저들이 많아지리라 예상된다. 이 부분을 포노 옵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어쨌든 환영할 만하다.

본 기는 8Ω에 150W, 4Ω에 300W라는 양호한 스펙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힘이 아닌 퀄러티로 승부하는 타입이며, 모든 부품이 플래그십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것을 보면, 동사가 얼마나 본 기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나 짐작할 수 있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탄노이의 체비엇, 소스기는 플리니우스의 마우리로 했다.
첫 곡은 멜로디 가르도의 ‘Worrisome Heart’. 이 가수는 강력한 카리스마나 대단한 성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밴드의 음향에 목소리가 묻힐 수도 있다. 이 부분이 잘 처리되어, 보컬은 보컬대로, 악단은 악단대로 빛나고 있다. 힘으로 장악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치하고, 세련된 해상도가 돋보인다. 개개 악기의 위치와 음색이 정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케니 버렐의 ‘Lotus Land’는 처음에는 기타 솔로로 시작해서 점차 오케스트라가 개입, 거대한 편성으로 변화하는 곡이다. 그 어레인지가 절묘해서, 중간에 마구 악단이 포효할 때조차 기타의 존재가 훼손되는 법이 없다. 그 내용을 정확하게 그려낸다. 또 스피커가 가진 음색과 넓은 대역폭을 잘 활용해서, 상당히 스케일을 크게 그려낸다.
마지막으로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초반에 첼로군의 어택감이 두드러지고, 긴박한 바이올린군의 울림도 좋다. 점차 악단이 기지개를 켜고 정점으로 향하는 과정이 일목요연하다. 음을 들어보면 일체 가식이 없다. 아주 중립적이고, 명료하다. 일체 오심이 없고, 특정 편을 들지 않는 소신이 뚜렷한 심판을 보는 듯하다. 덕분에 탄노이 스피커는 일종의 모니터용으로 변해서, 어떤 소스든 정확한 재현에 주력하고 있다. 특정 장르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한 장점으로 보인다.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1,100만원(포노단 옵션)
사용 진공관 6H30×2
실효 출력 150W(8Ω), 300W(4Ω)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주파수 응답 2Hz-180kHz
입력 임피던스 100㏀
크기(WHD) 48.2×14.6×39.3cm
무게 22.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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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6월호 -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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