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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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윤옥
  • 승인 2018.06.01 00:00
  • 2018년 6월호 (55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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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을 찾기 힘든, 가장 사실적인 사운드의 카트리지

 

그라도(Grado)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툼한 중역으로 올드팝과 가요를 구성지게 내주는 카트리지다. 그라도의 입문용 카트리지들이 가요나 올드팝에는 가격을 잊게 할 만큼 어울리는 소리를 내주지만, 클래식을 듣기에는 다소 선이 굵고 섬세한 표현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입문기부터 해서 위 모델로 올라가도 소리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드팝과 가요를 듣고자 하는 애호가들에게 가장 저가를 추천해 주곤 했었다.
그라도는 입문기로는 가성비가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고급스러운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 그라도에 대한 선입견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었다. 이번에 그라도 에이온(Aeon) 카트리지를 받으면서도 ‘그라도가 그라도지!’ 하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에이온 카트리지를 보니 루비 캔틸레버에 코일은 24K 순금 솔리드 코일을 사용했다. 루비 캔틸레버는 보론보다 가벼우면서 강성은 더 뛰어나다. 이런 탓에 현존하는 카트리지 중에 운동계의 유효 질량이 가장 작다고 밝히고 있다. 바디도 최고급 음향목으로 음핑고(Mpingo)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코코볼로(Cocobolo)로 만들었다. 코코볼로는 중남미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대단히 느리게 자라는 데다 분포가 많지 않아 중남미 국가들이 보호수종으로 지정해 해외 반출을 막고 있는 수종이다.
나무 얘기를 하자면, 음핑고가 가장 단단하고 치밀해서 불필요한 잡 진동을 억제하고 고음을 단정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코코볼로는 음핑고보다 치밀함이나 단단함이 적어서 중·고음에 기분 좋은 울림을 내서 기타용 음향목으로 최고로 평가 받는다. 나도 수년 전에 어렵게 코코볼로 긴 각재를 구해서 톤암 파이프를 만든 적이 있다. 톤암으로 사용해본 특징은 울림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하며 고급스러운 음색을 낸다.

카트리지를 장착하면서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그라도가 그라도지 뭐!’ 하는 생각과 순금 코일과 루비 캔틸레버에 코코볼로 우드를 채용한 것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면서 호기심이 불타올랐다. 입문용 그라도스러운 소리보다 조금 나은 소리가 날 것인지, 아니면 호화로운 설계와 부품을 사용한 것에 어울리는 뛰어난 소리가 날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출력 전압이 1mV로 낮은데, 저배율 승압트랜스 없이 바로 진공관 포노 앰프에 연결했다. 프리앰프의 볼륨을 평소보다 높여야 했지만 포노 앰프의 게인이 약간 높은 편이라 큰 문제없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장착을 하고 첫 소리를 듣는데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아마도 카트리지가 길이 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두 시간여가 지나자 소리가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일단 놀라운 점은 프리의 볼륨을 올린 상황임에도 노이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정숙한 배경 가운데서 음악 선율이 이리저리 나타난다. 내가 사용하는 DS 오디오의 광 카트리지에 버금가는 아주 낮은 노이즈 레벨을 보여준다. 여태껏 들은 어떤 MM이든, MC 카트리지보다 정전기를 포함해서 잡소리가 적다. MM이나 MI 카트리지들이 의례 그렇듯이 고음이 답답할 것이란 예상을 했는데, 실제 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음의 개방감이 좋으면서도 담백했다. 그러면서도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다. 아마도 은은한 음색은 코코볼로 바디 탓이 아닌가 싶다.
그라도가 오토폰 등 MC(Moving Coil) 관련 특허 때문에 MI(Moving Iron)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번 그라도 카트리지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라도는 MC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서, MC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MC 방식을 버리고 MI라는 MM(Moving Magnet)의 변형된 형태의 발전 방식을 고집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MC 방식이 고음에 독특한 변조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래서 MC 방식을 포기하고 코일은 카트리지 본체에 고정하고 철편(Iron)이 움직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나는 입문기를 위시한 중·저가 그라도 카트리지에서는 MM 고출력 방식 특유의 흐릿함과 두툼함 때문에 이러한 그라도의 주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라도의 에이온 카트리지와 바로 윗급인 에포크(Epoch) 카트리지를 MC라고 표기하는 인터넷 정보도 있다. 이게 맞는 것인지를 두고 한참 확인을 해야 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발전 방식은 분명 MC(Moving Coil)가 아니고 MI(Moving Iron)인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MC라는 표현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포노 앰프 매칭이나 승압트랜스 연결에서 일반 MC 카트리지의 운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분명히 맞는 말이다. 보통 MM이나 MI 카트리지는 카트리지 바디에 코일을 감기 때문에 충분히 많이 감아서 3mV 정도의 고출력을 낸다. 코일을 많이 감으면 고출력을 내서 승압트랜스나 헤드 앰프가 필요 없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코일을 많이 감으면 고음의 임피던스가 올라가면서 고음의 감쇄가 일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일반적인 MM 카트리지는 거의 예외 없이 고출력이지만 고음이 충분히 뻗지 못한다.

그런데, MM이나 MI 방식이지만 보통의 MC 카트리지처럼 코일을 적게 감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일반적인 MC처럼 저출력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고음은 어떻게 될까? 보통 MC 카트리지처럼 막힘없이 고음이 시원시원하게 나오게 된다. 결국 코일이 움직이느냐, 자석이나, 금속이 움직이느냐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코일을 얼마나 감느냐에 따라 출력과 고음의 개방감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라도의 에이온과 에포크 카트리지는 보통의 MC 카트리지와 동일한 기준으로 승압트랜스와 헤드 앰프를 연결하면 되는 것이다. 에이온 카트리지가 1mV 출력이니 5-6배 정도되는 저배율 승압트랜스를 매칭하거나, 게인이 높은 포노 앰프라면 그대로 연결해도 된다는 얘기다.
이제 본격적으로 에이온 카트리지의 음질을 확인해보기로 하자. 노이즈가 거의 없고 담백한 음질이라는 점은 이미 얘기를 했다. 보통 노이즈가 없고 담백한 음질이라고 하면 고음이 덜 나오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에이온은 그렇지 않다. 나올 고음이 초 고음까지 문제없이 나온다. 다만 여태껏 MC 카트리지에서 느끼던 특유의 화려한 화장기와 교태스러운 모습이 전혀 없다. 그래서 고음이 부족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실제로 주파수 대역에서 5-8kHz 대가 피크가 있으면 초 고음이 거의 안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고음이 잘 나온다고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높은 고음의 잘나오는 소리는 귀에 자극이 없고, 위쪽 고음이 열려 있는 것 같은 개방감으로 느껴질 뿐이다.

고음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다 헨델이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Testament SBTLP 3090)를 걸었다. 바이올린 선율이 거침없이 올라간다. 그런데 여태껏 듣던 바이올린 소리와는 약간 다르다. 특유의 화려하고 날카로운 부분이 순화되어 들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순화되어 들리지만 더 섬세하고 디테일한 바이올린 선율이 표현된다. 여태껏 MC 카트리지 특유의 화장기를 당연한 것처럼 들었다는 것을 에이온 카트리지를 들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바이올린 소리에 더 가까운 소리를 에이온이 들려준다.
고에츠 우루시로 듣던 폐부를 찌르는 듯한 선열함과 불꽃같이 타오른다는 느낌이 사실은 코일이 움직이는 방식(Moving Coil)이 가지는 독특한 변조 내지는 윤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꼭 들어봐야 할 음반이 있다. 바로 야사 하이페츠의 <Heifetz on Television> 음반(RCA LSC-3205)이다. 바흐의 샤콘느가 흘러나온다. 다소 날카롭게 느껴지던 하이페츠의 보잉을 아주 섬세하게, 그러나 과장되지 않게 표현한다. 여태껏 이 음반을 들었던, 어떤 카트리지보다 리얼하면서도 사실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며칠을 시간 날 때마다 들어본 소감을 종합하자면 왜곡이 적고 사실적인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음반으로 비교하자면 데카나 DG 음반 같이 특유의 과장된 리얼함이나 고음의 선열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성향의 레이블보다는 과장이나 착색이 거의 없는 에테르나 음반을 제일 선호한다. 일반적인 MC 카트리지들이 데카나 DG 같은 소리를 낸다면 그라도의 에이온 카트리지는 에테르나 같은 소리를 낸다고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 같다.
사실적인 사운드를 내는 카트리지라 MC 입문자보다는 이런 저런 MC 카트리지를 경험한 사람에게 어울릴 것 같다. 특히 에테르나 레이블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데카나 DG 음반을 들으면서 아쉬움이 있었다면 에이온을 강추하고 싶다. 또한 요즘 리이슈 LP의 상당수가 다소 들뜨고 날리면서 고음의 치찰음들이 강조되는 경우가 있다. 오래전부터 LP를 계속 해오던 마니아에게는 이런 문제가 거슬릴 수 있다. 이런 마니아에게는 아주 좋은 특효약이 에이온 카트리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장시간 들으면서 단점을 찾고자 했으나 찾기가 힘들었다. 굳이 흠을 잡자면 LP에 새겨진 그대로의 민낯을 드러내 준다는 점이다. 적당히 화장하거나 진한 화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카트리지다. 에이온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LP의 소릿골에 새겨진 진동 그 자체를 가감 없이 재현해 주려고 노력하는 카트리지다. 그래서 나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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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6월호 -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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