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55TP·iDAC-6·Diapason Karis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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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55TP·iDAC-6·Diapason Karis Ⅲ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6.01 00:00
  • 2018년 6월호 (55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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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과 디아파송의 행복한 랑데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제품이 있다. 틀지 않았는데도 음악이 나오는 듯하다. 머릿속에서 계속 셈을 하며, 은행 잔고와 카드 한도를 계산해본다. 도무지 예산이 허락하지 않지만, 외상을 들여서라도 사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스피커 중 하나가 바로 디아파송에서 나온 카리스(Karis)다. 카리스는 당초 동사의 톱 모델인 아다만테스의 주니어 버전으로 출시되어, 더 현실적인 가격과 사이즈를 실현한 제품이다. 이전 버전이 N.W.이었던 만큼, 본 Ⅲ은 4세대 째가 된다. 무게가 4.5kg밖에 나가지 않고, 담당 주파수 대역도 그리 넓지 않지만, 멀리서 바라만 봐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특히, 전용 스탠드에 올려놓으면 대단한 존재감도 발휘한다.
카리스를 만드는 디아파송의 설계자이자 오너인 알레산드로 스키에이비 씨는, 당초 오르간을 공부했다. 작곡을 주전공으로 해서 음악원에 진학했지만, 동시에 오디오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15살 때부터 전기 엔지니어링 공부도 병행했다. 이후, 스튜디오 엔지니어로 활동하면서 일체 왜곡이 없고, 자연스러운 음을 내는 모니터 스피커를 필요로 하던 차에, 아예 직접 개발에 나선 케이스다. 그가 공부하고 일하던 브레시아라는 도시는, 원래 16세기에 가스파로 다 살로라는 천재 바이올린 제작자의 주무대다. 당시 크레모나의 아마티와 쌍벽을 이루던 인물이다. 바로 그 제작법을 참고로 해서 디아파송만의 복잡한 모양의 인클로저가 탄생했다. 동사는 이를 다면(Multifaceted) 스피커라고 부르는데, 음의 회절을 방지하고, 정재파의 영향을 덜 받는 등, 과학적인 내용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전의 카리스를 들어보면, 약간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았다. 클래식, 특히 현의 재생엔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기품을 자랑하지만, 팝에서 좀 시원시원한 느낌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번에 Ⅲ 버전으로 진화하면서 이 부분이 대폭 해소되었다. 즉, 클래식의 장점을 지켜가면서 팝이나 가요 등도 두루두루 소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부터 한국 애호가들도 좋아할 만한 성격을 지니게 되어 무척 반갑기만 하다.

한편 이 보석을 드라이빙하는 앰프로 케인의 A-55TP를 골랐다. 기본적으로 만듦새가 튼실하고 가성비가 뛰어난 케인이지만, 특히 본 기는 가장 저렴한 제품에 속한다. 하긴 카리스 Ⅲ을 생각하면, 이 정도 사이즈가 시각적으로도 거슬리지 않는다. 단, 출력관은 KT88을 사용해서, 기본적인 힘이 좋다. 특히, 3극관 모드로 작동시키면 불과 20W의 출력밖에 내지 않지만, 3극관에 근접하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음이 나온다. 어차피 카리스 Ⅲ을 선택했다면, 클래식 소편성과 보컬이 주류를 이룰 터. 모던 재즈 정도도 무난하다. 그러므로 너무 과한 매칭이 필요 없다. 실제로 걸어보면, 드라이빙에 전혀 문제가 없다. 스펙을 넘어서는 탄탄한 베이스와 고혹적인 고역의 아름다움은 특필할 만하다.
소스기는 CD 플레이어 대신 케인의 색다른 제품을 골랐다. iDAC-6라는 제품으로, 전문적인 DAC다. 그러나 아날로그부에 진공관을 4개나 투입해서, 더 자연스럽고, 포근한 음을 낸다. 여기에 노트북을 연결해서, 다양한 음악 파일을 재생했다. 특히, 고음질 파일이 대세인 요즘, 이런 방식의 소스기도 꽤 만족스럽다. 점차 CD 시장이 줄어드는 요즘, 이렇게 PC나 스트리밍을 이용한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이다.
이런 조합으로 들은 음은, 스케일이 크거나 호방한 음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거실이 아닌 방 안에 잘 모셔두고, 진지하게 혼자서 음을 듣고자 한다면, 상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의외로 대편성 곡도 잘 소화한다. 매칭의 묘미도 좋지만, 디자인적인 밸런스도 뛰어나서, 이래저래 흐뭇하게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조합이라 하겠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매우 다이내믹하고, 화려한 트랙이다. 비록 오래전 녹음이지만 기개가 잘 살아 있는데, 이 부분이 멋지게 표현된다. 있는 그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재생하기보다는, 좀더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특히 스피커의 개성이 그렇다는 것으로, 이 부분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음악을 더 음악답게 만든다고나 할까?

이어서 케니 버렐의 ‘Lotus Land’. 역시 아날로그 시대의 녹음으로, 케니의 화려한 기타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재즈 기타리스트지만 의외로 어쿠스틱 기타로 놀라운 기량을 보여준다. 배후에 자리 잡은 거대한 오케스트라는 물밀듯이 밀어닥치는데, 그 기세와 스케일이 이 작은 스피커로도 충분히 묘사된다. 또 기타가 그 물결에 휩쓸리는 법이 없다. 정확한 3D 재현력으로 기타와 악단의 구분이 명쾌한 부분은 큰 강점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멜로디 가르도의 ‘Worrisome Heart’. 멜로디는 그리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내지 않는다. 성량도 작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 같다. 그런데도 묘한 매력이 있다.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가수는 스피커 사이 중앙에 정확하게 서 있고, 그 옆과 뒤로 자연스럽게 밴드가 자리 잡고 있다. 정말로 입체감이 훌륭하다. 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법이 없다. 약간 절제되면서 고급스럽게 연마된 음은, 아무리 장시간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 이 부분이 본 매칭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Cayin A-55TP   가격 165만원(SE 버전 : 178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20W(8Ω, 트라이오드), 40W(8Ω, 울트라리니어)   주파수 응답 8Hz-50kHz(-1.5dB)   THD 1%(1kHz)   S/N비 90dB   입력 감도 300mV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Cayin iDAC-6   가격 95만원   사용 진공관 6N16B×4   주파수 응답 20Hz-30kHz(±0.5dB)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1, Optical×1, USB B×1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DSD 64/128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출력 레벨 2.2V(RCA), 4.4V(XLR)   THD+N 0.8% 이하(Tube), 0.004% 이하(TR)   S/N비 105dB 이상(Tube), 110dB 이상(TR)   크기(WHD) 24×6.9×25.2cm   무게 3.8kg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Diapason Karis Ⅲ  가격 325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11cm, 트위터 1.9cm   재생주파수 특성 60Hz-2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000Hz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87dB/W/m   크기(WHD) 19×28.5×26cm   무게 4.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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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6월호 -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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